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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장항 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 솔향기와 바다내음을 맡으며 하늘을 걷는 재미

by 혜강(惠江) 2017. 6. 23.



장항 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


솔향기와 바다내음을 맡으며 하늘을 걷는 재미



· 사진 남 상 학




 금강이 굽이굽이 흘러 서해와 만나는 곳,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를 이루는 지점에 자리한 항구 장항. 장항제련소 굴뚝이 상징하듯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끌던 장항이 지금은 살아 있는 생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신성리 갈대밭을 살펴보고 장항송림산림욕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장항송림산림욕장, 길이 1.8㎞의 솔숲 장관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장항송림욕장의 북쪽이었다. 북쪽 입구에는 서천청소년수련관이 있고, 솔숲이 시작되는 지점에 솔바람캠핑장이 자리한다. 솔숲으로 이루는 이곳 송림마을은 예쁜 집들이 숲과 잘 어울린다. 알고 보니 이 마을은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서해 바다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충남 서천 장항읍 주민이 나서 조성한 소나무 방풍림이다. 50여 년 전 묘목을 심기 시작해, 현재 소나무 2만 5000그루가 면적 12만㎡에 이르는 숲을 형성하고 있다.


 소나무 숲길 입구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간단한 체력 단련 기구도 있어 솔숲이 만드는 그늘 아래서 더위를 식히며 즐기는 맛도 일품이다. 중간 중간 마련된 벤치에서 잠시 쉬어가기 좋고, 돗자리를 펼치기 좋은 원두막과 들마루도 군데군데 있다.


 송림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빛과는 사뭇 다른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 데크와 폭신한 흙길로 이루어진 산책로를 따라 맥문동을 비롯한 각종 풀들이 반긴다. 모래가 고운 길, 다져진 마사토길도 있어 어린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솔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를 따라가면 ‘풀꽃’을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시비 앞에서 예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1' 전문)


 ​​ 이름을 알고 나면​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친구가 되고

​​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나태주 ‘풀꽃 2’


 몇 줄 안 되는 짧은 시이지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면 하찮은 사물에서도 메말라가는 감성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이 시는 보여준다. 수령 40~50년 된 울창한 숲은 1.8㎞에 이르는 해변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어림잡아 20m가 넘는 것들이다.


 숲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서천의 바닷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삼림욕장의 솔숲은 바닷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할 뿐더러 해안 사구의 모래 유실을 막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드넓게 펼쳐지는 바다를 오른쪽으로 두고 솔숲을 걷는 맛이 그만이다.














소나무 숲에 자라는 맥문동


 솔숲을 가로지르는 산책로가 여러 갈래 나 있는 길에는 맥문동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맥문동 관련 시비 조형물을 설치해관광객에게 포토존 공간을 제공한다. 2.7ha의 이곳 대규모 맥문동 단지는 단일 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라고 한다. 뿌리는 한약재로 많이 쓰이지만 약재를 수확하기보다는 관상용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인 맥문동은 우리나라 중부이남 전국의 산야 혹은 논이나 밭둑에서 자생한다. 맥문동(麥門冬)은 뿌리의 굵은 부분이 보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맥문(麥門)이라 하고, 겨울을 이겨낸다고 하여 동(冬)을 붙인 것이다.


 맥문동은 일조량이 적은 곳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때문에 나무 그늘에 심는 풀로 맥문동만큼 좋은 것은 없다. 크기는 20∼50cm 정도 자라며,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잎이 모여 나와서 포기를 형성하고, 수염뿌리는 가늘고 긴데 어떤 것은 굵어져서 뿌리 끝이 커져 땅콩 같은 덩이뿌리가 되므로 토사유실을 막는데도 최적의 식물이다.


  여름날

  매미 울면

  긴 꽃대 마디마다

  귀를 달고 울음 귀동냥 한다


  여름 끝과 함께

  매미 소리 끝나면

  소리마다 흑진주가 된

  구슬 걸어

  꽃으로 피워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드리우는 맥문동


  땡볕

  소나기

  천둥

  여름을 여름답게 산 삶으로 맞는

  가을의 섭리를 배운다

  맥문동에게.


                - 권혁춘 ‘맥문동(麥門冬)’


 자줏빛 꽃을 피우는 맥문동 꽃은 8월에 개화한다고 하니 여름 피서철에는 단지 내 솔바람길과 해송 군락이 장관을 이룰 것으로 추측된다.




