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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인천 세어도, 시간도 멈춘 미지의 섬은 고즈넉했다.

by 혜강(惠江) 2019. 6. 10.

 

 

인천 세어도(細於島)

 

시간도 멈춘 미지의 섬은 고즈넉했다.

 

 

글․사진 남상학

 

 

▲세어도의 상징 조형물, 어촌마을 종합안내소 뒤뜰에 세워져 있다.

 

 

 세어도(細於島)는 행정구역상 현재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353번지에 속한다. 세어도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섬 중 도심에서 제일 가깝다. 행정안전부에서 세어도를 ‘2018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 중 ‘미지의 섬’으로 선정한 바 있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다가 개발이 되지 않아 지금은 자연 그대로의 신비로운 모습을 갖추고 있는 섬, 특히 세어도는 서쪽 끝 바닷가에서 붉게 타오르는 낙조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주목을 받는 섬이다.

 

▼세어도는 어떤 섬인가

 

 

▲세어도

 

▲세어도 종합안내도

 

 

 세어도는 육지에서 1.2㎞떨어진 섬으로 행정선으로 세어도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세어도는 면적 408,000㎡인 작은 섬으로 생김새가 동·서로 길게 뻗은 형태여서 ‘가늘고 길게 늘어선 섬’이라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 세어도는 별칭으로 세루 혹은 시루라 불리었으며, 여지도서(與地圖書)에는 서쪽에 떨어져 있는 섬이란 뜻으로 서천도(西遷島)라는 이름으로 등재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세어도는 조선시대 삼남지방에서 세곡을 운반하던 길목에 있고 한양으로 가는 마지막 정박지여서 인근 지역주민들이 모여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한때는 60~70호에 이를 정도로 번창하였다. 그러나 이후 대형 선박들의 출현으로 운반선의 운행이 줄면서 생계 문제로 인해 많은 주민들이 육지로 이주하였다.

 

그 후 1960년대부터 세어도는 또 한 번 활기를 띠었다. 10여 년간 세어도 선착장 앞쪽 산에서 채석사업이 벌어져 당시 인부는 300여명에 이르렀다. 이때 세어도는 20여척의 배로 30여명의 어부들이 충청도 인근해역에서 준치 잡이를 할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때 세어도는 지금 20여 가구 30여 명이 주로 농어, 숭어, 새우 잡이 등에 종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세어도에서 만난 주민의 말로는 주변의 개발로 인하여 어획량이 급격하게 줄어 바다에 기대어 사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21▲선착장에서 바라본 마을(동쪽)

 

▲선착장 너머 서쪽에서 바라본 마을

 

 

 따라서 최근에는 어촌마을의 수입원을 늘리기 위하여 갯벌체험 및 선상낚시 등 체험활동과 총 5.7Km의 둘레길을 마련하고 이들을 상대로 체험 프로그램과 펜션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생겼다고 한다. 세어도에서 어촌 체험을 하려면 세어도사무장 (전화 010-4029-0419)에게 유선으로 예약하면 된다.

 

 

▲세어도 어촌체험 휴양마을

 

 

▽세어도 둘러보기

 

 

▲여객선에서 바라본 세어도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세어도를 알게 된 것은 방송을 통해서였다. 웬만한 서해의 섬은 거의 다녔다고 자부하면서도 세어도를 몰랐던 것은 그동안 개발이 되지 않아 미지의 섬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세어도를 알게 된 뒤 곧 달려가고 싶었으나 사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그것도 출입 인원의 제한 등 까다로운 절차가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뒤늦게 방문하게 되었다.

 

 내가 세어도를 방문한 5월 30일, 예약한 시간은 오전 11시,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입도하는 주민과 함께 10시 30분 정서진호에 탑승했다. 탑승한 인원은 고작 셋, 선장 이외에 주민 1명, 일반인은 나를 포함하여 2명이 고작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세어도를 향하여 출반한 배는 물살을 가르며 출항한지 불과 10여 분만에 세어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선착장에서 좀 떨어진 갯벌에는 꽤나 큰 배 한 척이 드러누워 있었다.

 

 

▲세어도선착장의 안내도와 물개 조형물

 

▲갯벌 위의 배 한 척

 

선착장에 내려 올려다본 마을은 고즈넉하기 그지없었다. 몇 채 안 되는 건물 중에는 새로 지은 건물도 보였다. 마을로 올라가는 길 왼쪽에 수령이 약 200년 된 고로쇠나무가 우리를 맞이했다.

 

 

▲세어도 선척장의 종합안내도

 

▲수령 200년 된 고로쇠나무, 나무가 너무 커서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다.

 

 

 낮은 경사로를 따라 30여m 오르면 바로 마을이다. 오래된 민가의 벽면엔 허물어져 가는 흔적들을 애써 지우려는 듯 벽화가 그려져 있다. 집에 딸린 텃밭에는 상추, 파 등이 자라고, 텃밭 가장자리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한결 정감이 넘쳤다.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온 것 같은 풍경이라 할까?

