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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전남 영광, 진노랑 상사화가 만개했다

by 혜강(惠江) 2012. 8. 31.

전남 영광

 

진노랑 상사화가 만개했다. 이제부터 가을이다.

 

 

영광=박정원 월간산 기자

 

* 전남 영광 불갑산 정상인 연실봉에 올라서면 사방으로 이어져 있는 산봉우 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 김승완 기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박제가 된 한국 호랑이, 그 호랑이가 잡힌 곳이 1908년 전남 영광 불갑산이다. 해발 516m에 불과하지만 호랑이가 출몰할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이 지역은 백제 불교가 최초로 도래한 지역이기도 하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를 통해 불교를 백제에 전파시켰다. 침류왕 원년 384년 일이다. 그가 건립한 남한 최초의 사찰 불갑사도 불갑산 자락에 있다.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

 

 

  가을을 앞두고 이 산을 더욱 찾게 만드는 매력은 상사화다. 상사화는 불갑산의 대표적 명물이다. 우리나라 상사화 3대 군락지로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고창 선운사 등이 꼽힌다. 불갑산은 불갑사와 용천사를 안고 있다. 불갑산과 선운산이 우리나라 상사화의 양대 군락지인 셈이다. 특히 용천사와 불갑사를 안고 있는 불갑산은 단일 군락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불갑사 일주문 주변에서 불갑산 동백골 끝자락 구수재까지 3㎞ 이상 상사화가 지천에 널려 있다. 불갑산을 붉고 노랗게 수놓은 장면이 장관이다. 8~9월 불갑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의 향연이다.

  그 상사화가 활짝 필 때가 다가왔다. 조급한 마음에 미리 불갑산을 다녀왔다. 불갑산 일주문 주변은 무료 주차장까지 갖춘 공원으로 평소에도 방문객이 많다. 이 일대는 매년 추석 무렵 온통 활짝 핀 상사화 꽃밭으로 변한다.

  불갑산 자락에서 발원한 조그만 계곡도 있다. 등산객들이 발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계곡을 따라 불갑사로 오른다. 길 주변은 상사화뿐 아니라 각종 야생화 천국이다. 참나리와 맥문동, 영광 명물인 모시미까지 군락을 이뤄 자태를 뽐낸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싱아 군락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갑사 주변엔 진노랑상사화가 벌써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상사화는 음력 8월 중순 피지만 진노랑상사화는 한 달 정도 먼저 핀다. 진노랑상사화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이기도 하다. 불갑사 뒤쪽으로 돌아서자 참식나무와 동백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참식나무는 목질이 단단하고 열매는 염주로 이용된다고 한다.
 

 

  
                                                                 * 불갑사 주변에서 꽃망울을 터뜨린 진노랑상사화 *

* 불갑산에서는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하나의 나무로 자라는 연리목을 많이 구경할 수 있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

       

연꽃 모양의 연실봉

  동백골로 접어들었다. 햇빛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계곡 양옆으로 활짝 핀 진노랑상사화가 눈길을 끈다. 상사화(相思花)의 꽃말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늦은 봄이나 이른 여름 잎이 지고 난 뒤 꽃이 피기 시작한다. 꽃과 잎이 서로 피는 시기가 달라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의미다. '상사병'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구수재에 다다랐다. GPS를 보니 고도가 236m밖에 안 된다. 이제부터 능선 위로 가는 등산로다. 불암산 정상 연실봉 가는 코스와 함평 용천사 가는 코스로 나뉜다. 용천사 가는 길을 뒷전에 두고 정상으로 향한다.

  단단한 때죽나무와 참나무가 연리목(連理木·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하나의 나무로 자라는 현상)을 이루고 있다. 자귀나무·서어나무·산벚나무 등이 울창하고, 소나무와 참나무들도 키 경쟁을 하고 있다.

  서서히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정상 연실봉(蓮實峰)이 516m니, 300m 가까운 높이를 1.6㎞에 걸쳐 오른다. 불갑산의 산세는 바위가 많아 꽤 거친 편이지만, 구수재에서 연실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 가끔 암벽 구간이 나오지만 우회로나 밧줄을 마련해 안전한 산행을 돕고 있다.

  연꽃 모양을 닮았다는 불갑산의 정상 연실봉에 도착했다. 이전에 군부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정비돼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연봉(連峯)이 펼쳐져 있다. 남동쪽으로 무등산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연봉들이 많아 겨울철엔 따뜻하고 다습한 북서 계절풍이 산을 넘지 못해 눈을 많이 내린다고 한다.

  하산은 해불암 방향이다. 가파른 비탈길은 등산객 안전을 위해 나무데크를 놓고 길옆에 밧줄까지 설치했다. 해불암엔 약수터가 있다. 해불암 하산길도 계곡에 가깝다. 다시 진노랑상사화가 여기저기 눈길을 끈다. 계곡 주변 뿌리를 드러낸 상사화도 널려 있다. 하산길에는 연리목도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의 그리움을,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로 된 연리목이 대신 달래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모두 불갑산에서 눈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풍경이다. 

 

 

 

여행 수첩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지만 상사화와 가을 야생화를 보면서 걷는 일주문~불갑사~삼거리~동백골~구수재~연실봉~해불암~삼거리까지 원점 회귀코스 5.6㎞는 별로 길지 않은 코스지만 볼거리가 많다. 불갑산 상사화의 정확한 개화 시기는 불갑사(061-352-8097)나 용천사(061-322-1822) 종무소에 문의하면 알려준다.

 

 

 

<출처> 2012. 8. 3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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