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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신도· 시도· 모도, 삼형제 섬 바닷바람 쐬며 섬길 걷기

by 혜강(惠江) 2014. 9. 1.

 

신도· 시도· 모도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

  

삼형제 섬 바닷바람 쐬며 섬길 걷기

 

 

·사진 남상학

 



- 신도, 시도, 모도 세 섬을 삼형제섬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리로 이어져 있다. - 

 

  가끔 만나는 예전 직장 동료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속한 신도· 시도· 모도 삼형제 섬을 가기 위해 공항철도 운서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들 섬을 방문할 때마다 승용차를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전 9시 50분 운서역에서 친구와 합류하여 운서역 앞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삼목선착장으로 가는 307번(인천역~삼목선착장 운행, 청라교통) 버스를 탔다. 삼목선착장까지는 10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배 타고 10분이면 닿는 곳에 신도· 시도· 모도 삼형제 섬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전에는 각각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었지만 섬 사이에 연도교가 놓인 후로 세 섬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섬이 작고, 서울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드라마 세트장이 있고, 바닷바람을 쐬며 트레킹하기가 좋아 당일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신도행 철부선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신도로 떠난다. 영종도 삼목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를 타고 10분 남짓이면 첫 번째 섬 신도에 닿는다. 




  세 개의 섬으로 가는 첫 관문인 신도는 인천 북서쪽에서 14km, 강화 남쪽으로 5km 지점에 있는데 세 섬 중 가장 크다. 최고점은 구봉산(九峰山, 178.4m)이고, 면적은 6.92㎢, 해안선 길이는 16.1km이다. 지명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성실하고 순박하다는 뜻에서 ‘믿을 신(信)’자를 붙여 신도라 하였고, 진짜 소금을 생산하는 곳이라 하여 진염(眞鹽)이라고도 한다.

  신도에 내리면 세 섬을 순환하는 시내버스가 대기한다. 한 시간 단위로 세 섬을 순환하는데 배 시간에 맞춰 운행되니 편리하다. 신도선착장에서 신도· 시도· 모도를 연결하는 연륙교를 건너 세 섬을 모두 일별하며 달리는 버스는 모도 종점까지 15분쯤 걸린다. 

 

 

 

   선착장을 지나서 섬 중심부로 향하면 갯마을이 아니라 농촌마을이다. 작은 섬이지만 경지면적이 비교적 넓어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 해풍에 쑥쑥 자라는 건강한 벼들이 눈에 띄고 당도가 뛰어난 포도가 재배된다. 신도는 반농반어업을 하고 있다. 해변에서는 망둥어·맛조개 등이 많이 잡힌다. 삼형제 섬에는 하얀 별장식의 예쁜 펜션이 곳곳에 자리잡았다. 

   신도에서 시작하는 신도~시도~모도 트래킹은 주변 풍광을 구경하며 쉬엄쉬엄 걸어서 3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 높지 않는 구봉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가까이 혹은 멀리 펼쳐진 풍광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그리고 두개
의 연도교 옆 풍광은 물때 시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어서 썰물 때 드러난 갯벌이 밀물이 되면 삽시간에 갯벌은 자취를 감추고 바닷물로 가득 차올라 넉넉한 마음을 선물한다. 

 

  갯벌 뒤로 펼쳐지는 작은 섬들, 곡식이 익어가는 들판, 새로 신축한 듯한 펜션에 눈을 주며, 때로는 카메라에 그 풍광을 담다보면 모도의 조각공원을 둘러볼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도까지 걷고 나서 힘이 부친다면 모도에서 신도선착장까지 태워주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트레킹하며 섬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도 구봉산 트레킹

 

  신도~시도~모도 트레킹은 신도 선착장에서 얼마 멀지 않은 구봉산 입구에서 본격 시작된다. 신도 중심에 있는 구봉산은 낮은 산이지만 조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산책코스로 가볍게 오를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해도 좋다. 임도가 잘 닦여있고 중간에 성지약수터가 있어 잠시 쉬어가며 걷기에는 그만인 코스다.

