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애저찜, 새끼돼지 요리에 담긴 이야기

 

진안 '애저찜’

 

새끼돼지 요리에 담긴 이야기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전라북도 10미(味) 중 하나로 꼽히는 진안 별미 '애저찜'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미젖만 먹고 자란 새끼돼지를 푹 고아낸 보양식이다. 

 

  전라북도 10미(味) 중 하나로 꼽히는 진안 별미 '애저찜'을 들어본 적 있는가. 어미젖만 먹고 자란 새끼돼지를 푹 고아낸 보양식이다. 누군가는 새끼돼지가 불쌍하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징그럽다고 얘기한다. 엄마 뱃속에 있는 새끼돼지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맞고 또 일부는 아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이러 저런 이유로 죽은 새끼돼지를 그냥 버릴 수는 없었으리라. 애저찜이 만들어진 이유부터 살펴보자.

 

 

애저찜이 진안 별미가 된 이유는?

 

  돼지는 보통 3개월마다 8~15마리씩 새끼를 낳는다. 사람 분뇨까지 먹는 무던한 식성에 새끼까지 많이 낳으니 농가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가축이었을까. 물론 문제도 있었다. 워낙 새끼를 많이 낳다보니 뱃속에서 죽은 채 태어나기도 했고 그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어미젖을 먹다 깔려죽기도 했다. 돼지를 치면서도 돼지고기 한 점 맛보기 어려웠던 농가에서는 이 죽은 새끼돼지를 그냥 버리지 못했다. 애저요리의 시작이었다. 배고픈 농가에서 차마 버리지 못해 먹기 시작한 애저찜은 조선후기로 넘어오면서 변질된다. 현대인들이 애저찜을 잔인하거나 징그럽다 여기게 된 연유도 여기에 있다.

 

 

[왼쪽/오른쪽]각종 약재를 넣어 푹 고아낸 애저찜(탕) / 애저찜은 새끼돼지를 통째로 넣어 삶기도 한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조선시대, 독점적 상권을 부여받은 육의전과 시전상인들은 금난전권을 이용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백성들의 피땀으로 배를 불린 이들은 온갖 부귀를 누렸다. 그중 하나가 애저찜. 당시 내로라는 돈 많은 시전 상인들 사이에서 애저찜을 먹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단다. 지금의 '잇백'과 비슷한 맥락이었으리라. 문제는 죽은 새끼돼지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태어나기 직전, 어미 뱃속의 새끼돼지로 애저찜을 요리하게 된 연유다. 어디 새끼만 꺼내면 끝인가. 덩달아 다 자란 어미까지 잡아야 했으니 부르는 게 값이었을 터다. 그들은 맛이 아니라 자신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애저찜을 찾았다.

 

  애저(哀猪)는 슬픈 새끼돼지다. 어미 뱃속에 있는 새끼돼지가 불쌍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고 바깥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죽은 새끼돼지가 불쌍하다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죽은 '새끼돼지(亞猪)'를 먹는 것이 '슬프다(哀)'고도 풀어진다. 어찌되었거나 슬픈 새끼돼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애저찜(탕)이 끓기 시작하면 먹기 좋게 잘라준다 *

 

 

  앞서 알아봤듯 애저찜은 원래 징그럽거나 잔인하지 않았다. 엄마 뱃속에서 햇빛 한점 보지 못하고 죽어간 새끼돼지를 안타까워하며 먹은 음식이었으니 말이다. 새끼돼지를 먹으면서도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해 '애저'라고 불렀다니 오히려 민초들의 애환과 정(情)을 품은 음식이라고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렇다면 애저찜, 현대인들은 어떻게 맛보고 있을까.

 

  "엄마 젖 때기 전 새끼돼지로 요리해요. 태어난 지 한 두달 정도 된 사료 먹기 전의 새끼를 갖은 약재와 함께 푹 고아내요. 한상에 다리 하나씩 나가는데 성인 서너명이서 먹을 양이에요. 맛은 백숙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어요. 고기 질감도 그렇고요. 국물이 진해서 고기를 다 먹고 묵은지를 넣어 끓이면 또 색다른 맛이에요."

