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스라엘 종교사에 있어 최고의 것은 모두 이때 발전했다. 민족과 종교의 생존이 위협받자, 그들은 자신의 전승을 본격적으로 문서화하여 성경을 형성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제의가 그들 신앙의 핵심이었으나, 제의를 드릴 처소를 잃자 그들은 말씀(율법)을 신앙의 중심으로 두게 되었다. 이는 유대교라는 종교의 역사적 초석이 되었다. 유일신 사상도 더 첨예화되고 강화되었다. 땅을 잃고 또다시 방랑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가장 선한 것을 낳았다.
인생이 잘 나갈 때, 하나님은 그저 삶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인생의 쓴 맛을 보게 되면, 당장 하나님은 그 사람의 전부가 된다.
◇정착과 방랑 사이, 디아스포라
포로기를 지나고, 이스라엘은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땅에 정착한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땅에 정착하자 그들은 또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포로기 전보다 더 실망스러웠다. 가나안 땅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과, 바벨론에 잡혀갔다가 돌아 온 유대인들 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생겨났다. 서로 싸우고 난리였다. 종교적 타락과 정치적 혼탁도 다시 시작되었다.
다시 고향 땅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외세로부터 완전히 독립을 이룬 것은 아니었다. 바벨론 제국에 이어 페르시아의 압제 아래 살아야 했으며, 이후 헬라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된다. 기원후 1세기에 예루살렘은 다시 무너지며, 유대인들은 또 다시 도망가야 했다. 다시 땅을 잃은 방랑자들이 된다. 15세기에도 다시 핍박을 받게 되어, 멀리 러시아나 동유럽, 아프리카와 중국에까지 흩어져 살게 되었다. 그들을 흔히 디아스포라(diaspora)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세상을 방랑하며, 또 다시 놀라운 사람들이 된다.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은 인류 역사의 위대한 자산이 되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앨버트 아인슈타인, 펠릭스 멘델스존, 바뤼히 스피노자, 버트란드 러셀, 에릭 프롬, 마틴 부버, 빌 게이츠, 스티븐 스필버그 등등. 모두 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이며 방랑자의 후손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은
1948년, 방랑하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땅에 또 다시 나라를 세운다. 많은 유대인들이 방랑을 멈추고 국가 이스라엘에 돌아와 정착한다. 근본주의적 유대인들은 이를 아브라함 약속의 성취로 본다. 하지만 그들의 건국은, 그들의 정착은 또다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왔다. 끔찍한 피를 부르는 전쟁의 시작이었으며, 이로 인한 중동 지역의 분쟁은 인류 미래의 큰 근심거리가 되어버렸다. 미안한 말이지만, 유대인들은 정착할 때 보다 방랑할 때 제일 아름다웠다.
▲이스라엘 초대 총리인 다비드 벤구리온이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건국 선언을 하고 있다. 마침내 정착할 땅을 지니게 됐으나 그래서 유대인은 더 존경받게 되었는가.
그래서 ‘땅’은 유대인의 신앙과 철학, 예술에 있어 가장 깊은 근저에 있는 혼과 같다. 이스라엘의 가장 유명한 일간지 이름은 ‘하아레츠’며, 뜻은 ‘그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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