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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서울

대학로에서 성북동까지, 골목길 걷기 여행

by 혜강(惠江) 2013. 6. 13.

 

예술이 있는 추억의 골목길

대학로에서 성북동까지, 골목길 걷기 여행


글, 사진 : 장태동(여행작가)


 

 

문화의 거리 대학로에서 낙산을 넘어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과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의 수연산방이 있는 성북동까지 걷는 길은

시와 소설, 벽화가 있는, 추억으로 가는 골목이다.
 

 

시와 벽화의 만남

 

  혜화역 2번 출구로 나와 뒤로 돌아보면 담쟁이 이파리에 뒤덮인 샘터사 건물이 보인다. 이번 걷기 여행의 출발점이 그 건물인데, 출발하기 전에 대로변에 있는 시비를 먼저 돌아본다.


 “어느 머언 곳의 / 그리운 소식이기에 /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로 시작되는 시 <설야>를 지은 김광균 시인의 시비가 눈에 띈다. <설야> 전문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시인의 섬세한 감정의 결을 헤아려본다.

 


 

대학로에 있는 김광균 시인의 시비

  

 

샘터사 건물

 

[위/아래]대학로에 있는 김광균 시인의 시비 / 샘터사 건물
 

 

  다시 샘터사 앞으로 와서 큰길을 등지고 샘터사 옆 도로로 직진, 삼거리에서 우회전한 뒤 조금 가다가 좌회전하고 다음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서 길을 따라간다. 이 길은 대학로에서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낙산공원 혹은 서울성곽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오르막길을 올라가다 보면 첫번째 벽화가 나온다. 벽에 그린 그림을 벽화라고 하지만 벽화는 예부터 전해지는 민화와 같다. 한국민족대백과에 “민화란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라고 정의하고 있으니 낙타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낙산, 그 마을 담벼락에 낙타 그림이 그려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대학로에서 낙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낙타 그림이 있는 길

            

골목길 기린 그림

         

벽을 가득 채운 동화 같은 그림

[위/아래 왼쪽/오른쪽]대학로에서 낙산으로 올라가다 보면 낙타 그림이 있는 길이 나온다. / 골목길 기린 그림 / 벽을 가득 채운 동화 같은 그림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보이는 사람과 강아지 조형물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다 보면 사람과 강아지 조형물이 있다.


   오래된 집 담벼락에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햇볕 잘 드는 골목길은 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땅거미 내려앉고 어둠이 깔릴 때까지 뛰어놀던 골목에 “밥 먹어라”며 아이들을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들릴 때면 더 놀고 싶은 마음 애써 참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이 있었다. 어두운 골목길 창문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면 산동네 뒷동산에 달이 둥실 떠올라 사위를 환하게 비추었다.

 

  옛일을 생각하며 걷는 길에 허공을 걷는 작은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정장 차림의 남자와 강아지가 낙산 숲과 서울 도심의 빌딩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장면이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 조형물 하나로 숲과 도시와 마을이 모두 만화영화의 배경이 된 듯하다. 어떤 이야기의 중간 도막을 떼어내어 그곳에 가져다놓은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조형물을 바라보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다.


 

성곽 아래 오래된 마을

 

 

봉림대군과 한 나인의 이야기가 있는 홍덕이밭

 

 

이팝나무

 [위 / 아래]봉림대군과 한 나인의 이야기가 있는 홍덕이밭 / 이팝나무

                                        

낙산정으로 가는 길

 

낙산정

[위/아래]낙산정으로 가는 길 / 낙산정

 


   조형물을 뒤로하고 길을 따라가다가 좌회전해서 동숭어린이집 앞을 지난다. 그리고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그 길로 가다가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서 우회전한 뒤 조금만 가면 낙산정이 나온다. 정자 가기 전에 ‘홍덕이밭’이 나온다.