 

  야트막한 길을 따라서 7,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쭉 심겨져 있어 그 아래를 거닐고 있으면 햇살에 하늘거리는 잎들이 더위를 잊게 한다. 산책로를 따라서 20 여분 정도 오르면 해발 180m의 야트막한 구봉산 정상에는 구봉정이 있다. 섬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포인트이다. 

  정상에 있는 구봉정에서는 영종도(永宗島) 등 황해의 섬들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남쪽으로 인천공항이, 동쪽으로는 옹기종기 살아가는 신도 사람들의 모습이 가깝게 보인다. 그 너머로 물 빠진 서해의 넉넉한 갯벌이 드러난다. 구봉정에서 바라본 영종도의 갯벌과 인천공항의 모습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풍경이다.

  성지약수터를 지나 신도1리 쪽으로 방향을 잡고 구봉산을 돌아 나오면, 길은 1992년 시도(矢島)까지 설치된 길이 579m의 신시도연도교(連島橋)로 이어진다. 연도교 주변은 갯벌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닷속에 숨어 있는 갯벌이 생명의 얼굴을 하고 민낯을 드러내면 ‘농게’가 곁눈질을 하며 사람의 발자국 소리에 맞춰 줄행랑을 친다. 갯벌 생물과 숨바꼭질을 하듯 연도교를 건너면 길은 해안 둘레길로 연결된다.

 

 

 

 

시도, 드넓은 수기해수욕장과 드라마세트장


  두 번째 섬인 시도(矢島)는 597m 길이의 연육교로 이어져 있다. 시도는 화살섬이란 뜻으로 ‘살섬’이라고도 불렸다. 고려 말 이성계와 최영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시도를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그때부터 이 섬의 명칭이 살섬, 시도가 됐다고 한다. 화살탑에서 바다를 향해 서면 보이는 섬이 강화도다. 

  시도에는 두 개의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슬픈연가>, <풀하우스> 세프장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조그마한 섬이 세간의 눈에 띄게 된 이유도 드라마 세트장과 무관하지 않다. 연도교를 건너 시도에 들어서면 섬의 우측 언덕 위에 하얀 건물이 <슬픈연가> 세트장이다. 이 세즈장을 가기 위해서는 노란색 시도교회 맞은편 우측길로 들어선다.  

 

  가는 도중에 종합운동장을 지나면 우측 넓은 들판은 천일염이 생산되고 있는 시도염전이다.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는 천일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더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운이 좋다면 소금을 거둬들이는 장면도 구경할 수 있고, 염전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염전의 짭조름한 바람을 뒤로 하고, 발길을 재촉하면 언덕 위의 전망 좋은 장소의 흰 건물이 권상우, 김희선이 주연한 드라마 <슬픈연가> 세트장이다. 언덕 위에 우람하게 세워진 세트장은 관리부실로 건물 외관이 많이 망가져 있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가 들여다본 내부 역시 깨진 유리조각과 비 샌 흔적들로 어수선하다. 전에는 5,000원의 입장료를 받고 관리인이 상주했으나, 입장료 징수에 비난 여론이 일자 관리인은 철수하고 방치되어 있다.

  <슬픈연가> 세트장을 둘러보고 다시 돌아나와 KBS 드라마<풀하우스> 세트장을 안내하는 간판을 따라 우측으로 낮은 언덕을 넘으면 수기해수욕장이 펼쳐지고 <풀하우스> 세트장은 수기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다. 두 세트장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세트 주변에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사진이 크게 붙어있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놓았다. 예쁜 세트장을 배경으로 추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남긴다. <풀하우스> 세트는 목재 데크에서 곧장 바다 모래사장으로 가닿는다. 삼형제 섬 최고의 해수욕장인 수기 해변의 풍광이 낭만을 더한다. 굳이 해수욕을 하지 않더라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해변을 산책해 보는 것도 좋다.

