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자연 여행의 베이스캠프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조건이 모두 있는 '완벽'한 도시
글·사진 : 김산환
▲ 겨울 버밀리온 호수와 런들산이 만들어낸 캐내디언 로키의 아름다움 풍광
밴쿠버는 150년이란 짧은 역사를 지닌 도시다. 북미의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이 출발부터 계획된 도시다. 도로는 격자무늬로 반듯하고, 사무실이 몰린 다운타운과 주거지역이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다. 여기에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형의 특성상 항구와 요트 정박장, 다리 같은 특별한 구조물이 들어섰다. 이런 구조들과 도시의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뤄 ‘그림 같은’ 밴쿠버를 완성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모든 건축물은 밴쿠버의 자연을 빛나게 하기 위한 부속물에 불과하다. 밴쿠버라는 도시가 진정으로 빛나는 것은 이곳이 자연으로 떠나는 베이스캠프이기 때문이다.
▲ 포트 무디
밴쿠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완벽’이다. 이 도시는 인간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산과 강, 숲, 바다, 섬 등 우리가 꿈꾸는 모든 자연이 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도 이 도시를 빛나게 한다.
여름에는 눈부신 태양이 온종일 내리쬔다. 북극권에 가까운 탓에 해가 쉬 지지 않고 밤늦도록 서편 하늘을 오렌지빛으로 달군다. 가을에는 캐나다 국기에 단풍잎이 등장할 만큼 거리와 숲이 노랗고 빨갛게 단풍으로 물든다.
시도 때도 없이 여우비가 내리고 다운타운에서 빤히 보이는 북쪽의 산정에 설국이 펼쳐지는 겨울은 향긋한 커피 향을 탐하기 좋은 계절이다. 봄이 오면 퀸 엘리자베스 파크에서 화려한 꽃들의 축제가 펼쳐진다. 이처럼 밴쿠버는 자연과 계절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어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찬사를 받는다.
사실 밴쿠버에서는 자연을 찾아 일부러 길을 나설 필요가 없다. 밴쿠버 도심에 이미 대자연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서쪽 바다를 향해 돌출한 곳에는 스탠리 파크가 있다. 밴쿠버를 상징하는 이 공원의 넓이는 무려 400만㎡나 된다. 뉴욕 센트럴 파크보다 훨씬 크다. 단지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숲은 아주 깊고 울창하다. 몇 아름씩 되는 거목들이 스크럼을 짜고 있어 한낮에 들어가도 어둑어둑할 정도다. 어디선가 불쑥 곰이 튀어나온다 해도 당연히 여길 만큼 깊은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숲을 거닐거나, 10km쯤 되는 해안길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하거나, 아니면 푸른 잔디밭에 누워 햇살을 즐기거나, 밴쿠버 여행자라면 적어도 반나절은 스탠리 파크에 머물러야 다음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 크루즈가 정박하는 밴쿠버의 캐나다 플레이스 / 깊은 숲과 바다를 품고 있는 스탠리 파크
밴쿠버는 바다가 뭍을 향해 깊숙이 치고 들어온 곳에 자라목처럼 튀어나온 반도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어디를 가도 아름다운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알래스카로 떠나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캐나다 플레이스나 호화로운 요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그랜빌 아일랜드는 도심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항구다.
다운타운에서 도보로 찾아가는 잉글리시 베이나 선셋 비치는 여느 휴양지의 해변이 부럽지 않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의 포트 무디(Port Moody)나 딥 코브(Deep Cove)는 평화와 휴식이 깃든 밴쿠버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한적한 작은 항구다.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고, 잔잔한 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또 벤치에 앉아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곳이다. 이런 곳을 굳이 여행지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진정한 밴쿠버의 멋은 이런 곳에 깃들어 있다.
▲ 빅토리아의 작은 항구
밴쿠버에서 좀 더 멀리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은 이들은 우선 밴쿠버 아일랜드로 간다. 밴쿠버 서쪽에 있는 이 거대한 섬은 이름도 밴쿠버와 같다. 한때 북미 대륙과 한 몸이었지만 빙하가 녹으면서 떨어져 섬이 된 곳이다. 이 섬이 있어 밴쿠버가 거대한 바다 태평양과 접해 있으면서도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다.
한반도 절반만 한 이 섬의 대부분은 자연 그대로 남아 있다. 태평양과 접한 서편에는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오고, 숲이 우거진 섬의 북쪽에는 아직도 전통을 고수하는 원주민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섬의 남쪽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이하 BC주)의 주도 빅토리아가 있다.
▲ 토피노에서 보트를 타고 나가면 고래를 볼 수 있다
밴쿠버에서 차량도 실을 수 있는, 유람선만큼 큰 페리를 타고 1시간 30분쯤 가면 밴쿠버 아일랜드 여행의 관문 너나이모(Nanaimo)에 닿는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2시간쯤 가면 빅토리아다.
빅토리아는 영국 여왕의 이름을 도시명으로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풍이 물씬 풍긴다. 작은 항구를 중심으로 고풍스럽게 우뚝 선 BC주 청사가 대표적이다. 이 도시는 한두 시간이면 넉넉하게 돌아볼 수 있다. 은퇴한 캐내디언들의 행복한 노후가 궁금하다면 도심 주변에 별장처럼 자리한 타운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부차트 가든(The Butchart Gardens)은 빅토리아와 함께 밴쿠버 아일랜드 남쪽 여행지의 백미라 할 수 있다. 1904년 부차트 부부가 폐광이 있던 자리에 나무를 식재하면서 시작된 이 식물원은 지금 세계 최고의 식물원이란 찬사를 받는다.
