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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가평 조무락골, 산새도 춤추고 재잘거리는 물 맑은 계곡

by 혜강(惠江) 2018. 8. 17.

 

가평 조무락골

 

 

산새도 춤추고 재잘거리는 물 맑은 계곡

 

가평군 북면 적목리

 

 

 

 

글·사진 남상학

 

 

 

 

 

 

38교를 막 지나면 75번 도로 변에 조무락골의 방향을 가리키는 간판이 서 있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왔어도 금년 여름 더위는 수그러질지를 모른다. 오늘도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른다고 하여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볼 요량으로 가평에 있는 조무골을 찾기로 했다. 회원 여섯 중 집안 형님이 별세하는 바람에 다섯 명이 상봉역에서 만나 경춘선 전철을 탔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가평은 일찍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찾는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대성리, 청평, 자라섬, 아침고요수목원, 쁘띠프랑스 등 유명한 관광지가 여럿이고, 유원지와 캠핑장도 수두룩하다. 등산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주말 산행지로도 각광 받는다.

 

 

 

 

▲조무락 계곡에 자라는 바위단풍

 

 

 

 가평을 중심으로 경기도 최고봉인 해발 1468m의 화악산을 비롯해 명지산, 연인산, 석룡산, 칼봉산, 호명산, 유명산, 운악산 등 높고 아름다운 산들이 즐비하고, 등산로도 한둘이 아니다. 산이 높은 덕분에 물도 많다. 익근리 계곡, 용추계곡, 백둔 계곡 등은 수도권 시민들의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 계곡 깊숙이 자리잡은 조무락골, 새가 춤추며 노래한다는 곳이다.  

 

 

 

 춘천 사는 회원이 차량을 가지고 가평역까지 와서 조무락골로 달렸다. 가평군 북면에 접어들어 차가 달리는 양옆으로 숲이 우거져 있다. 가평은 전체 면적의 80% 이상이 산지여서 산과 산이 만나는 골짜기마다 계곡이 풍성하고 크고 작은 계곡에는 물이 풍성하다. 물이 흐르는 계곡마다 천막·평상 같은 임시시설물을 세워 영업을 하고 있다. 오전인데도 아이들은 물놀이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런 풍경을 스치듯 지나치며 조무락골 입구까지는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조무락골의 들머리는 시내버스 종점인 용수목 근처의 38교다. 가평읍에서 75번 국도로 연인산, 명지산 입구인 적목리를 지나 38교까지 약 30km 거리이고, 가평터미널에서 용수동 종점행 버스도 다닌다. 38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조무락골로 들어가게 된다. 이 38교에서 이어지는 천이 석룡천이고, 등산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이 조무락골이다.

 

 

 

 

 

▲조무락골 입구에 세운 간판, 이곳에도 펜션과 식당이 여럿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석룡산까지 오르는데 세 코스가 있다.  

 

 

 

 그런데 조무락골 입구에는 이미 산행을 위한 등산객을 싣고 온 관광버스 두 대가 등산객을 내려놓고 차를 돌리기 위해 길을 막고 있다. 여기에다 오른쪽 조무락골로 들어가는 승용차와 뒤엉켜 혼란스럽다. 한참을 대기하며 체증이 풀려서야 오른쪽으로 겨우 차 한 대가 지나칠 만큼의 좁은 길로 들어가면 6km에 이르는 조무락골 계곡이 펼쳐진다.

 

 조무락골은 화악산과 석룡산(1,153m) 사이에 숨어 있다. 가평천의 최상류에 있는 험난한 계곡은 폭포와 담(潭), 소(沼)가 상류에서 하류까지 고르게 발달해 전체가 비경 지대라 할 수 있다. 산세가 빼어나 새들이 춤을 추며 즐겼다 해서 ‘조무락(鳥舞樂)’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하고, 새들이 재잘(재잘의 사투리 ‘조무락’)거려 붙은 이름이라고도 한다. 깊은 산중을 길게 흘러내리는 넓은 물줄기와 푸른 이끼에 덮인 바위, 짙푸른 숲이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조무락골 깊숙이 자리잡은 조무락산장, 이곳에서 우린 닭도리탕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15분쯤 들어가면 불쑥 펜션 건물 ‘조무락’이 나온다. 집 앞마당에서 보는 화악산 풍경이 근사하다. 조무락골이 유명해지면서 입구에서 500m 정도에는 ‘석룡산주막’을 비롯하여 최근에는 우후죽순처럼 식당과 펜션이 들어서 산만하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펜션에서 5분쯤 가면 길 오른쪽에 허름한 민가가 보이는데, 이곳은 대대로 조무락골에서 살아온 농가다. 토종꿀통을 지키며 살고 있다. 농가에서 좀 더 오르면 ‘조무락산장’이 나온다.

