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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강원도

태백·정선·삼척 설국(雪國)을 찾아서

by 혜강(惠江) 2020. 2. 7.

 

태백·정선·삼척 설국(雪國)을 찾아서 

눈 덮인 구비구비나무엔 빛나는 상고대

단정한 순백(純白)에 빠지다

 

 

정선·태백 = ·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강원 정선에서 태백과 영월로 넘어가는 고갯길 만항재 정상에서 드론을 올려서 함백산 일대의 경관을 내려다봤다. 눈으로 뒤덮인 산봉우리와 능선들이 마치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예년에 비해 적설량이 적긴 하지만, 백두대간은 지금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다

 

 

  만항재 오르는 414번 지방도로에 가득한 설경
  눈 닿는 곳마다 온통 눈으로 뒤덮여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운탄고도트레킹
  경사 만나면 플라스틱 눈썰매 타는 재미도 쏠쏠

  옛 탄광의 모습 품고 미술관이 된 삼탄아트마인
  검고 쓸쓸한 풍경, 눈부신 설경과 어울려
  한강의 발원지검룡소에 오르는 길도 눈꽃세상
  새로 솟아나는 물소리, 적막한 산중 간지럽혀

 

 

 눈 없는 겨울입니다. 강원도, 그것도 산간지역을 빼고는 올해 눈 구경이 쉽잖습니다. 적설량이 적기도 했거니와 내렸다 해도 높은 기온에 금세 녹아버린 탓입니다. 예년에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던 이 올해만큼은 여행의 충분한 목적이 되는 건 그래서입니다. 입춘을 앞두고서 눈 보러 가는 겨울 여행의 여정을 권하는 건 이렇게 겨울을 보내는 게 아무래도 아쉽기 때문입니다. 눈 내린 직후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눈이 더 내리지 않는다 해도 그득한 눈을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백두대간의 등뼈를 이룬 태백과 정선, 그리고 삼척의 산간지역입니다.

 

# 설국을 넘어가는 길만항재

 

 

한강의 발원지인 강원 태백의 검룡소에서 솟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검룡소 가는 길은 무릎을 넘기는 눈밭이 펼쳐져 있다.

 

 

  아무리 눈이 없는 겨울이라 해도, 이 두 곳의 고갯길에 눈이 없을 수는 없다. 강릉과 평창의 경계인 대관령, 그리고 정선과 태백의 경계인 만항재 얘기다. 대관령이야 이미 눈 많기로 익히 알려진 곳. 여기서는 만항재와 정선, 태백, 그리고 태백에서 삼척을 잇는 35번 국도 주변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기는 눈이 많이 내리기도 하지만 춥기까지 하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에는 겨우내 내린 누적 적설량이 키를 넘기는 것쯤은 예사. 일대의 주민들이라면 폭설에 얽힌 무용담 한두 가지쯤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올겨울 적설량은 겨우 무릎을 넘겼다. 그나마 입춘을 며칠 앞두고 이틀 동안 쏟아진 폭설 덕분이다.

 

 눈 구경의 여정을 만항재에서 시작한다. 만항재는 강원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 혈동, 영월군 상동읍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고개다. 만항재 정상의 높이는 해발 1330m. 남한 땅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함백산(1573m)의 어깨쯤이니 고갯마루의 높이도 만만찮다. 만항재를 두고 흔히 포장도로가 놓인 가장 높은 고개라고 쓴다. 만항재를 넘는 길은 414번 지방도로다. 여기서 포장도로가 놓인이라는 전제가 달린 건 1023번 지방도로 때문이다. 경남 하동과 함양을 잇는 1023번 지방도로는 지리산 벽소령을 넘는다. 벽소령 높이는 만항재보다 20m 더 높은 1350m. 하지만 실제 도로는 하동의 삼정마을이나 함양의 백무동 주차장까지만 나 있다. 나머지 국도 구간은 지도 위에 금만 그어져 있고 실제로는 차가 들어갈 수 없는 등산로다. 벽소령 고개는 국도 노선에는 들어 있지만 포장도로가 놓이지 않은’, 그래서 차로 갈 수 없는 고개인 셈이다. 지방도가 넘는 고개 중에서 만항재가 가장 높다면, 국도로 넘는 가장 높은 고개는 어디일까. 정답은 31번 국도가 넘어가는 계방산 자락의 운두령(1086m)이다.