지금도 개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넓이가 200만㎡에 달하고 나라별로 꾸며져 있어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잡아야 대충이라도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 부차트 가든에서는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이는 밴쿠버 아일랜드의 날씨가 겨울에도 온화해서 가능한 일이다. 특히, 식물원 전체를 트리로 장식하는 크리스마스에는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너나이모에서 서쪽으로 3시간쯤 가면 토피노(Tofino)에 닿는다. 진정한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자 날것 그대로 원시의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토피노의 야성미 넘치는 해변에 서면 ‘거대한 바다’ 태평양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밴쿠버에서는 볼 수 없는 큰 파도가 끝없이 밀려오고 해변에는 거죽이 벗겨진 거대한 나목이 뒹군다.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봄가을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나 한층 신비롭다. 이곳에서 배를 타고 나가면 북극까지 회유하는 고래 무리를 만날 수 있다.
▲ 꽁꽁 언 루이스 호수와 끝없이 펼쳐진 침엽수림 / 세계 최고의 식물원 부차트 가든
캐내디언 로키를 비롯한 궁극의 산 여행
▲ 아이스필즈 파크웨이
밴쿠버 서쪽을 섬과 바다가 장식한다면 북쪽과 동쪽은 산이 장식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바라보면 두 개의 산이 솟아 있다. 왼쪽이 사이프러스(Cypress)산, 오른쪽이 그라우스(Grouse)산이다. 이 두 산 정상에는 스키장이 있는데 산 정상에서 스키를 타면 마치 밴쿠버 다운타운을 향해 날아갈 것처럼 도심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내리는 겨울에도 이 산이 있어 힘이 된다. 다운타운에서 30분이면 설국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계절에는 트레킹의 천국이 된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라이온 게이트 브리지를 건너 북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99번 도로를 타고 간다. 이 도로의 애칭이 ‘시 투 스카이(Sea-to-Sky)’다. 바다에서 하늘까지 이어진 도로라는 뜻이다. 밴쿠버에서 휘슬러산까지 이어진 이 길은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달린다. 잔잔한 바다와 산허리를 따라 밀림처럼 펼쳐진 숲, 그리고 가을부터 초여름까지 머리에 눈을 가득 이고 있는 산은 드라이브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시 투 스카이의 정점에는 휘슬러산이 있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자 캐나다 스키어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여름에는 마운틴 바이크(MTB) 마니아들이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다운힐을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휘슬러산에는 휘슬러와 블랙콤, 두 개의 스키장이 있다. 두 스키장은 서로 마주 보고 있는데, ‘피크 투 피크(Peak 2 Peak)’라는 곤돌라로 이어져 있다. 이 곤돌라의 길이는 4.4km에 이른다. 피크 투 피크는 두 개의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지면에서 가장 높은 곳을 운행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케이블을 지탱하는 타워와 타워 사이가 가장 길다는 것. 케이블카 최고 높이는 437m이며 가장 긴 타워 간격은 3km다. 말 그대로 허공에 떠 있는 셈이다. 케이블카 일부는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발밑에 까마득하게 펼쳐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세계 최고의 스키장으로 명성이 자자한 휘슬러
밴쿠버에서 떠나는 산 여행의 백미는 누가 뭐라 해도 캐내디언 로키다. 북미 대륙의 등뼈라 할 수 있는 로키 산맥은 캐나다에서 미국까지 장장 2,400km에 걸쳐 있다. 이 가운데 캐나다에 속한 로키 산맥이 특히 아름다워 별도로 캐내디언 로키라 부른다. 캐내디언 로키는 밴쿠버에서 1번 고속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10시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다. 10시간이라고 하면 지루한 자동차 여행을 상상할 수 있지만 이곳은 예외다. 캐나다 와인의 보물 창고 같은 오카나간 밸리를 지나 캐내디언 로키로 가는 길은 가슴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하다. 10시간이 가볍게 지나간다.
캐내디언 로키에는 밴프, 재스퍼, 요호 3개의 국립공원이 모여 있다. 이 가운데 밴프가 여행의 중심지이다. 빅토리아 빙하가 발을 담근 호수 끝에 럭셔리한 호텔이 자리한 루이스 호수의 풍경은 캐내디언 로키를 압축한 하나의 장면이다. 이 장면을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여름에도 녹지 않는 빙하와 끝없는 침엽수림, 파란 보석 같은 에메랄드빛 호수, 도로에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슴, 하늘을 찌르면서 남북으로 끝도 없이 뻗어나간 송곳 같은 산들이 펼쳐진 곳이라 할 수 있다. 밴프와 재스퍼 국립공원은 ‘아이스필즈 파크웨이(Icefields Parkway)’가 이어준다. 230km에 달하는 이 도로를 따라 캐내디언 로키를 관통하고 나면 더 이상의 여행이 싱거워진다.
· 글·사진 : 김산환(여행 작가. 여행서 전문 출판사 '꿈의 지도'의 대표이며 저서로 '캐나다 로키 홀리데이' 등 다수가 있다.)
· 기사 제공: 대한항공 스카이뉴스(http://skynews.kr)
※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밴쿠버 주 7회 매일 운항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출처> 2018. 4, 10 / 조선닷컴 (트래블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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