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건봉사
외금강의 빼어난 산줄기에 자리잡은 고찰
강원 고성군 건봉사로 723(거진읍 냉천리 36). 033-682-8100.
글·사진 간성=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 겨울채비 늦은 팽나무엔 여직 단풍이 매달렸다. 그런데 저 불이문과 팽나무의 어울림이 사이좋은 오누이 모습이다. 그렇다. 저 나무 아니었다면 전쟁중에 저 문도 불타서 없어졌을 터. 그러니 저런 모습이 아니고서야 그 기적이 일어났겠는가. 돌기둥에 그것도 기둥 네개의 이 특별한 일주문은 그런저런 사연으로 금강산 건봉사를 여직 상징한다.
《겨울채비 늦은 팽나무엔 여직 단풍이 매달렸다. 그런데 저 불이문과 팽나무의 어울림이 사이좋은 오누이 모습이다. 그렇다. 저 나무 아니었다면 전쟁중에 저 문도 불타서 없어졌을 터. 그러니 저런 모습이 아니고서야 그 기적이 일어났겠는가. 돌기둥에 그것도 기둥 네개의 이 특별한 일주문은 그런저런 사연으로 금강산 건봉사를 여직 상징한다. 》
동해안은 여름 뿐만 아니라 겨울에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그중에도 속초 설악산 강릉 정동진 등의 유명한 관광지나 바닷가는 대부분 여러번씩 다녀왔을터. 올 겨울 동해안에서 바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정취넘치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동해 최북단 고성군에서 민통선을 살짝 비켜 난 ‘금강산 건봉사’(고성군 거진읍 냉천리 36)다.
굳이 여길 추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겨울산사에서 템플스테이로 하룻밤을 보내며 아침과 저녁 예불 중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근처 바닷가에서 해맞이도 하라는 뜻에서다. 건봉사에서는 하룻밤 2만 원만 ‘시주’하면 자유롭게 템플스테이(숙식포함)를 할 수 있다.
건봉사는 ‘산중 대찰’이다. “산골짝 고성에 웬 ‘대찰’(규모가 큰 사찰)?”
이런 의문을 품을 이들이 많을 거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3교구(강원지역) 본사인 신흥사(외설악)가 어엿하니 말이다. 그렇다. 건봉사는 신흥사의 말사에 지나지 않는다. 말사가 본사보다 더 클 수는 없을터. 그런데도 대찰이라 부르다니…. 그 이유, 과연 뭘까.
사연은 이렇다. 우선 이것부터 알아두자. 제3교구본사는 70년 전까지만 해도 신흥사가 아니었다. 이 건봉사였다. 당시엔 거꾸로 신흥사가 말사였다. 당시만 해도 건봉사 당우는 766채에 이르렀다. 그 모습, 경내에 걸린 사진이 말해준다. 너른 골 안을 차지한 사찰은 한 고을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창하다. 그런데 그 많던 당우는 다 어디 간 걸까. 안타깝다. 한국전쟁 중에 모두 포격으로 불탔단다.
▲ 보통 절집이라면 일주문에 붙어야 할 사찰 명판이 이곳엔 이렇듯 경내 당우에 걸렸다. 일주문에 ‘불이문’이란 현판이 붙어서리라.
그나마 다행인건 딱 한 채가 살아남은 것. 사찰 초입의 일주문이다. 그런데 이 문의 현판은 다른 사찰과 다르다. 통상은 ‘금강산 건봉사’라고 쓰인 현판을 붙인다. 그런데 이 문엔 ‘불이문’(不二門)란 현판이 걸려 있다. 불이문은 ‘상대적이고 차별적인 것을 모두 초월하여 절대적이고 평등한 진리를 나타내는 가르침’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줄임말이다.
특이한 건 그뿐이 아니다. 일주문(一柱門)은 글자 그대로 기둥을 좌우에 한 개씩 세워 일자로 배치한 문. 그런데 이건 네 개다. 기둥도 대개는 통나무지만 건봉사 것은 화강암 돌기둥(높이 1.6m)위에 짧은 통나무를 받친 형국이다. 돌기둥엔 무늬까지 새겨졌다. ‘금강저’(金剛杵·승려가 불도를 닦을 때 쓰는 법구로 번뇌를 깨뜨리는 보리심을 상징)다. 그걸 새긴 데도 뜻이 있다. 일주문 통과 후에 거치게 되는 금강문이 이 사찰엔 없어서다. 여기선 이 금강저가 그걸 대신한다. 금강저는 사천왕문에서 문을 지키고 있는 사천왕과 금강역사 손에 들린 칼이다. 그 칼의 의미. 불법의 세계로 들어오기 전 실타래처럼 엉클어진 속세의 번뇌를 단 칼에 끊어내라는 명령이다.
일주문을 통과하기 전 오른 편을 보자. 15m 큰 키의 팽나무 노거수가 서있다. 그 앞 팻말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불이문이 전쟁 중에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건 모두 나무가 여기서 지켜준 덕분이라고. 고마운 나무가 아닐 수 없다.
