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맷길 구간’(민락교∼오륙도) 트레킹 각광
오륙도 봄향기 맡고, 아홉산숲 비경에 쉬다 가다
부산|글·사진 김재범 기자
▲ 기장 아홉산숲의 맹종죽 군락 ‘평지대밭’은 빼곡히 자리잡고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솟은 대나무들의 모습이 장관이다. 부산|김재범 기자
400년된 ‘기장 아홉산숲’ 영화촬영의 명소
회동수원지의 황토길, 맨발로 걷기에 제격
“거, OOOO하기 딱 좋은 날이네.” 영화 ‘신세계’에서 조폭 이중구역의 박성웅이 죽음을 직감하는 순간 내뱉어 화제가 된 대사. 영화 장면과 달리 이후 이 대사는 평소 꿈꾸던 ‘워너비’(wannabe)한 상황에서 만족감을 표현하는 유행어가 됐다. “화창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4월의 봄날, 지금 박성웅의 대사를 응용한다면 딱 이런 표현이 어울린다. “거, 걷기여행하기 딱 좋은 날이네.”
● 가슴 시원한 오륙도, 느긋하게 이어지는 해안선길
갈맷길은 ‘걷고 싶은 도시 부산’이란 슬로건으로 2009년부터 2년에 걸쳐 628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트레킹 코스다. 현지 지형에 맞게 해안길, 숲길, 강변길, 도심길 등으로 구분한 9코스로 이루어졌다. 주요 트레킹 포인트 184개소에 총연장 길이가 863km에 달한다.
워낙 코스가 방대해 한번에 돌아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요즘 1박 내지 2박 일정으로 부산을 찾는다면, 그리고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슬로우투어’를 즐기고 싶다면 오륙도 해돋이공원에서 출발하는 갈맷길 2-2구간(민락교∼오륙도)을 추천한다.
▲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전망이 매력인 오륙도 해돋이공원의 스카이워크(위쪽)와 맨발로 닿는 황토의 질감을 느끼면서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는 회동수원지 산책길. 부산|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회동수원지는 부산시민의 식수원을 담당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갈맷길 8-1구간(상현마을∼동천교)이 있다. 역시 높낮이가 별로 없이 평탄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영강과 회동호를 돌아가는 경관이 빼어나다. 특히 물가를 따라 조성된 산책길은 황토로 이루어졌는데, 맨발로 걷는 것을 추천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초기에 비해 황토가 조금 딱딱해졌지만, 그래도 맨발에 느껴지는 황토 느낌이 꽤 좋다.
부산 외곽 기장군 웅천 미동마을에 있는 아홉산숲은 국유림이 아닌 개인 사유지에 있는 숲이다. 1600년대 웅천에 정착한 남평 문씨 일족이 400년 가까이 숲을 조성하고 관리했다. 산림청이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한 곳이다.
아홉산숲이란 이름이 낯설다면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에서 하정우와 강동원이 대결한 울창한 대숲을 떠올려보자. ‘군도’ 외에 ‘협녀, 칼의 기억’, ‘대호’ 등의 영화와 드라마 ‘달의 연인’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잘 관리한 금강송숲, 진달래 군락, 편백숲, 차나무 재배지, 참나무숲 등도 멋있지만, 영화와 드라마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압도적인 풍광은 대나무숲이다.
공원 초입의 희귀한 구갑죽(거북 껍질모양의 대나무)을 지나 제법 숨이 가뿐 비탈길을 10여분 올라가면 엄청난 맹종죽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아홉산숲에는 ‘굿터’와 ‘평지대밭’이라는 두 곳의 맹종죽 숲이 있다. 두 군데 모두 숨이 턱 막히는 울창한 대숲이 장관이다. 푸른 대숲의 절경을 만끽하고 싶다면 담양 죽녹원과 함께 아홉산숲이 최고의 선택이다.
<출처> 2018. 4. 5 / 동아닷컴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부산. 경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길 걷기 여행, 가덕도 갈맷길 (0) | 2018.06.20 |
---|---|
경남 통영, 느린 걸음으로 엿본 ‘통영의 속살’ (0) | 2018.04.16 |
고령 대가야박물관, 삼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가야를 만나다 (0) | 2018.04.05 |
부산 갈맷길 2, 3, 4 코스 : 짙은 바다를 끼고 시간을 넘나드는 서사(敍事)가 펼쳐진다. (0) | 2018.04.04 |
한려해상국립공원 남해 금산, 하늘 바다 병풍 삼아 산과 섬 위에 눕다 (0) | 2018.03.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