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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구미 도리사, 신라 불교의 발상지에서 낙동강을 굽어보다

by 혜강(惠江) 2012. 9. 28.

구미 도리사

신라 불교의 발상지에서 낙동강을 굽어보다

 

글, 사진 : 서영진 (여행작가)

 

 

 

도리사에서 내려다 본 전경 *



  가을, 절이 아름답다. 기왓장에 더운 열기가 사그라들고 담벽 아래 코스모스가 살랑거릴 때가 절이 가장 아름다울 시기다. 가을로 접어들수록 빛바랜 서까래와 짙푸른 하늘이 단아한 대조를 이룬다. 절집 뒤로 등 굽은 소나무라도 솟아 있으면 한 폭의 산수화가 따로 없다. 마당을 서성이면 '사색'이라는 단어가 절로 머릿속을 맴돈다. 가을 사찰 여행은 그래서 다소 한적한 곳이 좋다. 그 한적한 암자에 사연까지 묻어나면 발걸음은 더욱 들썩거린다. 구미 도리사는 단연코 가을에 찾으면 좋은 오붓한 산사다. 

 

 

도리사 경내 *

 

 

  구미 도리사(054-474-3737). 이름만으로는 낯설다. 신라의 불교가 융성한 지역을 언뜻 떠올려도 경주 등이 먼저 뇌리를 스친다. 태조산 자락에 위치한 도리사는 해동불교의 당당한 발상지다.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 19대 눌지왕 때 당시 불교가 전해지지 않았던 신라에 처음 창건한 사찰이다. 구미를 떠올리면 첨단, 산업단지의 이미지가 강렬했는데 여행은 늘 그렇듯 반전을 수반한다. 신라 불교의 모태가 되는 사찰인 도리사가 분명 구미에 있다.

 

 

태조산 자락, 솔향 가득한 산사

 

 

 도리사는 선산과 구미의 남북을 꿰뚫고 흐르는 낙동강의 동쪽 해평면 송곡리 태조산에 자리 잡았다. 도리사로 향하는 길은 결코 녹록치 않다. 구미터미널에서 바로 가는 버스도 없다. 남도의 유명 사찰에 닿는 버스가 시간 단위로 오가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다. 그나마 구미읍에서 선산이나 해평을 경유해야 하고, 그 버스도 하루에 단 두 차례 정도 오갈 뿐이다. 도리사 초입에 닿으면 그때부터 사찰로 가는 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체감 각도 45도가 넘는 경사진 길을 30분 넘게 하염없이 걸어 올라야 한다.

 

  그 길 중간쯤 불타버린 옛 도리사 절터가 있고, 가파르게 오르는 길 끝자락에서 만나는 현재의 도리사는 예전 도리사의 부속 암자였던 금당암을 중심으로 증축을 거듭한 가람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산사에서 만나는 천왕문, 일주문 등의 큰 문들이 도리사에는 없다. 

 

 

* 도리사 세존사리탑 * 

 

* 화엄석탑 *

 

   * 극락전 *


 

  절이 모든 것을 갖추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도리사는 다른 사찰과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수려한 풍광을 지녔다. 적멸보궁의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 바라보는 전경은 순간 숨을 멎게 만든다. 크고 작은 산들이 도열한 가운데 낙동강 물줄기가 유유히 가로지른다. 가을 아침녘 운무라도 피어오르면 지우지 못할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사찰이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진 곳이라는 뜻 깊은 유래는 눈으로 확인한 감동을 더욱 살찌운다.

 

 수려한 풍광을 품에 안은 채 적멸보궁과 세존사리탑이 들어서 있다. 세존사리탑은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할 때 모셔온 세존의 진신사리가 봉안돼 있던 곳으로, 사리가 들어 있던 금동육각사리함은 국보로 지정돼 현재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위탁 소장돼 있다.

