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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여행기 및 정보/- 서해

인천 소야도 트레킹, 산릉의 장쾌함과 해안 비경이 조화로운 섬

by 혜강(惠江) 2013. 6. 29.

 

인천 소야도 트레킹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산릉의 장쾌함과 해안 비경이 조화로운 섬

 

국사봉과 왕재산 연결하는 소야도 능선길 완성돼

 

 

 

글 김기환 기자 / 사진 염동우 기자

 

 

 

▲ 소야반도 남쪽의 막끝해변 풍광. 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거친 파도가 인상적이다.


  여름이 다가오며 하루가 다르게 ‘산 빛’이 짙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야외활동의 시기가 찾아오며 주말마다 가까운 산은 사람들의 발길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길은 흙먼지가 자욱하고 언덕배기 쉼터는 발 디딜 틈도 없다. 어느새 휴일의 산등성이는 서울 명동보다 더 붐비는 공공장소가 되었다.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섬은 좋은 대안 여행지다. 드나드는 배편이 한정되어 있어 교통이 불편하지만, 오히려 그 제한적인 접근성이 매력이다. 휴일에도 찾는 사람 수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아 어디를 가나 비교적 쾌적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물론 배표를 구하기 위해 부지런을 떨어야 하지만, 그만한 노력의 가치가 있는 것이 섬 산행이다. 
 
 인천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거리인 덕적도는 서해의 섬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다. 물 맑고 공기 깨끗한 청정지역으로 휴가철이면 많은 이들이 찾는다. 
 
 반면 덕적도 옆에 위치한 소야도는 아직은 찾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섬이다. 덕적도에 비해 산이 낮고 수더분해 크게 눈길을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능선과 해변을 잇는 새로운 산길이 완성되며 섬 전체를 종주할 수 있게 됐다. 작지만 아기자기한 소야도의 속살을 감상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덕적도에 도착하면 소야도로 건너가는 작은 배가 부두에 대기하고 있다. 큰 섬에서 작은 섬을 잇는 대중교통 역할을 하는 선박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두 섬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 이 배도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싱싱한 기운이 감도는 국사봉 오름길. 

 

 
작은 배로 들어가는 섬 속의 섬 
 
  뱃머리에는 시내버스에 있는 것과 똑 같은 돈 통이 붙어 있었다. 뱃삯은 1,500원이다. 시골버스 같은 분위기의 배로 갈아타고 400m 남짓한 작은 해협을 건넌다.
 

▲ 선착장 부근의 나루개마을에서 마배끝으로 이어진 산허리 길. 바다 건너로 덕적도가 보인다.

 


▲ 1 소야도 산행 중에는 약초나 나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금한다. 숲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 아름드리 소나무가 짙은 숲을 이룬 소야반도의 왕재산 오름길. 3 막끝으로 가는 산길 입구의 휴식처. 누군가 페인트로 ‘죽여줘요 가보세요’라고 써둔 나무판이 눈길을 끈다. 4 뗏부루해변의 아담하고 분위기 좋은 야영장.

 

 

 

  작은 섬이지만 커다란 매표소와 화장실 시설이 눈길을 끈다. 부두도 새롭게 단장하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계단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시설은 무릎이 아픈 노인에게는 불편해 보인다. 비스듬한 옛날식 부두가 더 나아 보였다. 시설 대형화도 좋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배려가 아쉽다. 

 

 

  소야도 선착장에서 바닷가를 따라 나루개마을 끝까지 들어간 뒤 산행을 시작한다. 바닷물이 빠지면 해안을 따라 100m가량 걷다 곧바로 산허리 길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밀물 때는 산길을 이용해야 한다. 마지막 민가 뒤편의 작은 골짜기를 따라 오르다 왼쪽 사면을 치고 올랐다.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산자락을 부드럽게 감고 돌아가는 적당한 넓이의 허리길이 ‘마배끝’으로 이어졌다. 부드러운 흙이 깔린 숲 속의 산길을 밟는 느낌이 상쾌했다. 숲으로 접어드니 눈부신 신록 아래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초록빛 풀밭과 어우러진 붉은 봄꽃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깊은 바다에서 피어오른 생명력이 숲 속에 가득했다.

 

 

 

▲ 마배끝의 데크에서 매바위를 바라보고 있는 등산객들.

 

▲ 소야반도 왕재산에서 막끝해변으로 내려서는 산길.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가 제법 거칠다.

 

 마배끝에는 최근 설치된 널찍한 전망데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넓은 바다를 조망하며 여유를 부리기 좋은 곳이다. 정면에 보이는 매바위의 붉은 등대가 눈길을 끈다. 오른쪽으로 중국 당나라의 장군 소정방이 세웠다고 전해 오는 장군바위도 보였다. 
 
 산길은 ‘마배끝’에서 능선을 타고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울창한 숲을 통과해 작은 헬기장을 지나면 선착장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타난다. 이 길 건너편에 소야도에서 가장 높은 국사봉(143m)으로 오르는 급경사 계단이 나 있다. 
 
 국사봉 등산로는 예전에 조성되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국사봉 꼭대기에는 넓은 헬기장이 있는데 주변에 나무가 많아 조망은 시원치 않다. 정상을 보는 대신 국사봉 직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사면길을 통해 죽노골해변으로 내려섰다.
 
 황금빛 모래밭이 길게 이어지는 죽노골해변은 영화 ‘연예소설’ 촬영지다.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과 어우러진 일몰이 환상적인 장소다. 물이 빠지면 섬까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나는 신비한 장소이기도 하다.
 