 

 

 

 

 

 

 

 

 

▲세어도 마을의 벽화와 여러가지 꽃들

 

▲세어도 밭에서 자라는 둥굴레

 

 

 작은 마을이지만 세어도에는 1980년대까지 송현초등학교 세어분교가 있었다. 그러나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학교는 폐교되고, 그 자리에 지금은 세어도마을공동작업장이 들어섰다. 그 뒤로 마을회관과 세어도 어촌계회관, 체험마을 종합안내소가 잇대어 자리하고 있다.

 

 세어도 어촌계회관 앞에는 <역발상 공화국 중앙청>이라는 나무 현판이 서 있는데 이곳이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마도 관광객들의 호기심과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이곳 주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세어도마을공동작업장

 

▲세어도 어촌계 회관과 '역발상공화국중앙청' 간판

 

▲어촌체험 종합안내소

 

 

 세어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종합안내소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책상과 소파만 덩그렇게 놓여 있다. 여름 한철이 아니면 세어도를 찾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상근하는 직원이 있을 리 없다. 종합안내소 앞에는 수령 150년 된 고욤나무가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수령 150년 된 고욤나무 '세어도 나무이야기'

 

▲수령 150년 된 고욤나무

 

 종합안내소 앞에 세워놓은 세어도 종합안내도를 참고하여 총 5.7Km의 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먼저 세어도 북서쪽 끝에 있는 세어도 전망대 방향으로 터벅터벅 발길을 옮겼다.

 

 마을회관을 지나면서 오롯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바로 소나무가 우거진 당재가 나온다. 당집이 있는 당재는 예로부터 신성한 곳으로 여겨 함부로 손을 대지 않아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었다. 이곳에서 매년 정월에 길일을 정해 마을제인 ‘동제’를 지내며 마을의 풍어와 안녕을 기렸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마을 공동체의 맥을 이어가던 당제가 주민들이 일거리를 찾아 육지로 나가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1990년대 말부터 중단되었다고 한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옛 풍습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당재에 대한 설명판

 

▲당재 소나무군락

 

▲안내 표지대, 당재에서 전망대까지는 1,400m

 

 당재에서 전망대까지는 1,400m,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기존의 산길 외에도 해안길이 있으나 어느 길로 가든 전망대로 이어진다. 전망대에 이르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날 수 없는 호젓한 길, 나 혼자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명상에 잠길 수 있어 복잡한 생각이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다.

 

 

▲전망대 가는길, 파고라를 지난다.

 

▲전망대로 가는 호젓한 산길

 

▲전망대로 가는 호젓한 산길에는 고요만이 흐른다.

 

▲여기서도 넓게 드러난 갯벌이 보인다.

 

 

 북서쪽 끝 전망대에는 정자가 서있다. ‘해암정(海岩亭)’이라 쓴 간판이 땅에 나뒹굴고 있다. 세어도 전망대에서는 강화도와 강화도 남단에 위치한 동검도와 항산도, 소염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세계 5대 갯벌 중의 하나로 유명한 동막해변에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이 장관이다.

 

 

▲전망대

 

▲해암정이라 쓰인 편액이 떨어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드넓은 갯벌 뒤로 멀리 강화도가 선명하다.

 

 

 잠시 전망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돌아울 때는 서쪽 해안을 따라 걷기로 한다. 소나무 술 사잇길로 얼마간 걸으면 갈대숲길이다. 이 길에서는 소세어도(지네섬)가 바로 눈앞에 보인다.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 길

 

▲서쪽 해안길에서 만나는 갈대숲

 

▲갈대 숲 뒤로 보이는 소세어도(지네섬)

 

 소세이도로 가는 길은 특별한 운치가 있다. 갯벌에 돌을 깔아 만든 길인데 밀물 때는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길이다. 마침 썰물 때여서 소세어도로 들어갔다. 갯벌 위에 덩그렇게 앉아있는 섬 가운데의 또 하나의 섬, 소나무 우거진 길 끝에 서일정(西日亭)이 서있다. 서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정자라는 뜻이다. 여기에서도 끝없이 널브러진 갯벌이 장관이다.

 

 

▲소세이도(지네섬)로 들어가는 길

 

▲길 양 옆에는 게구멍이 많은 것으로 보아 갯벌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소세이도 소나무 숲길

 

▲소세이도의 정자 서일정은 낙조를 조망하는 곳이다.

 

▲소세어도 전망대

 

▲소세어도에서 바라본 갯벌

 

▲소세어도에서 바라본 갯벌

 

 

소세어도에서 돌아 나와 해변 길을 다시 걷는다. 길 걷다 보면 바닷가에 퇴락한 폐가가 있다. ‘변소’라고 쓴 글씨의 한 획이 떨어져 나갔다. 언제 이 집의 주인이 다시 돌아올 것인지 궁금하다.

 

 

▲데크길, 같은 배를 타고 들어온 탐방객이 앞서 걷고 있다. 

 

▲소나무 숲길

 

▲폐가가 된 집

 

▲폐가의 변소

 

 

 얼마를 걸으니 해넘이 전망대다. 해넘이전망대는 세어도에서 낙조의 아름다운 광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그 멋진 광경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려니 아쉽다. 또, 이곳에서는 용유대교가 보이고 용유도가 눈앞이다.