 

 만항재는 고한읍 고한리에 있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는 눈이 거의 없다. 영월을 넘어서야 군데군데 드물게 잔설이 남아 있는 정도다. 그동안 눈이 몇 번 내리기는 했다는데, 낮 기온이 높아 다 녹아버렸기 때문이다. 만항재를 찾은 건 눈이 내린 이튿날이었지만, 만항재 고개로 접어드는 국도변에도 눈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만항재로 오르는 414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자마자 거짓말처럼 설경이 펼쳐졌다. 눈이 닿는 곳마다 온통 다 눈으로 뒤덮였다.

  만항재를 겨울 설경 감상의 첫 번째 명소로 꼽는 데는 빠른 제설도 한몫한다. 아무리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도 제설이 늦거나 부실하다면 접근이 어렵다. 때로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만항재 일대의 제설작업 속도나 수준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만항재는 고갯길이어서 제설이 조금만 늦어도 사고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관내 지역 중에서 제설작업이 가장 이르게 이뤄진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이미 제설차량이 길 위에 나타난다. 만항재 일대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어도 정상까지 이어진 구불구불한 고갯길이 늘 장어의 검은 등처럼 미끈한 건 그래서다.

 

 

만항재로 오르는 길의 절집 정암사의 수마노탑. 부처의 진신 사리를 봉안한 탑이다. 문화재청이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 심사 중이다. 

 

 

# 눈썰매를 끌고 운탄고도를 걷다


   만항재 정상에는 소공원과 쉼터가 있다. 아래쪽 소공원은 흰 눈밭이다. 눈이 허벅지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쌓여 있어 아직 누구도 발자국을 찍지 않았다. 위쪽의 쉼터는 그나마 사람들이 드나들어서 눈이 다져졌다. 만항재는 눈이 그득하지만, 이곳을 눈 구경의 명소로 추천하는 이유는 적설량 때문만은 아니다. 만항재에서 가장 빛나는 건 눈꽃이나 상고대다. 만항재 일대에 그득한 낙엽송이 가지마다 반짝이는 얼음을 매달고 있는 모습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내린 눈이 얼어붙은 눈꽃은 눈 내린 직후에 맞춰가야 하니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지만, 대기 중 습기가 얼어붙어 나무에 얼음꽃으로 피어나는 상고대는 만항재에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다. 추우면 추울수록, 그러니 이른 아침이면 아침일수록 상고대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라면, 상고대가 한낮까지 남아 있다. 만항재는 고도가 높은 만큼 기온이 낮다. 만항재 기온은 아래 고한읍과 78도 이상 차이가 난다. 만항재에 오른 날 낮 기온이 영하 1도였는데, 만항재 정상은 영하 9도였다.

  만항재 정상에는 국수나 어묵 등을 파는 자그마한 휴게소가 하나 있는데, 그 옆으로 길이 있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이 길은 정선의 새비재까지 40남짓 이어진 임도다. 일대에 탄광이 번성하던 시절, 석탄을 실은 트럭이 오가던 외딴 산중의 길. 문화일보가 2011년 이 길을 다녀와서 중국의 차마고도에 빗대 이른바 운탄고도(運炭高道)’라 이름 붙인 길이다. 눈 내린 날이면 운탄고도에는 눈을 즐기러 온 이들이 몰려든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완주하려는 동호인들도 있고, 중간에 비박하며 풀코스를 완주하려는 백패커도 있다. 비박 완주는 웬만한 열정이 아니라면 엄두도 못 낼 일. 그렇다면 만항재에서 출발해 17지점인 화절령길로 내려서 하이원 워터월드 쪽으로 내려서는 방법도 있다. 아예 13지점쯤에서 하이원리조트나 하이원CC 쪽으로 내려와도 된다. 들머리에서 3지점인 혜선사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오는 이들도 있다. 그것도 힘들다면 눈이 온 이튿날이나,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이른 아침 나무마다 상고대가 피어날 때 이 길을 내키는 만큼 걷다가 돌아 나오는 것은 어떨까.

