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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천리포수목원, 벽안(碧眼)의 은인이 남겨놓은 천상의 화원

by 혜강(惠江) 2012. 7. 31.

 

태안 천리포수목원


벽안(碧眼)의 은인이 남겨놓은 천상의 화원

- 2000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 -

 

 

·사진 남상학

 

 


* 천리포수목원 내의 민병갈 박사의 흉상 *  

 

 

  천리포수목원은 한국을 사랑한 이방인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한국명 민병갈, 1921~2002)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민병갈 박사는 1945년 미 해군 장교로 한국에 와 57년간 한국인으로 살면서 태안 천리포일대의 민둥산을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세계가 인증하는 천리포수목원을 만들어 한국에 기증했습니다.

  칼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 1921~2002)가 그의 본명이었습니다. 19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5년 연합군 중위로 처음 한국에 왔었고 2년 후에는 주한미군총사령부 사법부 정책고문관으로 자원해 다시 왔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 수립 후에 미국으로 귀국했던 그는 1953년 다시 돌아와 한국은행에서 일했습니다.

 

  1960년대 초부터 한국에 매료된 그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의식주에 동화되어 한복을 좋아했고 김치를 즐겨 먹었으며 온돌에 누워야 잠을 자는 등 한국인과 똑같은 생활을 하다가, 1979년 칼 페리스 밀러는 귀화해 민병갈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인으로서는 광복 후 두 번째로 한국 사람이 되었습니다.

 

 

* 민병갈 박사의 한국사랑은 특별했습니다. *

 

 

  평소 나무를 좋아했던 그가 처음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해변에 57ha의 토지를 매입한 것은 1962년이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수목원 부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했고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을 식재하여 식물원을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국내 자생종을 중심으로 식재하다가 1973년 이후 외국에서 다양한 묘목과 종자를 수집했습니다.

  특히 1978년부터 다국간 종자교환 사업인 인덱스 세미넘(Index Seminum)에 참여하여 세계 각국의 저명한 식물원과 수목원, 자연사박물관, 식물재배농장, 식물애호가, 식물 관련 대학들과 잉여종자들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외국 수종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595,044m²(18만평)의 부지에 목련류 430여종, 동백나무 380여종, 호랑가시나무류 400여종, 무궁화 250여종, 단풍나무 200여종을 비롯해 1만3천200여종의 수목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제각기 다른 나무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자랑하지만, 특히 목련과 수선화가 피는 봄철과 단풍나무가 멋진 가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천리포수목원은 민병갈 박사의 남다른 '한국사랑'의 정신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 

 



  특히 그는 미기록 품종이었던 완도호랑가시나무를 발견해 국제학회에 등록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8년 민병갈은 남해안 답사여행에서 감탕나무(Ilex)와 호랑가시나무의 자연교잡(交雜)으로 생긴 신종 식물을 발견하였고, 이 식물이 한국의 완도에서만 자라는 희귀종임을 검증했습니다. 그리고 국제규약에 따라 발견자와 서식지 이름을 넣은 학명 `Ilex x Wandoensis C. F. Miller'을 국제학회에 등록하고 한국이름을 `완도호랑가시'로 정했습니다. 이런 공로로 그는 1989년 영국의 왕립원예협회로부터 세계의 식물학자와 원예인이 선망하는 비치 메달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으로 조성된 천리포 수목원이 보유한 식물 품종의 다양성이 전 세계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국제수목학회(International Dendrology Society)는 2000년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Arboritum Distinguished for Merit)'으로 지정했고, 미국 호랑가시학회(HSA, Holly Society of America)는 `공인 호랑가시 수목원(Official Holly Arboritum)'으로 선정을 했습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수목원으로 평가를 받은 것입니다. 이 모두가 한국을 사랑한 한 사람의 남다른 헌신(獻身)이 낳은 것입니다.  

 

* 천리포수목원은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Arboritum Distinguished for Merit)'으로 지정되었습니다. *

 

 

   30년간 수목원에 들어간 500억 원을 증권투자를 통해 마련할 정도로 돈벌이의 귀재였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재정난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평생 독신자로서 검소한 생활을 하였던 그는 유창한 한국어는 물론 일본어, 독일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를 구사할 정도의 외국어 달인이었고, 편지쓰기를 좋아해 통신문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10통이 넘는 편지를 썼다고 합니다.

  그토록 한국을 사랑하고 나무를 사랑했던 그는 자식처럼 키운 천리포의 수목들을 그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선물하고 2002년 영면했습니다. 그는 서울근교의 묘원에 있다가 고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2012년 4월8일 “내가 죽으면 묘를 쓰지 말라. 묘 쓸 자리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으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그의 소원대로 천리포 수목원의 양지바른 곳 목련나무 아래에서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한국정부는 2002년 민병갈 선생에게 금탑 산업훈장을 수여했고 2005년 국립수목원 “숲의 명예전당”에 흉상이 헌정되었습니다. 

 

* 한국정부는 2002년 민병갈 선생의 헌신과 노력을 평가하고 금탑 산업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이 훈장은 천리포수목원 내의 민병갈기념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 

 

   그후 천리포 수목원은 1979년도에 국가에 귀속시켰고 산림청은 1996년 8월 5일 천리포수목원을 공익법인으로 허가받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사전 허가를 받은 식물연구자나 후원회원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조용한 수목원이었으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9년 3월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일반 관람객들이 밀려오면서 보존이라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생전에 민병갈 선생은 “천리포수목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나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나무가 주인인 곳으로 남기를 바라는 뜻이지요.

