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여행
한탄강 지질명소를 가다
50만년 전 용암이 만든 절경…
에메랄드빛 폭포에 넋 잃고, 한탄강 협곡에 "우와~" 감탄
포천 = 강정미 기자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와 에메랄드 물빛 아름다운 비둘기낭 폭포. 화산활동과 침식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등 다양한 지질을 관찰할 수 있는 한탄강 지질 명소 중 하나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폭포 안쪽으로는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다. 일반 관광객은 사진 왼쪽에 보이는 전망대에서 풍경을 볼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포천에선 대교천 현무암 협곡(천연기념물 제436호)과 고남산 자철석 광산, 지장산 응회암, 화적연(명승 제93호), 교동 가마소, 멍우리 협곡(명승 제94호), 비둘기낭 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 구라이골, 포천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제542호), 백운계곡과 단층, 아트밸리와 포천석 등 총 11곳의 지질 명소를 만날 수 있다. 책에서나 보던, 아니 책에서도 보지 못했던 경이로운 풍경을 만나기에 포천은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오는 13일 '한탄강 하늘다리'가 개통돼 한탄강 협곡을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소식은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한탄강 협곡 따라 조성된 주상절리길 트레킹 즐기기에도 좋은 계절,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폭포가 가까워질수록 폭포 소리도 커졌다. 주상절리 계곡 아래 숨어 있던 비둘기낭 폭포는 거짓말처럼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아래 에메랄드 물빛은 감탄사도 잊게 만들었다. 물빛에 취한 것도 잠시, 김명숙(46) 지질공원 해설사의 설명에 고개를 돌렸다. "동굴 위를 자세히 보시면 용암이 3번에 걸쳐 흐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어요.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판상절리, 하식동굴까지 볼 수 있어서 '지질 종합세트'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다시 둘러본 폭포는 높게 뻗은 현무암 협곡과 다양한 절리가 입체 조각처럼 형성돼 있다. 침식작용으로 깊이 파인 하식동굴도 신기하기 그지없다.
포천의 대표적인 명소인 비둘기낭 폭포의 이름은 예전부터 멧비둘기들이 절벽과 동굴에 많이 서식했고 폭포의 모양이 주머니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 녹음 짙어지는 봄 풍경도 아름답지만 단풍과 어우러지는 가을, 고드름 자라는 겨울 풍경까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된 이후 폭포 아래 접근은 금지됐는데 전망대에서도 풍경을 감상하긴 충분하다.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비둘기낭 폭포 입구 근처 '폭포 전망대'도 놓치지 말자. 비둘기낭 폭포 전경과 협곡, 그 아래 쌍둥이 폭포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숨은 뷰포인트다.
▲13일 개통을 앞둔 ‘한탄강 하늘다리’. 현무암 협곡 위를 걸으며 실감 나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한 건 선조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겸재 정선은 금강산으로 향하는 길에 화적연(禾積淵)을 화폭에 담았다. 화강암 바위가 마치 짚단을 쌓아 놓은 것처럼 생긴 연못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매끈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데 겸재의 그림 속 풍경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지만 화적연의 풍광은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 새로운 한탄강을 마주하는 기분도 든다. 화강암 바위뿐 아니라 탁 트인 강가를 따라 모래 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림이 따로 없었다.
▲화강암 바위와 한탄강이 절경을 이루는 화적연. 아름다운 풍광은 조선 후기 겸재 정선의 화폭에도 담겼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이 겸재가 그린 ‘화적연’.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현무암 협곡이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은 교동 가마소. / 포천시 제공
천천히 걸으며 즐기는 여유와 풍경
지질 여행을 즐겼다면 천천히 걸으며 여유와 풍경을 만끽할 차례. 신북면 기지리 포천아트밸리로 향한다. 폐채석장을 문화 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곳이다. 화강암을 채석하던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 만들어진 천주호는 에메랄드빛으로 빛나고 웅장한 화강암의 운치는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최근 미디어파사드와 라이트 조각 작품 등을 설치해 야간에도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눈 닿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 반겨주고 문화 공연과 전시, 체험 행사도 다양하다. 그저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가파른 경사길 오르기 쉽게 모노레일을 설치해 편하게 주변 경관을 즐길 수도 있다. 아트밸리에서도 암맥, 절리, 단층, 토르 등 다양한 지질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 입장료 어른 2000원, 어린이 800원. (031)538-3483
▲폐석장을 문화예술 공간으로 되살린 포천아트밸리의 천주호. / 포천시 제공
▲그림 같은 산정호수 둘레길은 해가 진 뒤에도 조명 따라 밤 산책을 즐기기 좋다. / 포천시 제공
▲포천의 숨은 명소들. 80년 넘는 수령의 전나무가 200m 가까이 이어지는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길.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국립수목원은 조선 7대 왕인 세조와 정희왕후의 묘인 광릉(光陵)을 둘러싼 광릉숲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왕실림으로 일반의 출입이 금지된 채 500년 넘게 보존된 광릉숲은 다양한 식물과 동물 생태의 보고로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광릉숲 절반 가까운 1120㏊ 정도의 면적에 6000종이 넘는 식물종과 4400여 종의 곤충·조류·포유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침엽수원, 양치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전문 전시원과 산림박물관이 있고, 어린이 정원·소리 정원처럼 천천히 걸으며 사색할 수 있는 숲길과 쉼터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80년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전나무 숲길이 백미. 1920년대 오대산 월정사의 전나무를 증식해 조림한 것으로 국내 3대 전나무 숲길 중 하나로 손꼽힌다. 봄을 맞아 활짝 핀 꽃들이 반겨주는 수생식물원, 관상수원 풍경도 아름답다. 1일 방문객 수를 5000명으로 제한한다.
▲ 전 세계 다양한 고산식물 관찰할 수 있는 평강식물원의 암석원. / 포천시 제공
허브를 테마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신북면 삼정리 허브아일랜드도 있다. 허브박물관과 산타마을, 베네치아마을 등 동화 같은 풍경을 둘러보는 동안 향긋한 허브향이 기분 좋게 한다. 해가 진 뒤 오색 불빛 밝히는 '불빛동화축제'도 놓치면 아쉽다. 연중무휴, 오전 9시에서 오후 10시. 입장료 일반 6000원, 어린이 4000원. (031)535-6494.
술이 익어가는 시간
산사나무 가득한 정원에서 술이 익어간다. 그림 같은 풍경과 알싸한 술 향기가 어우러진 산사원은 포천 여행 코스에서 빼놓기 아쉬운 곳이다. 전통술박물관, 산사정원 등을 둘러보며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직접 생산한 전통주를 시음하거나 직접 가양주를 빚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산사원. 어른 어깨 높이만 한 항아리 500여 개가 줄 서 있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포천을 대표하는 이동갈비. 이동면 장암리엔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출처] 2018. 5. 4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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