 

 ▲ 1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진달래가 붉게 꽃을 피웠다. 2 덕적도 부두의 노점에서 자연산 해산물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 황금빛 모래밭이 넓게 펼쳐진 죽노골해변. 썰물이면 바로 앞의 섬까지 바닷길이 연결된다

 

 

 죽노골해변에서 동쪽 산자락을 타고 15분 정도면 뗏부루해변으로 이동할 수 있다. 뗏부루해변은 넓은 캠핑장과 편의시설이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많은 오토캠퍼들이 찾고 있다. 잔디가 깔린 야영장이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다. 해변의 모래밭이 넓고 완만해 피서지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소야반도 능선길의 장쾌한 조망
 
 야영장을 통과해 오솔길을 잠시 따르면 섬 동쪽 소야반도로 접어드는 잘록이를 지난다. 산길은 작은 초원지대를 지나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연결됐다. 숲이 시작되는 곳에 세워둔 염소막이 그물을 넘어서니 제법 가파른 산길이 나타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숲에는 고사리만 무성했다. 이곳에 방목하고 있는 염소가 먹지 못하는 유일한 풀이기 때문이다. 
 
 우람한 소나무 사이의 산길을 타고 능선에 오르니 눈앞에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졌다. 소야도와 소이작도 사이는 늘 커다란 배들이 오가는 주요 항로다. 광활한 바다 위에 아름다운 서해의 섬들이 떠 있는 모습도 장관이다. 가파른 절벽 위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다.
 
                                                                                                       ▲ 소야도 개념도

 

   남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계속 이동하면 작은 삼각점이 있는 왕재산(143.8m)에 오른다. 주변에 나무가 조금 많은 편이지만 이곳 역시 좋은 전망대다. 이어지는 내리막을 통과해 뗏부루해변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막끝’해변으로 내서게 된다. 갯바위 낚시터로 많은 이들이 찾는 장소로 넓은 바다에서 몰려드는 거친 물살과 바람이 인상적인 곳이다.

 

  막끝해변에서 다시 능선 삼거리로 돌아와 산허리에 난 옛 길을 이용해 염소그물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 산길 중간에 작은 샘이 하나 있어 목을 축이며 산행이 가능하다. 능선길에 비해 비교적 평탄하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코스다. 막끝으로 가는 낚시꾼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다. 

 

 

 소야반도의 소나무 숲과 주능선에 난 산길도 지난해 새롭게 개설된 것이다. 조망 좋은 산등성이를 걸으며 오가는 대형 선박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쏠쏠한 구간이다. 자월도와 이작도 방면의 시원한 바다 조망도 일품이다. 소야도 트레킹은 산행과 해변 걷기가 절묘하게 조화된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능선을 따라 걷는 산길 완성

 

 

 

▲ 넓고 완만한 백사장을 자랑하는 소야도 뗏부루해수욕장. 

 

 

 

   선착장에서 시작해 마배끝을 거쳐 국사봉, 죽노골로 이어지는 소야도의 산길은 원시의 정글 같은 분위기가 일품인 구간이다. 특히 선착장~나루개~마배끝~헬기장~도로 구간은 지난해 말 개통되어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루개에서 산길 초입까지 해안을 따라 탐방로를 만들 예정인데, 이 길이 완성되면 밀물 때도 바닷가를 따라 걸을 수 있게 된다.  

 

 

  죽노골에서 바닷가 숲길을 이용해 뗏부루해변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국사봉에 올랐다가 뗏부루해변으로 내려서는 길도 있다. 일부 구간에는 태풍에 쓰러진 나무가 있지만 대부분 어려움 없이 다닐 수 있다. 뗏부루해변 동쪽의 소야반도의 산길 역시 지난 연말 개통된 것이다. 능선길과 막끝까지 이어진 옛 산자락 길을 이용하면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다.

 

 

  소야도 전체를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는 왕복 12km가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다. 보통 속도로 걷는다면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첫 배로 들어가서 마지막 배로 나오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섬에서 하루를 머무는 일정으로 돌아보는 것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뗏부루 해변의 야영장에 텐트를 치거나, 주변의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다. 

 

 

 소야도는 진도처럼 바닷물이 갈라지는 현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선촌(큰마을) 앞 가섬과 물푸레섬은 평소에는 물에 잠겨 있지만, 썰물 때면 두 섬을 징검다리처럼 이어지는 800m 길이의 바닷길이 모습을 드러낸다. 간조 시간을 잘 맞추면 신비의 바닷길을 따라 걷는 체험도 가능하다. 

 

 

*가는 법

 

  소야도 가는 배는 인천 연안부두와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 두 곳에서 뜬다. 연안부두에서 출발하는 쾌속선(편도 2만3,750원)을 이용할 경우 덕적도에 내려 소야도로 가는 작은 배(편도 1,500원)를 타고 들어간다. 차량을 가지고 가려면 방아머리선착장에서 소야도와 덕적도를 왕복하는 페리선을 이용한다.

 

  방아머리선착장에서는 하루 한 차례 페리선이 왕복하고 있어 차량을 실을 수 있고 덕적도에 가기 전 소야도에 내리므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다. 소야도까지 편도운임 9,000원. 차량은 차종에 따라 운임(승용차 3만6,000~4만5,000원)이 다르다. 운항시간과 운임, 인터넷 예매는 대부해운 홈페이지(www.daebuhw.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야도는 작은 섬인 데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마을버스가 수시로 다니기 때문에 가급적 승용차를 가져가지 않는 것이 좋다. 마을버스 요금 1,000원.

 


*숙식


  뗏부루해변에 민박이나 펜션이 몰려 있다. 섬초롱펜션(010-8965-5265), 해오름펜션(010-9706-9288) 등. 소야도는 필요한 먹을거리와 용품 등은 미리 준비해서 가져가야 한다. 마을에도 음식점이 없으므로 식사는 미리 민박집에 부탁해야 한다.

 

 

 

<출처> 월간산 [524호]<2013.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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