 



아도화상 사적비와 첫 포교의 흔적이 서린 우물

 

 

  적멸보궁 아래로는 설선당을 중심으로 삼성각, 극락전, 도리사 화엄석탑이 사이좋게 한쪽으로 에워싼 형국이다. 보물 470호로 지정된 도리사 화엄석탑은 고려시대의 석탑으로 우리나라 석탑 가운데 같은 유형을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형태를 지녔다. 기단 위에 판석을 깔고 그 위에 석탑처럼 작은 석재로 탑신부를 쌓은 모습이다. 아미타여래좌상을 모신 극락전은 조선 후기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으며, 삼성각에는 아도화상의 화상이 봉안돼 있다.

 


  화엄석탑 아래로는 작은 오솔길이 나 있다. 주변으로 돌탑이 쌓인 길은 아도화상의 또 다른 흔적을 만나는 공간으로 연결된다. 비탈진 송림 사이에 들어선 아도화상 사적비는 조선시대 효종 6년(1655)에 세운 것으로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한 사적을 적어놓았다. 자연석으로 전면에는 쌍용, 후면에는 네 마리 용을 조각했으며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사적비 앞에는 옛날 아도화상이 수도할 당시 앉아 있었다고 추정되는 커다란 바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 도리사 설선당 *

 

* 아도화상 사적비 *

 

* 솔숲 참선공간 *

 

 

  도리사의 가치는 이곳이 참선과 수행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초입 솔숲에는 참선을 위한 나무평상 수십여 개가 낙동강을 바라보고 듬성듬성 들어서 있다. 평상에 걸터앉아 가부좌를 틀고 있으면 산자락 너머 속세에 두고 온 티끌 같은 삶이 고요하게 씻겨나가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암자들 뒤쪽으로는 병풍처럼 소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도리사에서는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는데 솔향 가득한 산사에서 자연과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도리사 인근에는 신라의 불교 전래와 관련된 또 한 곳의 유적이 있다. 도개면 도개리에는 아도화상이 묵호자라는 이름으로 처음 신라에 정착해 주민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펼쳤던 흔적이 서려 있다. 19세에 신라로 넘어온 아도화상은 모례의 집에 굴을 파고 머물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우물가에 앉아 불법을 전했다고 한다. 당시 고구려와 백제는 이미 불교가 전파된 지 오래이나 오직 신라만은 고유의 신앙과 외래 문물에 배타적이어서 불교 포교에 대한 박해가 심했다. 도개리에는 당시 아도화상이 주민들에게 불법을 전했다고 하는 우물 '전모례가정'이 남아 있다. 직사각형의 이 우물은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로 지정되었다.

 


  우물 뒤로는 신라 불교 최초 전래를 기리는 기념관이 들어서 있으며, 우물 옆 담장에는 신라 불교의 전래를 기록한 벽화가 새겨져 있다. 외딴 마을에 머물며 아도화상은 도리사의 창건을 꿈꿨다고 한다. 도개리와 도리사에는 "아도화상이 도개에 머물며 눈 속에서 복사꽃이 피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도리사를 지었다"는 얘기와 "불도를 처음 열어 마을 이름을 '도개'로 했다"는 설화가 묵묵히 전해 내려온다.  

 

 

* 전모례가정 *

 

 * 템플스테이 *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상주IC → 대구, 선산 방면으로 좌회전 → 25번 국도 → 월곡교차로 → 해평읍 방향 → 도리사 입구 송곡삼거리 → 도리사

* 대중교통

서울→구미 : 강남고속터미널(1688-4700)에서 1일 24회(06:05-22:05) 운행, 3시간 10분 소요. 해평터미널 경유. 해평터미널에서 도리사 입구행 버스 탑승

2.맛집

홍선정 : 송정동 / 오리고기 / 054-441-0034
오형제가든 : 선기동 / 백숙 / 054-443-5454
권대감집헛제삿밥 : 고아읍 원호리 / 헛제삿밥 / 054-444-7880

3.숙소

호텔금오산 : 남통동 / 054-450-4001

옥성자연휴양림 : 옥성면 주아리 / 054-481-4052~3

킴스호텔 : 황상동 / 054-476-9994
 

 

<출처> 2012. 9. 28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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