 

  홍덕이밭은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봉림대군과 홍덕이라는 나인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홍덕이는 볼모로 잡혀간 봉림대군을 위해 볼모지에서 김치를 담가 상에 올렸다. 그 맛을 잊지 못한 봉림대군은 조선에 돌아와서도 홍덕이가 담가준 김치를 먹기 위해 밭을 하사했다. 그후로 홍덕이는 밭에 배추를 키워 효종 임금이 된 봉림대군에게 김치를 담가 진상했다는 이야기다.

 

  홍덕이밭을 지나 낙산정에서 한숨 고른 뒤 다시 길을 나선다. 성곽이 있는 길이 나오면 좌회전해서 낙산공원까지 올라간다. 성벽 밖에 ‘낙산공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발걸음을 낙산공원 아랫마을로 옮긴다.


 

낙산공원

 

 

낙산공원 암문

 

[왼쪽/오른쪽]낙산공원 / 낙산공원 암문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길 벽화와 꽃낙산공원 아랫마을 어떤 집 지붕에에 놓인 다양한 화초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 바위 위, 아래 지은 집들

 

[위 왼쪽/오른쪽/아래]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길 벽화와 꽃 

/ 낙산공원 아랫마을 어떤 집 지붕에 다양한 화초가 놓였다. /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 바위 위에 집을 지었다. 바위 아래도 집이다.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길 벽화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길 벽화

 

  낙산공원 아랫마을은 서울성곽 바로 아래에 있는 삼선동이다. 이곳은 바위 위에 집을 짓고 좁은 골목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달동네다. 거미줄 같은 달동네 골목길은 마주 오는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칠 정도인데, 그런 골목길 곳곳마다 진한 삶의 향기가 묻어난다.

 

  산비탈에 집들이 모여 있어 앞집 지붕이 윗집 담벼락 아래 있고, 마당이 너럭바위인 집도 있다. 슬레이트 지붕에 갖가지 화초를 키우는 집주인은 마음씨 착한 사람일 것이다. 전선줄이 어지럽게 얽힌 골목길 하늘은 산 아래 다른 집에서 보는 것보다 더 가까이 보인다. 어미를 따르는 새끼고양이가 사람을 경계하는 눈빛 하나 없이 지붕 위에 앉아 있다.

 

  달동네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물리적인 시간도 사람마다 흐르는 속도가 다른가 보다. 해는 지고 가야 할 길을 남았는데 골목길은 추억과 함께 따듯하다.

 

  마을에서 내려와 서울성곽을 왼쪽에 두고 성곽 바로 아랫길을 따라 걷는다. 그 길은 한성대입구 전철역까지 이어진다.


 

사진 왼쪽이 낙산공원 아랫마을

 

서울성곽

 

서울성곽 바로 옆으로 이어지는 걷고 싶은 길

 

[위 왼쪽/오른쪽/아래]사진 왼쪽이 낙산공원 아랫마을이다. 마을에서 나와 성벽을 

왼쪽에 두고 걷는다. / 서울성곽 / 서울성곽 바로 옆으로 걷고 싶은 길이 이어진다.

 

 

혜화문

 

혜화문에서 경신중고교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성곽

[위/아래]혜화문 / 혜화문에서 경신중고교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성곽. 성곽을 왼쪽에 두고 걷다 보면 중간에 성곽이 끊어지기도 하고, 성곽 위에 지은 집도 보인다.

 

 

꽃이 피어 환한 골목길

 

 

나무그늘이 좋은 성북동 서울성곽길

[위/아래]꽃이 피어 골목길이 환하다. / 성북동 서울성곽길. 나무그늘이 좋다.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로 들어가 5번 출구로 나와서 뒤로 돌아 인도를 따라가다 보면 혜화문이 나온다. 혜화문은 조선 초기 서울성곽을 쌓을 때 만든 8개의 문 가운데 하나다. 문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려 있다. 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서서 골목 같은 길을 따라간다.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서서 문을 나서면 길 건너로 성곽이 이어진다. 이제 성곽을 왼쪽에 두고 골목길을 걷는다. 그 길을 따라 경신중고등학교를 지나 계속 가다 보면 넓은 차도가 나온다. 건널목을 건너 우회전한 다음 조금 내려가다 보면 서울성곽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나무그늘 좋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놀이터 삼거리가 나오고 거기서 오른쪽 길로 간다. 계단이 나오면 그쪽으로 올라가지 말고 계단 오른쪽에 있는 암문으로 나간다.


