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관련/- 단문(수필)

(수필) 행복의 조건 / 김형석

by 혜강(惠江) 2015. 3. 23.

<수필)>

 

행복(幸福)의 조건(條件)

 

김 형 석  

 

 

  모두가 즐기기는 원하지만 삶의 가치는 추구하지 않는다.   누구나 느끼려고는 하지만 생각하기를 원하지를 않는다.   오락을 늘어가고 있으나 건설적인 대화는 메말라 가고 있다. 

  이러한 풍조는 자연히 학문보다 교양을, 지식보다는 상식을, 신념보다는 수단을 찾는 경향을 만든 것 같다.   깊은 내용의 책보다는 월간지를 택하고, 월간지를 읽던 사람은 신문으로 시선을 돌리고, 신문보다는 주간지를 찾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 같다.  젊은 학생들도 고전을 읽기보다는 영화에서 스토리를 알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저녁시간의 대부분은 TV로 보내 버린다. 그 결과 나타는 것이 책을 읽지 않는 사회, 공부를 포기한 민족의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까?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독서율이 가까운 외국의 100분의 3쯤에 해당한다고 한다. 괴롭고 슬픈 현실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를 않는다는 것은 정신적이며 지적인 성장이 정지된다는 뜻이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독서와 공부를 계속하는 민족은 항상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러나 독서와 공부를 게을리하는 민족이나 국가는 언제까지나 남들이 만든 물건들을 사서 쓸 길밖에 도리가 없다. 자연히 경제적 식민지로 전락할 수 밖에... 독서와 연구를 거듭하는 사회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갈 것이다. 그러나 독서와 연구를 중단한 사회는 언제나 앞선 문화의 혜택과 영향을 받아가면서 살 길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얼마나 걱정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그보다도 더 근심스러운 일이 있다. 만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오늘과 같은 상태로 독서와 공부를 멀리하며 그 가치를 인정치 않는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민족은 나아갈 길을 잃게 되며, 사회는 이념을 상실하게 되며, 국가는 방향을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모든 민족과 국가들은 저마다의 미래와 새 역사의 방향을 모색 탐구하고 있다. 이념과 철학이 없는 개인, 특히 지성인이 존재할 수 없듯이 앞으로의 민족은 지성적인  민족이어야 하며 뚜렷한 이념을 항상 창조해 나가야 한다. 그 책임을 감당할 사람이 누군가?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노력하며,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모색해야 할 지도자들이 독서 · 공부 · 연구를 멀리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겠는가? 맹성을 촉구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생각해 본다면, 오늘 우리들에게 주어진 가장 긴급한 과제는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을 다시 찾는, 물질적 가치에 정신적 가치를 병행시키는, 주변적인 소유를 위한 것들에 비해 인간과 인격을 더 존중히 여기는 어떤 정신적 풍토를 만듦에 있겠다.  물건이 인격을 좌우하거나 소유물이 인간을 규정짓는 현상이 이상 더 계속되어서는 안 되겠다. 

  그러면 이러한 정신적 풍토를 만들며, 이와 같은 생활 환경을 조성해 가는 벙법이 무엇이겠는가? 물론 그 책임의 영역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가장 구체적이며 핵심적인 요소의 하나가 정신 가치의 추구인 독서에 있다. 독서는 마음과 정신적 생활의 내용을 가져다 주며 발전과 창조의 생활을 약속해 줄 것이다. 우리들로 하여금 생각하면서 살아가며, 새 것을 탐구 모색하는 자세와 길을 개척해 주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활 속에 성장과 행복이 있으며 민족의 번영과 발전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요사이 우리는 '잘 살아보자'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잘 산다는 것은 물적적인 소비에 머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정신적인 생산, 인간적인 발전, 인격적인 협조와 봉사가 있는 곳에 행복이 있고 가치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갖춘 뒤가 아니면 잘 살 길은 막히고 마는 것이다.  잘 살기 위해서 값있게 사는 일이 앞서야 하며 그 일을 위해서는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가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