  신도의 수기해수욕장은 서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곳이다. 400m의 해변은 아담하면서 이국적인 정취로 바다여행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여기다 수심이 얕고 완만하고 갯벌체험을 할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여행으로는 이만한 곳이 없다. 송림 사이로 길을 따라 나서면 수기해수욕장 전망대에 닿는다. 장쾌한 바닷바람 너머로 장봉도, 강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수기해변을 나와 모도로 방향을 잡아 나선다. 고즈넉한 길을 걸어 고개를 하나 넘자 모도가 손에 잡힐 것 같다. 신도와 모도를 잇는 연도교 초입 오른쪽에 화살탑이 세워져 있다. 고려 말 이성계와 최영이 강화도 마니산에서 시도를 과녁 삼아 활쏘기 연습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살촉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가로등이 늘어선 연도교 아래는 낚시꾼의 천국이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망둥이가 물려 나온다.    

 

 

배미꾸미 조각공원이 있는 모도


   다시 연도교를 건너면 3형제 섬 중 가장 작은 섬 모도(茅島)에 닿는다. 모도 앞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때 고기는 별로 없고 띠가 많이 걸렸다고 하여 ‘띠엄’이라 불리다가 ‘띠 모(茅)’자를 써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을 입구에는 얼마 전 생생정보통에서 소라비빔밥으로 유명하다고 소개한 식당‘섬사랑굴사랑’의 간판이 압도한다. 

  배미꾸미로 가는 중간 지점 길옆 모도 쉼터 가까운 곳에 불망비 하나가 서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도 암행어사 불망비'라는데 사연인즉 1880년경 경기도 지역의 암행어사로 내려와 섬사람의 애로를 해결해준 '이건창'의 공을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비석이다.

 

  불망비의 주인공인 이건창은 자기 고향인 강화도를 암행하면서 외딴섬을 다니면서 민정을 살폈는데, 당시 모도 주민은 과중한 세금과 부역으로 생활고가 극심하여 그 실상을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다고 한다. 이에 이건창이 조정에 건의하여 세금과 부역을 면제토록 하여 주민들이 다시 삶의 활력을 되찾아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이에 1885년 6월 주민들은 암행의사 이건창의 은혜에 보답하고 그 뜻을 잊지 않겠다며 '이건창 암행어사 불망비(李建昌暗行御士不忘碑)'를 세운 것이란다.  

  이곳을 지나면 우측으로 지금은 송학수련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폐교가 나타난다. 아이들의 떠들던 소리는 간 곳 없고 지금은 작막감이 감돈다. 길 좌측에는 갈대 우거진 자그마한 연못이 늦여름의 한가한 모습 속에 드러누워 있다. 

  길의 맨 끝은 트레킹의 백미인 배미꾸미해변의 조각공원에 닿는다. 시선을 매혹시키는 크고 작은 조각 작품들은 모두 조각가 이일호 씨의 작품들이다. 반경 5m가 넘는 대형 작품에서 손바닥 만한 크기도 있다. 대부분 성애(性愛)를 주제로 한 초현실주의 작품들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제멋을 모습을 뽐내는 작품들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게도 한다. 하지만 해변의 독특한 풍광 때문인지 그리 거북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 해변을 배경으로 김기덕 감독이 영화 ‘시간’을 촬영하기도 했다.  

 

  조각공원 안에는 카페, 펜션 등이 있어 조각 작품을 구경하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배미꾸미 해변에서 바라보이는 곳은 용유도다.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배미꾸미 해변 상공 위로 날아오른다. 조용한 해변에서 조각품을 감상하며 인천공항에서 세계를 향해 막 이륙한 비행기를 바라보는 것도 큰 재미다. 

 

 



   삼형제섬 여행의 마지막 향연은 신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서 시작된다. 배가 신도선착장을  출발하는 순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갈매기는 승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기 위하여 곡예비행을 시작했다.

 

   승객들은 손에서 기막히게 먹이를 낚아채는 갈매기의 비행술에 여기저기서 탄성을 자아냈다.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 있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갯벌과 바다에서 자력으로 먹이를 찾기보다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에 맛을 들인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론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를 태운 배는 삼목선착장에 다시 우리를 내려놓았다. 버스정류소에는 우리를 지하철 운서역까지 데려다 줄 307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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