 

심우장과 수연산방

 

 

성북동 달동네

 

성북동 달동네

 

새가 많이 등장하는 성북동 달동네 벽화성북동 달동네 벽화

 

서울성곽 아래 있는 성북동 달동네

위 왼쪽/오른쪽/아래]성북동 달동네 벽화에는 새가 많이 등장한다. / 성북동 달동네 벽화 / 성북동 달동네는 서울성곽 아래 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한용운 선생의 방

 

 

심우장

 [위/아래]만해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 한용운 선생의 방 / 심우장


 

  암문을 나가면 전혀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성북동 달동네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둥지를 틀었다. 골목길로 내려가다 보면 차도가 나오는데,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다가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길모퉁이 어떤 집 담벼락에 그려진 새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파랑새 같다. 희망을 전해주는 파랑새, 길 좌우에 새 그림이 여러 개 보인다. 이 그림을 그린 누군가는 아마도 이 마을에 희망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희망을 전해주는 파랑새 그림을 따라 오르막을 올라서니 마을 주차장이 길 오른쪽에 있고, 재활용 분리수거함이 있는 전신주가 보인다. 그 전신주를 끼고 오른쪽으로 계단을 내려서서 골목길로 접어든다. 골목길 삼거리에서 우회전, 다음 사거리에서 또 우회전하면 길 왼쪽에 심우장이 있다.


 

만해의 산책공원

 

 

상허 이태준 선생이 살던 집

 

수연산방 마당 한쪽에 있는 우물

[위/아래 왼쪽/오른쪽]심우장에서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면 만해 한용운 선생의 동상이 있는 ‘만해의 산책공원’이 나온다. / 상허 이태준 선생이 살던 집. 한옥의 운치를 느끼며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 수연산방 마당 한쪽에 있는 우물


 

  심우장은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다가 말년을 맞이한 집이다. 조선총독부가 있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기 싫어 북향으로 집을 지었다. 당시에 심었다는 향나무가 마당 한쪽에 서 있고, 심우장 지붕을 푸른 솔잎이 덮고 있다. 심우장 안에는 만해 선생의 초상화와 함께 그의 필체가 담긴 원고도 있다.

 

  심우장을 나와 좌회전해서 골목을 내려가면 만해 선생의 동상이 있는 ‘만해의 산책공원’이 나온다. 그곳에서 우회전해 도로를 따라가면 길 건너에 성북구립미술관이 나오고 그 옆에 한옥집이 있다. 그 한옥이 소설가 상허 이태준 선생이 살던 집이다. 지금은 ‘수연산방’이라는 이름으로 차와 음료를 팔고 있다.

 

  상허 이태준 선생은 월북 작가로 1988년 작품이 해금되기 전까지 국내에 그와 그의 작품이 소개된 바 없다. <달밤>, <오몽녀>, <장마>, <복덕방>, <영월영감>, <밤길> 등 많은 단편과 장편소설이 있다. 그가 살던 포천(철원) 집을 지금의 자리에 옮겨 지었는데, 한국전쟁 당시 상심루가 불타 없어졌다. 현재 원두막 앞에 있는 건물이 상심루가 있던 자리다.

 

  대학로에서 성북동까지 추억의 골목길에 남겨진 예술의 향기를 느끼며 걸었던 하루를 수연산방에서 마무리한다. 한옥의 운치를 즐기며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이곳처럼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혜화역 2번 출구 → 낙타 벽화 → 사람과 강아지 조형물 → 낙산정 → 낙산공원(서울성곽) → 낙산공원 아랫마을 골목길 → 서울성곽길 따라 한성대입구역 → 혜화문 → 경신중고등학교 → 성북동 서울성곽길 → 성북동 → 심우장 → 수연산방

 

 

 <출처> 2013. 6. 3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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