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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읽고 싶은 시

<詩> 연탄 한 장/안도현

by 혜강(惠江) 2005. 9. 4.

 

연탄 한 장

        

-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긴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 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봄날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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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오늘은 주일입니다. 9월 들어 처음 맞이하는 것이지요. 아침저녁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연탄 한 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놀고 걸어갈 그 길"을 위하여 쓰

여지는 그런 마음 있다면 세상은 더욱 환해지겠지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2005.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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