 

  애저찜을 전문으로 하는 금복회관(063-432-0651) 주인장의 설명이다. 엄마젖도 떼지 않은 새끼돼지를 먹는다는 게 막 달갑지만은 않다. 그래도 엄연히 전북 10味에 꼽히는 향토음식 아니던가.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음식도 아니다. 진안에서도 몇몇 향토음식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바깥세상에 나오지 못한 새끼돼지 요리, 현대 보양식으로 변신

 

 

  마이산 자락에 자리한 금복회관은 진안관(063-433-2629)과 함께 진안 애저찜 전문점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한창 설명을 듣다 문득 궁금해진다. 어째서 애저는 진안의 별미로 남게 되었을까. 유독 산이 많은 진안의 지리적 특징 때문일까. 산이 많으니 농사지을 땅은 부족했을 것이고 다른 살길을 찾아야 했을 터다. 게다가 진안은 고원지대이지 않은가. 산에 안긴 고원지대라, 가축을 치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가축 중에서도 아무거나 잘 먹고 새끼도 많이 낳는 돼지는 분명 인기였으리라. 돼지가 많으니 상대적으로 애저를 먹을 기회도 많았을 것이다.

 

 

 

* [왼쪽/오른쪽]애저찜<사진제공·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 취향에 따라 깻잎절임이나 김치, 새우젓 등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

 

 

 

 * 고기를 먹고 나면 묵은지를 넣고 김치찌개처럼 끓여 밥과 함께 먹는다. 칼칼하면서 시원한 국물   맛이 괜찮다 *

 

 

  애저찜을 맛볼 시간이다. 지금이야 보양식에 별미로 애저찜을 찾지만 옛날 어르신들은 그때 그 시절의 맛을 잊지 못해 애저찜을 찾는다. 건강유지와 증진을 위한 양생음식으로도 유명하다. 분명 찜이라고 했는데 육수와 함께 나온다. 흔히들 애저요리 하면 애저찜으로 통용하는데, 실제로 보니 애저탕이다. 메뉴판에도 애저탕으로 되어 있다. 탕이건 찜이건 평생 처음으로 애저요리를 접하는 순간 뽀얀 육수에 아이 팔뚝만한 덩어리가 들어있다. 새끼돼지 앞다리다. 끓기 시작하면 먹기 좋게 고기를 잘라준다. 닭백숙과 닮았다. 고기는 보드라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다. 뽀야면서 진한 국물은 생각보다 담백하다.

 

  애저찜 기본을 시키면 성인 서너명이서 충분히 맛볼 수 있다. 깻잎절임 마늘장아찌 김치 새우젓 등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하다. 입맛에 따라 소금이나 새우젓에 찍어먹기도 하고 깻잎절임이나 김치에 싸서 먹기도 한다. 고기를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묵은지를 넣고 찌개처럼 끓여 밥과 함께 먹는다. 애주가들은 '술을 부르는 맛'이라고 입을 모은단다. 묵은지가 들어가면 얼큰함이 더해진다. 양껏 먹어도 속이 편안하다. 애저요리도 맛봤겠다 식당을 둘러보다 메뉴판에 눈길이 간다. 흑돼지라, 진안은 애저찜 말고도 흑돼지가 특산물로 꼽힌다.

 

  면적의 80%가량이 산지이니 농사짓기 어려운 땅. 더불어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과 금강줄기를 품은 물과 산의 고장에서 어디 애저찜만 맛볼 수 있을까. 이왕 애저를 맛보러 진안을 찾았다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 말의 귀를 닮은 기이한 형상의 마이산을 시작으로 섬진강 발원지 데미샘도 들러보자. 데미샘은 데미샘자연휴양림(전 선각산자연휴양림) 안에 자리했으니 이곳에 숙소를 잡는 것도 좋겠다. 용담호 드라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용담호 주변을 잇는 드라이브 코스는 진안을 찾는 이들이 빼놓을 수 없는 데이트 명소다. 지금은 물속에 잠긴 옛 마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진안역사박물관도 기억해두자.

 

* 참고 및 문의
진안군청 문화관광과 063-430-2227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장수분기점→익산고창고속도로→진안IC

 

2.맛집

금복회관 진안군 진안읍 단양리 / 애저찜 / 063-432-0651
진안관 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 애저찜 / 063-433-2629
일품가든 진안군 진안읍 군상리 / 흑돼지 삼겹살 / 063-433-0825
동해루 진안군 진안읍 군하리 / 냉짬뽕 / 063-433-9777

 

3.숙소

데미샘자연휴양림 / 진안군 백운면 갈용리 / 063-290-6991
운장산자연휴양림 / 진안군 정천면 / 063-432-1193      
마이산모텔 / 진안군 진안읍 단양리 / 063-432-4201
알프스산장 / 진안군 주천면 대불리 / 063-433-7024

 

<출처> 2012. 9. 17 / 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