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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장성 편백나무숲, 60년 전 한 사나이가 심은 나무가 어느새 300만 그루 숲으로

by 혜강(惠江) 2017. 7. 30.

 

 

장성 편백나무숲

 

60년 전 한 사나이가 심은 나무, 어느새 300만 그루 숲으로

 

 

 

장성 이한수 기자 / 편집 뉴스콘텐츠팀

 

 

 


  먼 길 떠나기 전 아침 몸을 씻었다. 평소보다 정성 들여 마치 제의(祭儀)를 치르는 것처럼. '치유의 숲'이라 했다. 전남 장성 편백나무숲이다. 축령산 기슭 11.48㎢ 면적에 곧게 몸을 뻗은 편백나무, 삼나무가 빽빽하다. '치유 필드' '명상 쉼터'라고 이름 붙인 숲속 공간을 곳곳에 마련했다. 길은 여럿이다. 모암마을에서 금곡마을까지 구간(9㎞)을 걷기로 한다. 모암주차장에 도착하니 빽빽한 나무 무리가 쭉쭉 하늘을 향해 있다. 과연 이곳이구나 싶은데 '장성 편백 치유의 숲'은 1.05㎞ 더 가야 한다는 표지판이 있다.
 
  오른쪽엔 냇물이 흐르고 왼쪽엔 편백숲이 우거진 나무데크 길을 따라 걷는다. 사진 찍으며 천천히 20여 분 걸었을까. 갈림길에 서 있는 원두막이 보인다. '만남의 광장'이라 적혀 있다. 왼쪽 길은 '쉬운 코스', 오른쪽은 '힘든 코스'란다. 오른쪽을 택한다. 단지 호승심(好勝心) 때문이 아니다. 표지판에 '고 임종국 선생이 안장된 나무를 지나는 숲길'이란 글이 있었다.

  임종국(1915~1987)은 이 숲을 혼자 힘으로 일군 이의 이름이다. 1956년부터 20년간 편백·삼나무 300만 그루를 심었다. 식민지와 전쟁을 거쳐 온 산하가 붉은 산 투성이일 때였다. 누구나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이다. 주위에선 한심한 사람이라 비웃었다. 매년 15만 그루, 매일 410그루를 쉬지 않고 20년간 심어야 300만 그루가 된다. 이 고집쟁이 '나무교(敎) 신도'에게 경배(敬拜)하고 싶었다.
 
 
                                                                              '독림가' 임종국나무


 

  '깔딱고개'라 이름 붙인 가파른 경사길을 10여 분 오르니 이내 세 갈래 길이 나타난다. 직진 방향이 '치유 필드'인데 왼쪽 길로 잠시 빠지기로 한다. 임종국이 묻힌 나무가 있는 곳이다. 가파른 나무 계단 지나 비석 없는 무덤 오른쪽 길로 간다. 소박한 느티나무 아래 작은 비석 하나가 낮게 앉아 있다. '춘원 임종국(요셉) 선생님'이라고 적혀 있다. 고향인 순창 선영에 묻혀 있던 선생의 유골을 화장해 소나무 상자에 넣어 2005년 이장했다. 지난주 금요일(19일) 누군가 가져온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임종국 나무' 앞에는 '부인 김영금(율리안나)'이 묻힌 나무가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심었으니 편백나무 나이는 이제 40~60년인데 높이는 20~30m에 이른다. 굵은 것은 두 팔을 한껏 벌려 안아도 닿지 않을 정도다. 이 중엔 분명 내 또래 나무도 있을 것이다. 같은 세월 살면서 저 나무는 저만한 높이와 굵기를 이루고 저렇게 긴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다. 사람들은 이 숲에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 편백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해소,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 효과가 있다 한다. '치유 필드'에 놓인 나무 평상에 앉아 깊은숨을 들이고 내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50~60년대 모습을 간직한 28가구 마을 / 금곡 영화마을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 나무를 심겠다는 뻔한 말을 실제 몸으로 느꼈다. 당대에 이름을 얻으려 한다면 굳이 나무 심을 까닭이 없다. 내가 심은 나무는 내가 무(無)로 돌아갈 때 나를 기억한다. 임종국은 아무런 벼슬도 없이 그저 '독림가(篤林家)'로서 포천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 헌정됐다. 그는 일생 양잠과 특용작물 재배, 묘목 기르기로 살았던 한갓 농부였을 따름이다.

 

  현재 함께 헌정된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김이만 나무할아버지, 현신규 전 서울대 농대 교수, 최종현 SK 전 회장, 민병갈 전 천리포수목원 이사장 등 여섯 분이다. 눈 닿는 곳 어디든 빽빽하게 숲을 이룬 편백나무를 보며 흠뻑 감동했다. 갈 길을 바꾼다. '치유 필드'에서 금곡마을 반대 방향으로 1㎞ 더 걷는다. 임종국 기념비가 있다. 노란 꽃에 둘러싸인 비석 앞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금곡마을은 1994년 영화 '태백산맥'을 찍은 곳이다. 이후 '내 마음의 풍금' 등 영화 4편과 드라마 3편이 촬영됐다. '금곡영화마을'이라 불린다. 낯선 이의 발소리에 개가 컹컹 짖었다. 이곳에서도 조금 걸어가면 한 사나이가 일군 편백나무숲으로 들어간다. 몸이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서울~장성 승용차로 4시간. 금곡마을, 모암마을로 가는 군내버스(061-393-6820)가 있다. 장성 편백나무숲은 4구간 6개 길이 있다. 승용차를 세운 주차장을 기억하고 돌아올 시간을 감안해야 한다.

 * 치유의 숲 안내센터 (061)393-1777, 장성 문화관광과 (061)390-7242

 

 

전국 최대 편백나무 숲에서 '여름 산소 축제'

  전국 최대 편백나무 숲이 조성된 전남 장성 축령산에선 해마다 여름 산소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오는 9월 16일부터 이틀간 모암리 축령산 조림 성공지 일원에서 열린다. 애초 8월에서 9월로 행사 일정이 변경됐다. 자연치유 산으로 알려진 축령산에는 전국 최대 인공조림 편백 숲(779㏊)이 들어서 있다. 편백나무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피톤치드 특유의 향을 내뿜는다. 이 때문에 편백숲은 삼림욕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축령산 편백숲은 서삼면 모암리 682, 서삼면 추암리 669, 북일면 문암리 500, 북일면 문암리 222번지 등 네 곳에 분산돼 있다.

 

자연치유 산으로 알려진 축령산 여름 편백나무 숲에서 자전거 동호회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전남도 제공

 
 
  백양사 쌍계루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북하면 장성호에선 여름이면 수상스키, 카누 등의 해양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북하면 남창계곡은 여름 피서지로 인기를 끈다. 계곡 곳곳마다 크고 작은 폭포와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다.

  장성군은 2014년 10월 '옐로우시티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노란색을 군 이미지로 적용한 것이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색채 사업을 지역 소득과 연계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홍길동 테마파크는 황룡면 아곡리 5052㎡ 부지에 2003년 개관했다. 홍길동 전시관, 산채체험장, 풋살경기장, 청백한옥, 자동차야영장 등이 들어섰다. 삼채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

 

 

 

<출처> 2017. 5. 25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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