산중의 불교사찰은 통상 ‘00산 00사’로 표시된다. 어느 산에 그 절이 들었음이다. 그렇다면 건봉사가 든 이곳이 금강산이란 말인데 과연 그럴까? 금강산은 외금강과 내금강, 두 지역으로 나뉜다. 그래서 금강산을 찾는 루트도 두개. 내금강은 철원, 외금강은 이 건봉산이 길목이다. 건봉산은 금강산에서 뻗어 내린 줄기다. 이곳은 북위 38도 20분쯤으로 군사분계선이 지나고 산양무리가 서식하는 고진동계곡(비무장지대 안)에서 멀지 않다.
건봉사는 이렇듯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 가까이에 있다. 그렇다보니 오랫동안 민통선 안쪽(이북)에 있었다.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 외엔 일반인의 출입이 쉽지 않았다. 그게 풀린 건 1989년. 민통선이 절 뒤편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이젠 군 초소에서 확인 없이도 자유롭게 오간다.
▲저 능파교는 경내 한가운데로 흐르는 개울을 가로지른다. 거길 지나는 스님이 발걸음이 가볍다.
건봉사에는 두 가지 ‘보물’이 간직돼 있다. 조선시대 놓인 무지개다리 ‘능파교’와 불가에서 보물로 통하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치아 8과)다. 능파교는 경내 한가운데로 흐르는 개울을 가로질러 경내의 남쪽(극락전 팔상전 터)과 북쪽(대웅전 염불전)을 이어준다. 치아사리는 경내 두 곳에 봉안돼 있다. 3과는 적멸보궁 앞 사리탑에, 5과는 대웅전 옆 ‘만일염불원’의 ‘석가세존 치아사리함’에. 치아사리는 애초 영취산 통도사에 봉안됐었다. 그걸 왜군이 임진난중에 약탈했고 사명대사가 그걸 되찾아 오는 과정에서 12과가 건봉사에 모셔졌던 것이다. 4과는 1986년에 도둑맞아 여태 오리무중.
여행정보 찾아가기
▶ 손수운전 : 진부령과 거진읍 사이 중간쯤. 국도7호선을 타고 강릉에서 주문진 속초, 간성을 지나 대대읍으로 간 뒤 교차로에서 국도46호선을 따른다. 양평(경기)에서 홍천으로 가 국도46호선을 따르는 방법도 있다.
▶ KTX 경강선: 서울¤강릉 고속철도(2시간소요)를 이용. 강릉에선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간성(2시간소요)까지 간 뒤 택시(10km·1만2000원) 이용.
▶ 템플스테이: 2만원. 예약 및 오후 4시 전 도착 필수.
▲옥이네 밥상의 생선찌개
꾸덕꾸덕 생선찜과 젖갈의 풍미
기자가 속초에 가면 반드시 들르는 식당이 있다. ‘옥이네 밥상’이다. 요즘 같으면 도루묵이 제철인데 이 식당에 가면 제철 생선은 물론이고 철지난 것들도 어렵잖게 맛본다. 꾸덕꾸덕 말려두었다가 갖은 양념을 둘러 무와 함께 찜을 해낸다. 거기선 온갖 젓갈도 맛본다. 그중 최고의 맛은 가자미식해. 그 맛, 어디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깊다.
함경도 월남민 ‘아바이’가 모여 살아 ‘아바이 마을’이라고 불린 동네 거기서 태어나 자라 그 아바이의 입맛을 제대로 배운 월남민 가족의
김옥이 씨가 제 철에 직접 장만해서다. 젓갈은 모두 열세가지고 명태순대와 오징어순대도 있다. 생선찜엔 다섯 가지 생선이 오른다. 알배기 도루묵에 가지미와 코다리(명태), 가오리 등등. 살짝 말린 생선을 쓰는 것은 함경도 스타일이다. 씹을 때의 쫄깃한 식감, 구수한 생선살과 거기 배어든 양념 맛이 기막히다. 아바이는 함경도 남자를 지칭하는데 속초의 이 아바이마을은 공산치하에 넌더리나 한국전쟁 중 월남한 아바이들이 모여 형성됐다. 위치는 청초호와 바다 사이였는데 초기엔 허리춤 깊이로 땅을 파고 입구만 막은 토굴집이 대부분이었단다.
지금은 강원국제관광 엑스포기념관이 들어선 청호동의 번듯한 주택가. 1100여 가구 3600여 주민 가운데 70%가 실향민이다.
옥이네밥상은 설·추석 등 명절(3일)만 빼고 매일 영업(오전7시¤ 오후9시) 한다. 젓갈 식해는 택배로도 맛볼 수 있다.
<출처> 2018. 12. 13 / 동아닷컴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강원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릉선 KTX 첫차 타고 강릉 하루 여행 (0) | 2019.01.26 |
---|---|
겨울축제 열리는 강원도 평창, 휘돌아 흐르는 강물 위 수직 절벽… 목숨 바쳐 지킨 절개 (0) | 2019.01.13 |
원대리 자작나무 숲, 곧게 뻗은 자작나무는 고상하고 단아했다. (0) | 2018.11.14 |
시반사우(詩伴四友)의 강릉 나들이, 옛 시인들의 자취를 따라가며 진한 감흥에 젖다 (0) | 2018.11.01 |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 호수·바다·해당화·소나무가 어우러진 경승지 (0) | 2018.10.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