- 맥문동을 심는 아낙들, 송림 아래 맥문동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

  


장항송림의 명물, 15m 높이 스카이워크


 길섶의 맥문동을 살펴보며 솔숲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바닷가에 철제 탑이 나타난다. 장항 스카이워크 구조물이다. 솔숲이 아름답고 갯벌이 드넓은 장항송림산림욕장에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들어섰다.


 매표를 하고 나선형 계단을 돌고 돌아 올라서니 키 큰 곰솔 높이에 맞춰 지그재그로 바다까지 이어진 장항 스카이워크가 자태를 드러낸다. 피톤치드 가득한 장항 송림 숲을 발아래에 두고 아찔한 하늘길이 236m로 이어진다.


 나무 데크를 깐 곳은 그나마 지나가기 쉽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을 깐 곳은 고소공포증이 없는 이들도 괜히 아찔해질 만큼 짜릿하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스카이워크가 살짝 움직이기 때문에 더 긴장된다. 하지만 안전에는 아무 문제없다. 이곳 소나무는 유독 키가 크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솔잎이 가득해 싱그러운 솔향기를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하이힐은 틈 사이로 굽이 빠질 수 있으니 편안한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주변 경치를 만끽하며 길 끝자락에 이르면 ‘기벌포 해전 전망대’라고 쓰인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기벌포는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장항읍 금강하구 일대의 옛 지명이다. 기벌포는 7세기 중반 백제와 일본, 신라와 당나라가 한반도의 패권을 놓고 동북아시아 최초의 국제전을 벌였던 곳이다. 또 신라와 당나라의 마지막 해전이 일어난 곳으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다.


 바다를 향해 심호흡도 하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바다와 솔숲, 하늘길이 만났으니 육해공의 멋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스카이워크 길의 마지막 기둥은 갯벌 위에 있다. 밀물이 들면 기둥이 물에 잠겨 찰랑거리도록 설계하였다.


 금강하구와 서해바다, 그리고 근대 산업중흥을 이끌었던 장항제련소까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해질녘 장항 스카이워크에서 바라보는 서해일몰과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드넓은 갯벌은 스카이워크가 가지는 또 다른 자랑이다. 입장료 2000원. 서천군민 무료. 









드넓게 펼쳐진 갯벌


 해변 끄트머리에는 방파제가 있기 마련인데, 송림 해변에는 어디에도 방파제가 보이지 않는다. 옛날 어부들이 그랬듯이 그냥 해안에 배를 부린다. 썰물에는 배가 갯벌 위에 덩그렇게 올라앉아 있다가 밀물이 들어오면 바다로 나간다. 아이들은 미끌미끌한 갯벌을 걷거나 고운 백사장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을 재미있게 논다. 백사장 길이가 1㎞ 넘게 이어지고 바닥이 단단해 자가용으로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장항송림은 모래찜질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고려시대에 두영철이라는 인물이 유배를 왔다가 모래찜질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여 알려지게 되었다. 모래에 함유된 염분과 철분 같은 성분 덕분에 찜질을 하고 나면 신경통, 관절염이 좋아지고 피로회복도 된다고 한다.





 

인근에 자리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송림산림욕장 옆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송림에서 걸어서 5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가깝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물 자원의 수집, 보존, 관리, 연구, 전시, 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다.


 전시동으로 들어가면 1층 로비에 우뚝 솟은 씨드뱅크(Seed Bank)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양생물 표본 5,000점을 탑처럼 쌓아 올린 이곳의 상징물이다. 먼저 4층으로 올라간 다음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대로 전시물을 둘러보게 구성돼 있다. 해양생물의 다양성, 미래해양산업, 해양정보홀, 해양주제영상, 기획전시실, 4D영상실로 동선이 이어진다. 4층 인터렉티브 미디어월은 다중 동작 인식 기술을 이용한 체험 전시물이다. 벽 앞에 서서 움직이면 자신의 머리에 상어 머리가 나타난다거나, 손이 가재의 집게로 변하는 등 다채롭게 변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바다와 해양생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헤엄치는 로봇물고기 전시도 놓치지 말자.





 서천에는 이 외에도 신성리 갈대밭, 한산모시관과 마량리 동백나무숲, 홍원항, 춘장대해수욕장, 등이 있어 가족의 생태투어 현장으로 안성맞춤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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