 

 

▲해넘이전망대

 

▲멀리 영종대교가 보인다.

 

▲밀물이 되어 갯고랑에 물이 가득 들어차고 있다.

 

 

▲갈대밭

 

▲이곳에도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가 있다.

 

 계속 걸어 갈대밭을 지나면 어느덧 해안 길은 마을 뒤편으로 이어진다. 세어도 앞바다에 자리한 모래톱에 수없이 게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세어도 갯벌은 살아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부터는 갯벌체험장으로 이어지는 바닷길로 걷기로 했다. 침목으로 이어진 길은 바닷길이 운치가 있다.

 

 

▲마을 앞의 갯벌

 

▲갯벌체험장으로 가는 길

 

▲갯벌체험장으로 가는 길

 

▲남쪽 해안에선 용유대교가 선명하다

 

▲항해하는고깃배

 

 

 세어도의 남동쪽 지형은 서북쪽보다 높고 해안도 암석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른 곳보다 경사가 가파르고 바위와 돌과 자갈이 많다. 갯돌 바위를 걸어 선착장까지 돌아오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바다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배들도 보이고 인천 서구의 건물들, 아래뱃길 주변의 모습도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 해안

 

▲바닷가 염분이 있는 곳에서 자라는 나문재, 식용과 약용으로 쓰인다.

 

 

 

▲물이 들어와 바위 해안을 돌아간다.

 

 

 이렇게 세어도를 한 바퀴 돌고나서, 그늘에 앉아 준비해 온 음식으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정기선이 섬을 떠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육지로 나가는 정기선은 오후 4시, 그러니까 5시간가량 세어도에 머문 셈이다. 

 

 선착장에 돌아오니 우리를 태우고 나갈 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갯벌은 서서히 밀물로 지워지고 바다는 넉넉한 가슴으로 한층 가까이 다다왔다. 

 

 

 

 

 

 

 세어도 마을을 둘러보고 둘레길을 걷는 동안 조용한 섬에서 느린 걸음으로 시간도 잊고 세월도 잊고 나도 잊은 채 한나절을 보내고 나니 오늘 하루는 한적한 곳에서 마음의 휴식을 충분히 취한 것 같다. 멀리 밀려났던 물길도 밀물이 되어 가득 차올라 마음이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세어도에서 나가기 위해 정서진호를 타는 승객

 

▲정서진호는 승객을 태우고 경인항 관리부두로로 출발했다.

 

▲쾌속정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리 배를 따라오고 있다. 뒤로 보이는 섬이 세어도

 

▲세어도에서 나오는 뱃길

 

▲정서진, 아라뱃길여객터미널 등이 멀리 보인다. 

 

 세어도를 출발한 정서진 호는 오늘 외지인 방문객 10명을 태우고 뭍으로 돌아왔다. 물길을 가르며 내닫는 정서진호의 갑판에서 점점 멀어지는 세어도를 바라본다.

오늘 하루 평안을 안겨준 어머니 같은 섬, 세어도. 세어도는 고즈넉한 마음으로 아를 품어주었다.    

 

 

▼세어도 가는 방법

 

 

 세어도를 운항하는 정기선 '정서진호'

 

 세어도에 들어가는 유일한 방법 섬을 왕래하는 정기선 ‘정서진호’를 타야 한다. 세어도 주민이 아닌 일반인인 경우 세어도를 방문하려면 전월 25일 09:00 인천광역시 서구 문화관광 홈페이지의 ‘정서진호’ 예약 사이트로 들어가 방문할 날짜의 배편을 보고 예약하면 된다. 외부인 출입은 정확히 하루 20명. 예약된 자들에게만 허락하고 있다. 기상이나 그밖의 사정으로 시간이 변동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날짜 변경이나 취소는 출발일 3일 이전에 해야 한다. (승선 문의 서구청 재무과 032-560-4163)

 

*예약이 완료되면, 예약한 날짜의 운항시간(출항 09:00)에 맞추어 경인항 관리부두(내비게이션 주소 : 인천광역시 서구 오류동 1554)에서 <정서진호>를 타면 된다. 종전에 이용하던 세어도 선착장은 부잔교 파손으로 이용이 불가능하여 2019년 4월부터 경인항 관리부두로 변경되었으므로 착오가 없도록 할 것. 승용차는 경인항 관리부두 앞에 무료로 주차장할 수 있다. / 세어도 입항만 예약하고, 세어도에서의 출항은 예약 없이 순서대로 16:00에 승선이 가능하다. / 신분증 필수.

 

*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선착장(경인항 관리부두)으로 가는 경우에는 청라국제도시역 1번 출구로 나와 청라국제도시역(영종방향)정류장에서 44번 버스를 탄다. 버스는 8개 정류장 이동 (약 25분)하여 쿠팡물류센터 정류장 하차한다. 여기서 세어도 임시주차장(서구 오류동 1554번지)까지 도보로 약 20분 걸어야 한다. 44번 버스 배차간격은 25~26분 정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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