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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및 교회, 학교/- 학교 관계

2022 가을. '너와 나의 어느 멋진 날'

by 혜강(惠江) 2022. 11. 1.

 

2022 가을

 

 '너와 나의 어느 멋진 날'

 

 

 <백장미> 모임

 

 

▲세월이 비껴간 건지 전혀 늙지 않은 젊은 모습

 

    2022년 10월 마지막 날, 숭의여고에서 퇴직한 선생님들과 오랜만에 만나 단풍이 곱게 물든 서울숲 공원을 함께 걸었다. 숲속을 걷는 동안 남산 자락에서 30여 년 함께 정을 나누었던 그 시절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사랑의 마음으로 철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겪었던 애환들이 이제 와서 생각하면 멋진 추억이 되고, 큰 보람인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오늘따라 노란 잎이 떨어진 은행나무 길은 유난히 빛나고, 단풍이 곱게 물든 가지 사이로 하늘은 매우 청명했다. 삼삼오오 낙엽 진 숲길을 걸으며, 또는 찻집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모두가 남산 자락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둠이 슬금슬금 떠나고 / 별들도 빛을 거두는 시간 // 잠에서 깨어난 목멱이 / 몸을 뒤척이며 눈을 뜰 때 / 가쁜 숨 몰아쉬며 / 우린 함께 산길을 올랐지 // 산정에 올라 높은 음정으로 // 웅지(雄志)의 나래 펴던 수많은 날들 / 그 기상(氣像), 그 열정으로 / 온 누리 불 밝힌 우리들 세상 // 모진 풍상(風霜) 몰아치고 / 눈보라 살을 에는 추운 날에도 / 다부진 얼굴엔 언제나 / 눈동자 반짝이고 있었지. // 변치 않는 사랑으로 / 차가운 손 비비고 발 동동 구르며 / 내일을 갈고 닦은 /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 함께 있을 땐 / 무심히 보아 넘긴 한 줄기 햇빛이 / 이토록 어여쁜 그리움으로 // 노래하게 될 줄이야. // 그 어떤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 목청껏 불러본다 / 우리는 정말 사랑했노라고 / 그래서 지금도 사랑하노라고. (「사랑하는 나의 사람」 전문)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대화는 끝없이 이어졌고, 3시 30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만큼 우린 즐겁고 행복했다.

 

 

▲서울숲 '푸르너스 가든'

 

"너와 나의 어느 멋진 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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