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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마곡사 솔바람길, 백범이 걷던 길 따라 솔향 그윽하다

by 혜강(惠江) 2017. 3. 16.

마곡사 솔바람길

백범이 걷던 길 따라 솔향 그윽하다

마곡사(공주) = 이한수 기자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 제멋대로 자유롭게 자란 소나무가 울창하다.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자취가 곳곳에… 스무살 때 사형 선고 후 탈옥해 이곳에 숨어들은 곳,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로 간다. 이 봄, 솔향 그윽하다. 전쟁도 피해간다는 '십승(十勝)'의 땅이다. 백범은 머리 깎고 승려로 살았다. 법명은 원종(圓宗). 120년 전인 1898년 일이다.

 

 봄엔 마곡사, 가을엔 갑사.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성어(成語)가 그냥 생긴 것은 아니겠다. 공주 마곡사 솔바람길로 간다. 이 봄, 솔향 그윽하다.

 다른 이름은 '백범 명상길'. 길가 표지에는 대개 이 이름으로 적혀 있다. 백범 김구(1876~1949) 선생의 자취가 곳곳에 있다. 백범은 스무살 때인 1896년 황해도 안악에서 암약 중인 일인(日人)을 처단했다. 국모(명성황후) 시해에 대한 복수였다. 사형 선고 후 탈옥해 이곳에 숨어들었다. 전쟁도 피해간다는 '십승(十勝)'의 땅이다. 머리 깎고 승려로 살았다. 법명은 원종(圓宗). 120년 전인 1898년 일이다.

 마곡천에 놓인 극락교를 건넌다. 냇물 소리는 이미 봄이다. 마곡사는 본전(本殿)이 두 개. 대광보전과 대웅보전이다. 모두 보물로 지정됐다. 대광보전 앞 오층탑은 원나라 라마교 영향을 받은 탑이다. 역시 보물이다. 꼭대기에 라마탑 양식인 풍마동(風磨銅) 장식이 있다. 세계에서 세 개밖에 없다 한다. 설명문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라고 적었다.

 백범은 광복 후 이곳을 다시 찾았다. 여러 동지와 함께였다. 남다른 감흥이 있었을 것이다. 대광보전 옆에 향나무 한 그루를 심고 기념 촬영을 했다. 지금 향나무 왼쪽 기와집에 선생의 사진과 휘호 등을 전시했다. '백범당(白凡堂)'이라 편액을 달았다. 사진에서 오층탑이 왼쪽에, 대광보전이 뒤에 있다. 불전(佛殿) 기둥에 걸린 주련(柱聯) 글씨가 선명하다. 각래관세관(却來觀世間) 유여몽중사(猶如夢中事). '물러나와 세상 일 돌아보면 모두가 마치 꿈속 일과 같네.' 백범은 이 글귀를 보고 더욱 감개무량해했다 한다. 탑도 불전도 그대로다. 주련 글씨는 조금 빛이 바랬다.

 

 

백범 김구 선생이 머리카락을 자른 ‘삭발바위’.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독특한 2층 양식 대웅보전 옆으로 난 길을 따라 200m쯤 걷는다. 마곡천 냇가에 백범이 머리를 깎았다는 '삭발바위'가 있다. 백범은 떨어지는 머리칼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백범일지'에서 회고했다. "사제(師弟) 호덕삼(扈德三)이 머리털 깎는 칼을 가져왔다. 냇가로 나가 삭발 진언을 쏭알쏭알 하더니 내 상투가 모래 위로 툭 떨어졌다. 이미 결심은 하였지만 머리털과 같이 눈물이 뚝 떨어졌다."

'백범 명상길'은 이제 산길로 이어진다. 푸른 이끼 낀 계곡을 휘돌며 흐르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솔바람길'이란 이름은 이 구간 때문일 것이다. 중턱에서 군왕대(君王垈)로 가는 약 1㎞ 산길이다.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유롭게 자란 소나무가 멋스럽게 이어진다. 높이가 20m는 될 듯하다. 누렇게 변색한 솔잎을 땅에 무수히 떨구고도 파란 새 솔잎을 나뭇가지에 잔뜩 달고 있다. 군왕대는 지기(地氣) 센 마곡에서도 가장 땅 기운이 강한 곳이라 한다. 군왕이 나올 만하다 하여 이름 붙었다. 조선 세조 임금이 이곳에 올라 "내가 한 나라의 왕이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는 비교할 수가 없구나"라고 했다 한다. 사실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말이 조선 말기까지 전해질 정도여서 이곳에 묻힌 유골들을 모두 파내고 돌로 메웠다 한다. 지금은 사방을 돌로 둘러친 공터다. 소나무에 가려져 주변 조망은 어렵다.


솔바람길 또는 백범 명상길은 세 코스가 있다. 모두 마곡사에서 시작한다. 1코스는 삭발바위와 군왕대를 지나 다시 마곡사로 돌아오는 길. 느린 걸음으로 걸어도 50분 정도 걸린다. 조금 가파른 구간이 있으나 힘들지 않다. 봄 솔숲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정작 백범이 은거했던 백련암을 아니 갈 수 없다. 2코스에 속해 있다.

 

백범당. 김구 사진과 휘호를 전시했다.

 

 마곡사에서 나와 정면 오른쪽 길로 간다. 공사가 한창이어서 조금 어수선하다. 왼쪽 산길에 '송림욕장' 표지가 보인다. 꽤 가파른 길이다. 땀 흘리며, 헐떡거리며 한참을 오른다. 잡목들이 함께 있어 솔숲의 위엄은 가려져 있다. 정상 능선 갈래길 표지에는 왼쪽으로 활인봉까지 10분, 오른쪽 백련암까지 20분이라고 적혀있다. 백련암 방향으로 간다. 내리막길이다. 바위에 못생긴 부처님을 새긴 '마애불'이 있다. 한 가지 소원만큼은 꼭 이뤄주는 기도처라고 한다. 계단길을 내려오면 백련암이다. 1898년 백범이 계를 받고 수행하던 곳이다.

 

 

공주 마곡사 대광보전./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길은 다시 마곡사로 돌아온다. 경내 벤치에 앉아 한동안 봄볕을 즐겼다. 중년 남자가 합장하고 오층탑을 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가 지나갔다. 알록달록 옷을 입은 등산객이 잠시 멈춰 선다. 초춘(初春)의 양광(陽光)이 따뜻했다.
 
 
 


솔바람길 1코스(3㎞·50분) 추천. 2코스는 마곡사→천연송림욕장→백련암→활인봉→생골마을→마곡사로 이어지는 5㎞(1시간 30분), 3코스는 나발봉과 전통불교문화원까지 크게 도는 10㎞(3시간 50분) 구간. 솔숲은 1코스 구간이 더 아름답다. 2코스 백련암 가기 전 시멘트 포장도로 길에 있는 솔숲도 좋다. 마곡사 입장료 3000원.

마곡사 주차장 입구에 산채정식 등을 파는 식당이 여럿 있다. 태화식당(041-841-8020) 더덕정식 1만5000원(2인분부터). 각종 산나물과 전, 찌개를 함께 낸다.

 

<출처> 2017. 3. 9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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