  이쯤에서 살짝 정보 하나. 만항재에 간다면 플라스틱 썰매를 구해서 꼭 가져가는 게 좋겠다.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운탄고도를 걷다 보면 눈썰매를 타기 딱 좋은 경사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썰매를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관령 일대에서 등산객들이 즐기던 비료부대 썰매의 진화다. 눈밭을 거침없이 미끄러지면 동심으로 돌아간 듯 눈썰매를 즐기다가 평지 지형에서는 지고 간 배낭을 실은 눈썰매를 끌고 트레킹을 한다.

 

 

폐광된 강원 정선의 삼척탄좌 정암광업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민 삼탄아트마인. 밤새 내린 눈이 갱도에 산소를 불어 넣는 중앙압축기실 마당에 수북이 쌓였다. 중앙압축기실은 지난해 7월 원시미술을 전시하는 원시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 광부의 뜨거운 삶이 예술이 되다

  고한읍에서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만항재로 오르는 길에는 폐광된 광산을 미술관으로 꾸민 삼탄아트마인을 빼놓을 수 없다. 삼탄아트마인은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그러니까 사람들이 줄여서 삼탄이라 부르던 광산에 조성된 문화예술 공간이다. ‘삼탄은 삼척탄좌를, ‘아트는 예술을, ‘마인은 광산을 뜻한다. 석탄 대신 예술을 캐는 광산이란 뜻이다. 삼탄은 1962년 문을 열어 한때 3000여 명의 광부가 24시간 탄을 캐내던 커다란 광산이었다. 석탄감산 정책으로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해 2001년 폐광된 뒤 방치됐던 광산은, 영국 소더비에서 아프리카 미술 담당으로 일했고, 40년간 세계 150개국을 여행하며 10만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한 수집가이자 문화기획자이던 고 김민석 대표의 안목과 열정에 힘입어 산업시대의 유물을 문화와 예술로 끌어올린 재생공간으로 탄생했다.

  삼탄아트마인은 탄광의 근대 산업 유적을 기리는 과거와 감각적인 전시의 미술로 구현된 현재가 교묘하게 뒤섞여 있는 곳이다. 중심공간인 삼탄아트센터가 들어서 있는 탄광의 사무동 건물 4개 층에는 광부들이 작업용 장화를 씻던 세화장, 검은 탄가루로 뒤범벅된 몸을 씻던 샤워장, 탄광사고 조사 내역서 등의 서류와 임금 지급 대장 등을 보관하고 있는 삼탄역사박물관 등이 있다. 근대경제 시대의 유물들이 마치 설치미술 작품처럼 전시돼 있다. 겨울이라 문을 닫았지만 사무동 건물 밖에도 고장 난 장비를 고치던 건물을 개조한 근사한 레스토랑도 있고, 수직 갱도로 광부를 내려보내거나 캐낸 탄을 끌어올리는 53m 높이의 권양기도 서 있다.