 

 

 

 

▲ 조무락골을 걸어오르는 회원들 

 

▲삼거리에 설치한 안내표시대 

 

▲석룡산 등산에는 세 코스가 있다.

 

 

 

 조무락산장을 지나면 삼거리다. 표지판을 보면 왼쪽으로는 석룡산 정상으로 오르고 오른쪽으로는 북포동 폭포로 가게 되어 있다. 조무락골 계곡 구경이 목적이라면 삼거리에서 되돌아가는 것이 좋겠으나 우리 일행은 오른쪽 북호동 방향의 계곡으로 들어섰다. 회원 중에서 걷기가 힘든 회원이 있어 조무락 계곡에 발을 담그고 탁족(濯足)놀이를 했다.

 

 탁족은 전통적인 선비들의 피서법이었다. 선비들은 몸을 노출하는 것을 꺼렸으므로 발만 물에 담근 것이다. 그러나 발은 온도에 민감한 부분이고, 특히 발바닥은 온몸의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발만 물에 담가도 온몸이 시원해진다. 또한 흐르는 물은 몸의 기(氣)가 흐르는 길을 자극해 주므로 건강에도 좋다. 음식이나 기구로 더위를 쫓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더위를 잊는 탁족은 참으로 선비다운 피서법이다.

 

 

 

 

▲ 계곡 여기저기 깔판을 깔고 휴식을 즐기는 피서객들이 보인다.

 

▲주무락계곡을 가로질러 북포동폭포 쪽으로 오르는 사람들

 

 

▲ 조무락골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탁족놀이 하는 모습, 이만한 피서가 어디 있겠는가?

 

 

 

 탁족이라는 용어는 『맹자(孟子)』의 “창랑의 물이 맑음이여 나의 갓끈을 씻으리라. 창랑의 물이 흐림이여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에서 한 구절에서 취한 것이다.

 

 굴원(屈原)의 고사에서 유래한 이 구절은 물의 맑음과 흐림이 그러하듯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스스로의 처신 방법과 인격 수양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탁족은 피서법일 뿐만 아니라 정신 수양의 방법이기도 하다. 선비들은 산간 계곡에서 탁족을 함으로써 마음을 깨끗하게 씻기도 하였다.

 

 

 

 

▲탁족놀이에는 음료와 과일을 시원하게 물 속에 담궈두고 꺼내먹는 재미가 있어야... 

 

 

 

 그러나 고답적인 해석과 관계없이, 서민들의 피서법인 산유(山遊)에서 탁족을 하는 일은 자연 발생적 풍속이라고 여겨진다. 기계문명을 떠난 자연친화적이고 소박하고 건강한 피서법인 셈이다. 탁족놀이 중에 우리는 평평한 자리를 잡고 윷놀이 등으로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장을 지나 오붓한 산길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등산로를 따라 2시간가량 오르면 석룡산 정상을 밟아볼 수 있다. 산행 코스는 조무락골을 따라 석룡산에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조무락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방식이 정석이다. 38교 입구∼복호동폭포 2.7㎞ 1시간쯤 걸리고, 석룡산 정상을 거쳐 38교 입구까지 왕복하는 데는 약 11.4㎞, 6시간쯤 걸린다.

 

 

 

 

 

 

●가는 길 

 

 

▲경춘선 가평역에서 하차하여 가평터미널러 이동, 용수동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좋다. 사진은 전철역 경춘역   

 

 

 

 46번 경춘국도를 타고 청평을 지나 가평읍에서 북면까지 간다. 북면 소재지인 목동리의 두 갈래 길에서 왼쪽 길이 가평천을 따라가는 75번 국도이고, 오른쪽 길이 화악산을 넘어가는 391번 지방도다. 75번 국도를 따라가면 가평천의 물길을 따라 계곡을 지나는데, 적목리의 38교에 조무락골이 시작된다.

 

 가평으로 가는 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6시10분부터 수시로 있고, 청량리 환승센터에서 1330-2, 1330-3번 버스가 오전 6시40분부터 약 30분 간격으로 다닌다. 가평→용수동(조무락골 입구) 09:00 11:00 15:00 16:40 17:20, 용수동→가평 07:00 10:10 12:00 16:10 17:50

 

 

 

●식사 

 

 

 

▲등산로 초입에 있는 첫번째 식당 '석룡산주막'

 

 

 

   조무락골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조무락펜션’(북면 적목리 66 / 031-582-6060)은 마지막 산장이다. 이곳에서 내는 닭백숙, 닭도리탕, 촌두부, 막걸리 등은 별미다. 등산로 초입에 위치한 첫 번째 집인 ‘석룡산주막’(북면 적목리 489-2, 010-6213-5387)도 한방닭백숙, 닭볶음탕, 민물매운탕, 해물파전 등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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