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무등산 옛길' 2구간,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무아지경길'

by 혜강(惠江) 2012. 12. 28.

 

'무등산 옛길' 2구간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무아지경길'

 

광주광역시=글·사진 김혜영 여행작가

 

 

4.12㎞ 길이의 2구간은 원시림에 가까운 풍경…
주상절리와 눈꽃 만발한 요즘 수많은 등산객 불러 모아

 

 

 

▲옛사람들의 자취를 더듬으며 무등산 옛길을 오르다 보면 산정에서 하얀 산호초같은 눈꽃이 활짝 핀 서석대와 입석대를 만난다.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서 형성된 주상절리 돌기둥들이 장관이다.

 

 

  무등산(1187m)은 광주의 진산이다. 산세가 부드러우면서도 듬직하다. 이 산에 대한 광주 사람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제주 사람들의 한라산 같은 존재이다. 무등산은 언제 찾아가도 아름답고 푸근하지만 특히 눈 덮인 겨울 풍경이 인상적이다. 주상절리 돌기둥과 나뭇가지에 봄꽃보다 화사한 눈꽃이 만발해 수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다. 

 

◇새·바람 소리 들으며 무아지경에서 걷는 길

 


  선인들이 500년 넘게 이용했던 '무등산옛길'이 2009년 복원됐다. 총 3개 구간 가운데 1, 3구간은 광주 도심을 지나고, 2구간은 원효사에서 서석대로 오르는 산길이다. 4.12㎞ 길이의 2구간은 한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원시림에 가까운 무등산의 속살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원효사 주차장에 세워진 옛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무등산옛길'이 적힌 표지석이 나온다. 그 뒤로 조붓한 숲길이 시작된다. 숲에 들어서자 숫자 27이 적힌 푯말이 보인다. 옛길에는 300m마다 숫자푯말이 세워져 있다. 1코스 출발점인 산수동이 1이고, 2구간 종착점인 서석대가 40이다. 그 숫자만으로도 남은 거리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있다.

    2코스는 '무아지경길'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새소리, 바람 소리, 물소리를 오감으로 느끼며 무아지경 속에서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눈 쌓인 숲길은 모든 생물이 겨울잠을 자는 듯 고요하다. 살얼음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만이 이따금 적막을 깨뜨린다. 한겨울에도 파릇한 산죽(山竹)이 길섶에 무성하고, 소나무ㆍ참나무ㆍ편백나무 군락지 사이로 운치 좋은 오솔길이 이어진다. 옛사람들의 자취가 산재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던 주검동 유적, 옛 나무꾼들이 땔감과 숯을 나르던 물통거리, 김덕령 장군의 누나가 치마폭에 싸서 갖다놓았다는 치마바위 등을 차례로 지난다.

  길은 치마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점점 가팔라진다. 푯말 37번부터 40번까지는 숨을 할딱거리며 오르는 급경사길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눈꽃은 더욱 화려한 자태를 보여준다.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장불재 일대의 산자락이 펼쳐지면 서석대(천연기념물 제465호)가 머지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수정병풍 이룬 주상절리

  군 작전도로와 안내소가 있는 곳에서 서석대까지의 거리는 500m쯤 된다. 좁고 가파른 길에 푸른 바닷속의 하얀 산호초 같은 눈꽃들이 환상적 자태를 뽐낸다. 눈꽃 터널이 끝나자 하늘이 열리고, 2코스의 하이라이트인 서석대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서석대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화산 폭발로 분출된 용암이 급속히 식으면서 형성된 주상절리 돌기둥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주상절리는 저녁노을이 비칠 때에 마치 수정처럼 밝은 빛을 낸다고 해서 '수정병풍'으로도 불린다. 광주의 순 우리말 이름인 '빛고을'이 여기서 비롯됐다고 한다.


  서석대 위에 오르면 천왕봉이 지척이다.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무등산 자락이 치맛자락처럼 넓게 퍼져서 광주 시가지와 맞닿았다. 광주시민들이 왜 무등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르는지, 그 까닭을 저절로 알게 해주는 풍경이다.

  서석대에서 장불재 방면으로 내려오면 하늘을 향해 뻗은 바위인 승천암을 지나 입석대에 도착한다. 입석대는 서석대보다 풍화작용이 더 진행된 형태이다. 서로 떨어져 있는 돌기둥들의 마디가 선명해 마치 손가락을 닮은 듯하다. 옛날에는 이 주변에 10여 개의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입석대에서 가파른 돌길을 지나 장불재에 이른다. 장불재(990m)는 광주와 화순의 경계인 능선고개다. 가을에는 억새군락이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장불재에서 원효사로 이어지는 관리도로(임도·林道)를 이용해 하산하면 된다. 약 2시간 걸린다. 단조로운 임도를 꺼린다면 중봉을 거쳐 동화사터로 내려가는 길을 추천한다.

 
 
 
▲ 광주 무등산 옛길을 걷다 보면 온 산을 뒤덮은 환상적인 눈꽃 잔치를 구경할 수 있다. / 김혜영 여행작가
 
 

여행수첩


■원효사 주차장~무등산공원관리사무소 앞 초소(오른쪽으로)~무등산옛길 표지석~제철유적지~주검동유적~물통거리~치마바위~작전도로 앞 안내소~서석대 전망대~서석대 정상(옛길 종점)~입석대~장불재~공원관리사무소방향(원효사) 임도로 하산

■무등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062-365-1187)

 

■호남고속도로 문흥JC→제2순환도로→두암IC→ 원효사지구 주차장. 대중교통: 광주역에서 1187번 버스를 타고 원효사(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배차 간격은 약 20분.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는 9번 버스를 타고 문화의 전당에서 1187번 버스로 갈아타거나 518번 시내버스를 타고 금남로4가 역에서 1187번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무등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인 지산동에 보리밥거리가 있다. ‘쉬어가는 보리밥집’(062-222-0208)은 시설이 허름해도 할머니의 정성과 손맛이 느껴지는 맛집이다. 둥근 쟁반에 20여 가지의 반찬 그릇을 이층으로 쌓아 내온다. 보리밥에 온갖 나물을 넣어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다. 보리밥값은 단돈 6000원.

 

 

 <출처> 2012. 12. 28 / 조선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