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그림 같은 수목원’
자연을 끌어들여 그림 같은 모습으로 꾸민 수목원
글·사진 남상학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인 죽도 산책을 마치고 육지로 나와 ‘그림 같은 수목원’으로 이동했다. 잔뜩 내려앉은 하늘이지만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다.
그림 같은 수목원은 충남 홍성군 광천읍 매현리에 자리 잡고 있다. 민가와 멀리 떨어진 깊숙한 산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을의 야산에 터를 잡을 것이 특징이다.
숲속에 집을 짓고 자연을 고스란히 살려놓았다. 멀리 있을수록 자연다운 것을 가까운 삶의 주변으로 불러와 자연답게 정원으로 가꾸어놓은 것이다. 그래서 한 폭의 그림 같은 정원이 되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은 자연으로 되돌려 준다는 신념으로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수집하고 묘목들을 심기 시작하여, 2004년 12월 29일 사립 ‘그림이 있는 정원’으로 산림청에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그림 같은 수목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아름다운 공간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가꾸어가고 싶은 생각으로 2005년에 일반에 개방하게 되었다.
약 3만 평의 수목원 내에는 30여 년의 세월 동안 내공으로 키워온 목본류 460여 종을 비롯하여 총 1330여 종을 나무와 꽃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수종은 한국 고유의 멋을 자랑하는 소나무가 주종이며, 드넓게 조성한 잔디밭이다.
표를 끊고 입장하면, 꽃이 흐드러지게 핀 길이 길게 이어진다. 양옆으로 산파첸스라는 꽃이 방문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붉은색, 주황색, 주홍색, 흰색이 어우러져 제 나름의 자태를 뽐낸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의 화단에 즐겨 심었던 꽃이라 더욱 반가웠다.
산파첸스는 '참을 수 없는'이라는 속명을 지닌 뉴기니아 임파첸스(Impatiens)를 개량한 품종으로 일명 ‘뉴기니아 봉선화’라고도 불린다. 태양의 꽃으로 불릴 만큼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긴 기간에 걸쳐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꽃을 연속으로 피운다. 특히 여러 색깔의 꽃을 피울 수 있고, 생육이 왕성하여 노지의 양지와 음지, 화분 등 모든 장소에서 잘 자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여름철의 더위와 바람에 매우 강하여 화단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아름다운 꽃길이 끝나면 정원의 중심부로 접어든다. 이곳에는 사무실을 비롯하여 미술관, 전통가구전 시장, 온실식물원, ‘늘봄’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대표 수목 중의 하나인 소나무를 중심으로 아름답게 조경되어 있다. 노송 속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멋진 정원을 이루어 한편의 그림이 되고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수목원 속 갤러리는 사계절 작품을 전시한다. 미술관 작품 외에도 지역 작가의 작품을 유치하여 전시 활동에 도움을 주면서 관람객에게 자연 이외의 문화 예술이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거양득의 구실을 한다.
미술관 바로 앞에는 온실식물원이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지만, 허브를 비롯한 온실 식물들이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온실에서 나와 발길을 옮기면 바로 전통가구전시장이다. 수목원 안의 전통가구전시장의 전시가구들은 옻나무의 수액을 이용한 칠공예의 품격 높은 전통가구들이다. 지금은 코로나 여파로 관객이 줄면서 문을 닫아놓아 우리 고유의 멋을 풍기는 멋진 기구들을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웠다.
또한, 카페 ‘늘봄’은 간단한 디저트와 전통차 및 허브차 등 음료가 준비되어 있다. 도심을 벗어난 자연 속에서 즐거움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카페의 야외 테라스는 탁 뜨인 개방감으로 기분도 한결 가벼워지리라.
카페 ‘늘봄’ 앞에는 조경된 수목으로 둘러싸인 넓은 잔디 공간이다. 파랗게 잘 가꿔진 잔디밭은 어이들의 놀이터도 되지만 아름다운 조형 작품들을 전시하는 야외갤러리 역할도 한다. 이 역시 수목원으로서 관람객에게 자연의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만을 관람하는 차원을 벗어나 문화와 예술을 만나는 공간으로 관람객의 정서를 넓혀준다.
공원쉼터인 잔디 정원을 지나면 연못으로 이어진다. 비가 온 탓으로 연못의 물은 탁해 보였지만 연못의 정취는 여전하다.
이어 돌탑분수대와 암석원, 폭포가 수목원의 또 하나의 그림이다. 쉼 없이 부서서 내리는 분수의 물줄기 뒤로 폭포가 쏟아져 더욱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자연석 돌이 나무와 어울려 지루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자연생태원과 야생화원, 그 위로 수목원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수목원 관람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여행 정보
주소 : 충남 홍성군 광천읍 충서로400번길 102-36(광천읍 매현리 459-1
전화 : 041-641-1477
관람 : 09:00~일몰 시까지(입장은 폐장 1시간 전까지)
요금 : 일반 7,000원, 30명 이상 단체 6,000원, 경로 5,000원, 청소년·학생 4,000원, 미취학 아동·장애인 3,000원
'그림 같은 수목원'의 사진들
짧은 시간에 둘러본 곳이지만, '그림 같은 수목원'은 자연의 순수함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그것의 아름다움은 최선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는 친자연문화휴식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자연 속에서 여유를 느끼며 정겨운 이들과 꽃길도 거닐어 보고, 갤러리도 둘러보고, 맛깔스러운 음식도 나누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보기 좋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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