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축제 열리는 강원도 평창
휘돌아 흐르는 강물 위 수직 절벽… 목숨 바쳐 지킨 절개
평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천동리 절개산 전망대 위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저물녘 평창강 물돌이 풍경. 휘돌아 흐르는 강물이 수직 절벽을 빚어내고 마을을 품었다.
강원도 평창군은 전국의 군 단위 중 홍천군, 인제군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서로 다른 지형과 특색의 여행지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평창을 가로지르는 영동고속도로를 경계로 색다른 풍경을 내놓는다. 북쪽에 대관령과 오대산, 계방산, 태기산 등 고산준령이 우뚝 솟아있지만 남쪽에는 평창강과 동강이 휘돌아가며 다양한 절경을 펼쳐놓는다.
평창강은 북쪽의 고산준령에서 흘러들어온 물을 주로 하며 흥정계곡, 뇌운계곡, 금당계곡 등 많은 계곡의 물을 합쳐 몸집을 키운다. 구절양장처럼 굽이굽이 흐르며 절벽을 빚어내고 마을을 품는다. 평창강 풍경 가운데 덜 알려진 곳이 평창읍 절개산(節介山·876.1m)이다. 천동리(샘골) 동쪽에 돔형 텐트처럼 우뚝 솟아 있다.
▲오대천 평창송어축제에 참가한 초등학생이 얼음 구멍에서 송어를 낚고 있다.
절개산은 이름 그대로 신념이나 신의를 굽힘이 없고 변하지 않는 절개를 대표하는 산이다. 아직 덜 알려져 있어 산행의 발걸음이 잦지 않다. 산 서쪽 평창강이 에돌아 깎아 세운 뼝대(절벽)가 아찔하다. 절벽에 슬픈 역사가 스며 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권두문 평창군수는 이곳에 배수진을 치고 휘하 장졸, 백성들과 함께 8월 7일부터 5일간 응암굴을 본부로 삼아 왜적과 혈전을 벌였다. 군수의 부인 강소사는 왜병의 포로가 될 때 절벽에서 투신, 목숨을 버려 절개를 지켰다.
절개산 일대를 돌아보는 생태탐방로 2.02㎞가 조성돼 있다. 주차장 바로 옆에 안내도가 있다. 정상까지 가지 않고 전망대까지만 가볍게 트레킹해도 좋다. 전망대까지는 580m. 경사가 완만해 천천히 걸어도 10분이면 족하다.
전망대 가운데에 소나무 한 그루가 푸르름을 자랑한다. 바로 앞은 수직 절벽이다. 발아래 에메랄드빛 평창강이 크게 휘돌아간다. 유속이 느린 곳은 얼음이 얼어 있지만 상류와 하류 물살이 빠른 곳은 아직 물길이 그대로 보인다. 해가 서산으로 기울 때 찾으면 석양빛에 물든 황홀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쪽에 응암굴이 있다. 관굴과 민굴이다. 마을주민에 따르면 수백명이 생활할 수 있을 만큼 넓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관군과 민간인이 피신한 2개의 동굴은 매를 날려 교신했다. 이 때문에 왜군에 발각돼 몰살당하는 참극을 맞았다. 관굴에는 고드름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솟아난다. 온도와 외부의 바람, 기온, 풍속 등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최대 70㎝까지 자란다고 한다.
물길 너머에 평창읍 응암리 ‘매화마을’이다. 매화라는 꽃 이름에서 가져온 게 아니라 날짐승인 ‘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한반도 모양을 닮았다고 하지만 미국 콜로라도강이 말 편자 모양으로 빚어놓은 협곡인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를 연상시킨다.
오대천은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에 겨울 축제가 한창이다.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제11회 평창송어축제는 꽁꽁 언 얼음 위로 펄떡이는 송어를 낚아 올리는 재미를 준다. 얼음낚시와 텐트낚시, 송어 맨손잡기 등 유쾌하게 송어를 낚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초보자라 하더라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 ‘손맛’을 볼 수 있다.
낚시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유쾌·통쾌하게 송어잡이를 하고 싶다면 ‘송어 맨손잡이’에 도전해 보자. 반바지를 입고 물로 채워진 대형 풀에 들어가 맨손으로 직접 송어를 잡아채는 재미는 낚시와는 다른 손맛을 전해준다. 특히 올해 꼬리에 순금을 매단 송어를 잡는 행운도 기대해볼 만하다. 직접 잡은 송어는 매표소 옆 회 센터에서 바로 손질해 회나 구이 등으로 맛볼 수 있다. 탕수육, 튀김 등 다양한 요리도 가능하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2층 출발점에서 내려다본 모습.
평창송어축제에는 눈과 얼음이 함께하는 신나는 레포츠도 빼곡하다. 눈썰매를 비롯해 여러 명이 함께 즐기는 스노 래프팅, 카트라이더 못지않은 재미를 선사하는 얼음카트와 얼음자전거 등이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준다. 또 스케이트, 전통썰매, 4륜 오토바이 등 빼놓을 수 없는 겨울철 놀이도 기다린다. 대관령면 송천 일원에서는 18일부터 눈꽃축제가 열린다. 세계 유명 건축물을 모방한 눈 조각·캐릭터 전시와 눈사람 공원 등이 준비된다.
지난해 동계올림픽이 치러진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도 둘러볼 만하다. 모노레일을 탄 뒤 엘리베이터로 1층까지 올라간다. 2층과 3층은 K98, K125 점프대이고 4층은 스카이라운지다. 2층은 가이드를 따라 밖으로 나가볼 수 있다. 아득한 높이에 오금이 저려오지만 시원한 풍경에 마음이 가뿐해진다.
▒ 여행메모
진부에 평창올림픽 때 신축 호텔 ‘깔끔’, 단단한 육질·뛰어난 식감… 평창 송어
▲평창무지개송어횟집의 송어회.
수도권에서 강원도 평창의 절개산으로 가려면 먼저 평창읍으로 가는 게 좋다. 영동고속도로 새말나들목에서 빠져 평창·안흥 방면으로 42번 국도를 탄다. 방림삼거리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평창읍으로 향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덕분에 31번 국도가 새로 뚫렸다.
이후 천동교차로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다 천동낚시터 직전에서 다시 좌회전해 좁은 길을 따라가면 엘리에셀복지원을 지나 주차장에 닿는다. 엘리에셀복지원 앞과 중간에 전망대로 향하는 둘레길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거리가 먼데다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절개산 인근 응암리 매화마을 평창강변에 펜션이 여럿 있다. 진부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신축 호텔이 들어서 깔끔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평창은 국내 최초로 송어양식을 시작한 곳이다. 연중 수온이 일정한 냉수에서 길러 육질이 단단하고 식감이 뛰어나다. 송어회와 구이 튀김,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용평면 무지개송어횟집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각종 채소와 참기름 초장에 콩가루, 들깻가루 등을 섞어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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