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봄으로… 해파랑길] (上) 부산~경주 구간
이른 아침 바닷바람엔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끝자락의 시샘이 실려 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부산 남구 오륙도 해맞이공원 인근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륙도! 멋지다" "해안절벽이 정말 끝내 주네…."
공원 약간 아래쪽에 있는 오륙도 스카이워크에서는 감탄사 대신 비명이 터져 나왔다. 37m 높이의 절벽 끝에서 바다 쪽으로 뻗은 이곳의 투명한 바닥 아래쪽으로는 아찔한 풍경이 펼쳐진다.
◇지역에 수백억원대 경제 효과
국내 유일의 해안 종단길이자 최장 탐방로인 해파랑길이 공식 개통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전체 10구간, 50개 코스는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끝난다.
▶ 오륙도 스카이워크 ‘아찔한 산책’ -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있는 스카이워크에서 바다와 섬의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들. 해파랑길 770㎞의 출발점인 이 공원에 2013년 10월 스카이워크가 만들어지자 이듬해 76만명, 2015년엔 100여만명이 방문했다. /김종호 기자
해파랑길이 개통한 작년엔 140여만명이 오륙도 해맞이공원 등을 찾았다. 요즘 주말엔 1만명 정도가 몰린다. 김종홍 부산 남구 시설관리사업소 시설팀장은 "스카이워크와 오륙도가 해파랑길의 들머리 길이 된 작년 5월 이후 더 큰 상승작용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에선 해파랑길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부산 남구는 해파랑길을 찾는 방문객들을 겨냥한 새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안리 옆 용호만 부근에 호텔·콘도·광장·상가 등이 포함된 관광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작년 11월 시에 관광지조성계획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문탠 로드'·간절곶 등 볼거리
해파랑길 부산 구간은 초반부터 커다란 감동을 준다. 광안대교가 펼쳐지는 광안리 해변과 해운대 해변을 지나면 해운대의 삼포라 불리는 미포·청사포·구덕포를 만난다. 삼포 중 미포~청사포 구간은 해운대 달맞이공원 내 산책로인 '문탠 로드(Moontan Road·달빛 받는 길)'다. 선탠(suntan)이 강렬한 햇볕에 살갗을 그을리는 것이라면, 문탠은 은은한 달빛의 기운을 쐰다는 뜻을 담은 조어(造語)다.
철길 굴다리를 통과하면 구덕포를 만나고, 해안도로가 송정 해변까지 이어진다. 그다음부터는 동해안이다. 기장군 대변항에서 월전까지는 해안도로가 생기기 전에 있었던 옛길을 걸으며 이천·이동·동백·칠암·임랑 등 정겨운 포구들을 만날 수 있다.
임랑에서 울산 진하 해변까지 가는 여정엔 한반도에서 해돋이가 가장 빠른 간절곶이 있다. 울산 구간의 6개 코스(82.1㎞·23시간30분)는 공업도시라고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숲길과 강변길로 이어진다.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솔마루길과 태화강 십리대밭길은 생태도시로 거듭나는 울산의 오늘을 보여준다.
◇동해안 주상절리 중에서 으뜸
경주 구간(3개 코스 46.4㎞·14시간 30분)에선 천년 고도(古都)의 바다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코스인 10코스는 행정구역상 울산을 포함한다. 북구 정자항에서 2.8㎞를 걸어가면 강동화암주상절리가 나온다. 지상으로 흘러나온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며 수축하는데, 이것이 오랜 시간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사각~육각형 기둥을 이룬다. 이것을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한다. 강동화암주상절리는 기둥처럼 서 있는 형태가 아니고 수평으로 누운 모습이 특징이다.
솔숲과 모래밭, 자갈이 공존하는 경주 양남면의 관성 솔밭 해변을 따라가면 하서해안공원 인근에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나타난다.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양남의 주상절리군(群)은 기울어지거나 누워 있는 주상절리, 거대한 숯을 한 묶음씩 엮은 모양의 수직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등 다양한 모양새를 자랑한다. 국내 최초로 발견된 부채꼴 주상절리는 길이 10m가 넘으며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흙길과 데크 길을 번갈아 걸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자연 예술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해파랑길
부산 오륙도 해맞이공원부터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총 10개 구간 50개 코스, 거리 770㎞의 걷기 길. 작년 5월 공식 개통했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와 일렁이는 푸른 파도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픽] 해파랑길
<출처> 2017. 3. 6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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