 

 검고 쓸쓸한 옛 탄광의 자취는, 뜻밖에도 두근거리는 눈부신 설경과 썩 잘 어울린다. 폐광과 눈은 시각으로도, 감각으로도 정반대의 풍경으로 대비된다. 내린 눈이 탄광의 비장함이나 쓸쓸함을 지우고 반대로 탄광의 쓸쓸함이 설경의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는 얘기다. 탄광이 흥청거리던 때는 가난과 누추가 질척거리는 진흙처럼 신발에 달라붙던 시절. 사는 일이 곧 전쟁과도 같았을 때다. 폐광된 탄광은 빛 한 줌 새어들지 않던 갱도 안에서의 고된 노동의 공간이었다. 오랜 노동으로 얻은 진폐증의 고통이, 갱도 사고로 숨진 이의 생명이 깃들어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삼탄아트마인을 처음 기획하고 시작했던 김... 그의 죽음도 이곳에 바쳐졌다. 수집품 창고를 찾다가 우연히 들르게 된 삼탄의 폐광에 매료돼 삼탄아트마인을 열었던 그는 개관 이후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극을 딛고서 김 씨의 부인 손화순 대표가 삼탄아트마인을 이끌며 고인의 유지를 잇고 있다. 누구나 삼탄아트마인이 문을 닫게 될 거라고 했지만, 손 대표는 기적처럼 삼탄아트마인을 제 궤도에 올려놓고, 지난해 7월에는 갱도에 압축공기를 밀어 넣던 중앙압축기실 건물에다 원시미술관을 새로 열었다. 손 대표는 그간의 사정을 다 얘기하자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란다고 했다. 손 대표는 처음에는 남편의 못다 한 뜻을 이루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마음을 다 내려놓고 다양한 예술 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자, 지역주민들과 실제 소득을 나누는 문화공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했다. 폐탄광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삼탄아트마인이, 이제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원리조트 스키슬로프 정상인 마운틴탑까지 오르는 곤돌라, 스키어가 아닌 관광객도 탑승할 수 있다.

 

 

# 적멸보궁과 삼수령, 그리고 검룡소

   414번 지방도로를 타고 삼탄아트마인을 지나 만항재 쪽으로 더 가면 푸근한 설경 바탕에 먹으로 찍어 그린 듯한 절집 정암사가 있다. 이른바 오대 적멸보궁중 하나로 꼽히는 절집이라 이즈음 신년기도를 위해 찾아오는 신도들로 붐빈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시고 있는 절집을 뜻하는데 정암사에는 절집 뒤편 산자락에 세워진 수마노탑에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

  탑이 이름으로 삼은 수마노(水瑪瑙)’란 보석 중의 하나인 석영을 말한다. 그런데 정암사 수마노탑은 이름만 그렇지 탑 어디에도 석영은 없다. 그냥 화강암의 기단 위에다 회녹색의 석회암을 벽돌처럼 쌓아 만든 7층 석탑이다. 초록 기운이 도는 석회암의 오묘한 색 때문에 수마노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리라. 1964년 보물 410호로 지정된 수마노탑은 지금 국보 지정을 놓고 심사 중이다. 문화재청의 심사결과는 3월 중 나온다. 정암사가 있는 정선은 물론이고, 만항재로 이웃한 태백이나 영월까지 합쳐도 국보는 단 한 점도 없다. 강원 지역 전체로도 국보는 11점에 불과하다. 그러니 정암사 수마노탑이 국보로 지정된다면 절집은 물론이고 지역의 경사가 아닐 수 없겠다. 소복하게 눈이 내려 덮인 수마노탑 주위를 불자들이 돌며 소망을 빌고 있다. 수마노탑 아래에는 적멸궁이 있다. 적멸궁 앞마당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이다. 여기서 보는 세상은 단정한 순백(純白)’이다.