  천리포수목원에는 만리포해수욕장에 인접,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아한대성에서 아열대성에 이르는 다양한 식물군을 보유하고 있어 사계절 관광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쉽게 보기 힘든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나무들이 오랜 시간 수목원에 뿌리를 내려고 울창하게 자라 귀한 나무들을 가까이에서 편안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다양한 조류(연간 약 60여종)와 곤충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 수목원 내의 전망대 옆에 세워놓은 안내판입니다. * 

 

 

   입구를 따라 잔디광장을 왼쪽으로 끼고 들어가면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이 수생식물원과 습지원입니다. 지금 이곳엔 수국이 활짝 피어 자태를 뽑내고 있습니다. 그 뒤로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아담한 건물이 민병갈 기념관이 수목원의 경치를 한껏 빛내고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이어지는 원추리원, 수국원, 만병초원,노루오줌원, 자생식물원, 마취목원, 왜성침엽수원, 무늬원, 우드랜드, 호랑가시원, 동백원, 겨울정원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 습지원 뒤로 하얀 건물(민병갈기념관)이 매우 인상적이지요. *  

 

 

    어느 곳이나 자연스럽고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특히 아름다운 곳은 큰 연못 주변과 ‘C’ 코스를 따라 돌다보면 만나게 되는 천리포 앞바다의 시원한 풍경이 특히 사람의 발길을 잡습니다. 해안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천리포항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조그만 섬은 흔히 닭섬이라고 불리는 낭새섬입니다.  나무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은 꼭 찾아가 볼 만한 수목원입니다. 귀한 수목들과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고, 또 이런 학술적 정서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는 수목원을 조성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의미도 있기 때문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초가집, 배롱나무집, 위성류집, 해송집, 사철나무집, 측백나무집, 벗나무집 등 한옥 펜션 몇 동을 운영하고 있어, 숲속 바닷가 수목원에서 싱그러운 하루를 보낼 수도 있습나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바다내음, 바람에 나부끼는 솔잎소리를 들으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들 게스트하우스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내 얼굴은 서양인이나 내 가슴은 한국인이다. 한국에 반한 한 이방인을 품어 준 은혜에 감사하여 나는 이 땅에 수목원을 조성하여 자식 돌보듯 나무를 키웠다. 내가 평생 사랑한 나의 제2조국과 동포들이 따뜻한 마음이 되어 하늘이 내린 이 아름다운 강토에 늘 푸른 산림의 옷을 입혔으면 한다”

 

  민병갈의 말입니다. 그는 나무를 사랑했고, 한국을 사랑했습니다.

 

 

 * 수목원 내의 습지원 앞에 세워놓은 현판, 그는 자연을 좋아했고 개구리 우는 소리와 함께 만년을 보냈습니다. *


 

 천리포수목원을 둘러보며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또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말입니다. 숙제를 가득 안고 돌아왔습니다. 

 

 

 

* 매표소와 그 옆에 세워놓은 안내도 *

 

 

* 수목원 내에는 수생식물원과 습지원이 있어 주변을 걸으며 자연관찰도 하고 명상하기에도 좋습니다. 

 

 

* 수생식물원 길가에 자라고 있는 낙우송입니다. 석류석처럼 솟아있는 것은 낙우송의 숨쉬는 뿌리로서 희귀종 나무에 속합니다. * 

 

* 산책로를 따라 돌다보면 마취목원, 왜성침엽수원, 무늬원, 우드랜드, 호랑가시원,

백원 등이 조성되어 있어 자연을 호흡하며 걸을 수 있습니다. *

 

* 솔로몬의 궁전과 성전을 세울 때 사용했던 히말리아시타는 소나무처럼 솔방울을 무수히 달고 있었습니다. * 

 

* 이 거대한 나무는 설명에서 보듯이 독성이 있어 소나 말들이 그 잎을

뜯어먹으면 전신이 마비되는 전쟁에 많이 이용했다고 합니다. *

 

 

*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초가집, 배롱나무집, 위성류집, 해송집 등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이 됩니다. *

 

* 이곳은 천리포수목원의 해안 쪽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앞에 보이는 섬은

만리포해수욕장과 천리포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낭새섬입니다. *

 

 

* 민병갈기념관에는 천리수목원과 관련한 각종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천리포수목원이 있기까지 함께 일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입니다. 이들의 협력이 있어 만들어졌다는 것을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엿보입니다. * 

 

* 민병갈 기념관 안에 전시된 행사 사진입니다. 아마도 흉상제막식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 민병갈 기념관 옆에 허부샵과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 

 

* 전기로 충전한 작업차가 있어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

 

 

<여행메모>



* 주소(전화) :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향리 875, 041-672-9982   홈페이지 http://www.chollipo.org
*가는 길 : 태안의 만리포해수욕장 바로 앞에서 천리포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조금만 가면 길 건너편에 천리포수목원 주차장이 있습니다.
* 식사 : 만리포해수욕장 인근의 횟집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도회관(모항리, 041-466-32)은 우럭지리가 유명하고, 항구가든(모항리, 041-672-1332)은 돌솥밥과 해물탕을 내놓고 손님을 맞이합니다. 만리포군산횟집(의항리, 041-672-8960)도 사랍들이 즐겨찾습니다. 여름철이라면 만리포에서 나와서 허브농원 팜카밀레 근처의 ‘초가’(태안군 남면 진산리 18-58, 041-672-0104)가 좋습니다. 두부전골과 막국수를 잘하는 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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