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어학자들이 주목한 한글의 과학성
60년대부터 세계의 한글 연구 본격화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 한글은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문자 중에서 가장 과학적인 체계일 것이다."
한글의 과학성을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말이다.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들에 따르면, 1960년 미 하버드 대학 교재로 출간된 '동아시아 위대한 전통(East Asia: The Great Tradition)'에 이 구절이 처음 등장한다. 라이샤워와 페어뱅크가 함께 쓴 이 책의 10장에서 15세기 한국 문화를 설명하면서 한글의 과학성을 격찬하는 구절이다.
국제 학계에서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1960년대 들어서다. 1964년에는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프리츠 포스 교수가 이두와 향가, 한글 등 한국 언어와 문자의 역사를 다룬 3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도 포스 교수는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알파벳을 발명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말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카고 대학의 매콜리 교수가 1966년 미국 언어학회지에서 "포스의 최상급 표현은 옳다"고 동의를 표한 것이다. 세계 언어학 개론서에서 한글이 본격 소개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1985년에는 영국 리스 대학 제프리 샘슨 교수가 인류의 문자 체계를 분류하면서 한글이 기존의 어떤 분류 체계에도 속하지 않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ㄷ-ㅌ-ㄸ'처럼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하거나 같은 글자를 반복해서 '음소(音素)'의 성격을 나타내는 방식은 다른 문자 체계에서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00년대 이르면 한글 창제 과정이나 음운 이론 등 역사성과 과학성을 함께 살피는 외국 학자들의 연구가 늘어난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베르나 사세 교수는 "서양에서 20세기 들어서 완성된 음운 이론을 세종대왕은 그보다 5세기나 앞서 체계화했고, 한글은 전통 철학과 과학 이론이 결합한 최고의 문자"라고 극찬했다.
<출처> 2019. 12. 5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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