 

 만항재에서 내려와 태백 쪽으로 넘어가도 눈 구경의 명소들이 곳곳에 있다. 첫 번째로 꼽을 만한 곳이 삼수령(三水嶺)이다. 본래 큰 피재로 불리던 삼수령은 한강과 낙동강, 오십천의 3개 물줄기가 발원하는 곳이다. 삼수령에서 농로로 더 들어가면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가 있다. 힘차게 도는 풍력발전기 아래로는 너른 배추밭이다. 여름 고랭지 배추를 재배하는 배추밭은 지금 두툼한 눈 이불을 덮고 있다. 삼수령에는 정자가 있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공원 뒤로 삼수령 목장으로 가는 비밀스럽고 깊은 숲길이 있다. 숲길로 몇 발짝만 걸어 들어가면 마치 순간이동을 해 눈 내린 적막한 산중으로 들어선 듯한 느낌이다.

  여기다가 또 한 곳. 태백의 대덕산 아래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를 보탠다. 태백시 창죽동. 검룡소로 가는 길은 지금 무릎 근처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이다. 눈밭 위에 앞서 다녀간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다져진 두 뼘 채 안 되는 길이 이어진다. 뽀드득뽀드득. 길옆으로는 고라니와 멧돼지가 눈밭에 찍어놓은 발자국이 어지럽다. 얼마나 많은 짐승이 이 산중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일까.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을 골라 디디면서 걷느라 속도는 나지 않지만, 마음은 바쁘지 않다. 오히려 아름다운 설경 앞에서 자주 멈춰 서게 된다. 이 길을 20분쯤 걸어 들어가면 하루 2000t의 물이 솟아나는 검룡소가 있다. 눈 내려 고요한 한겨울의 쩡쩡 얼어붙은 산중에서 새로 솟아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모든 것의 시작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곤돌라로 느긋하게 정상까지

    

 

 

 

편하게 하는 눈구경 =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는 눈 세상은 하이원리조트에 있다. 하이원리조트에서는 관광객도 스키어들이 이용하는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정상에 있는 해발 1340m마운틴탑까지 오를 수 있다. 마운틴탑은 스키장의 상징으로, 360도 회전하는 전망 레스토랑이 있다. 곤돌라는 마운틴탑에 도착하기 전 마운틴허브에 잠깐 서는데, 마운틴허브에서 내리면 하이원리조트가 올 시즌 새로 문을 연 스노우월드를 이용할 수 있다. 스노우월드는 스키장 중턱에 조성한 눈 놀이터로 얼음 썰매, 튜브 썰매, 래프팅 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묵을 곳, 먹을 것 = 정선과 태백 일대의 눈 구경이라면 하이원리조트에서 숙박하는 게 최선이지만 숙박요금이 비싼 게 흠이다. 스키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드는 23일 이후부터는 숙박료가 낮아진다. 태백에는 태백역이나 태백산 등산로 입구인 소도동 부근에 호텔이 모여 있다.

 

태백의 삼수령 가는 길에는 고등어찜과 갈치찜, 두부조림을 내는 태백의 맛집 고갈두’(033-553-7388)가 있다. 자작한 갈치찜도, 우거지를 깔고 조려내는 고등어찜도, 달큼한 맛의 두부조림도 좋은데 좀 매운 편이다. 정선과 태백 일대는 품질 좋은 한우를 내는 식당들이 여럿 있다. 정선 고한읍의 낙원회관’(033-591-7729)은 고기 질이 좋기로 이름났다. 된장찌개에 소면을 말아내서 내놓는 된장소면이 인상적이다. 태백 시내에는 한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파는 실비식당들이 즐비하다. 갈빗살로 이름난 태성실비(033-552-5287)와 경성실비식당(033-552-9356), 태백한우골(033-554-4599) 등이 손꼽히는 실비식당들이다.


만항재는 사계절 여행지

  강원 정선의 만항재는 낙엽송 가지마다 화려한 눈꽃이 피어나는 설경의 명소지만,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피고 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여름에는 폭염의 도시보다 기온이 10도쯤 낮아 서늘하고 쾌적한 피서지이기도 하다.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니, 기억해두고서 언제고 목적지로 삼아도 좋다.nfck>

 

 

 

<출처> 2020. 2. 7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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