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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창녕 우포늪 · 합천 정양늪

by 혜강(惠江) 2012. 5. 7.

 

                           

창녕 우포늪 · 합천 정양늪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안정수 취재기자

 

 

 

 



 

  입춘이 넘어가면서 봄이 왔음을 알았지만, 체감하는 봄은 이제야 나타난 듯하다. 그래서일까. 이번 여행의 첫발은 기분이 남다르다. 매년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내려와 도착한 곳은 경상남도 창녕군, 제대로 찾아온 듯하다. 산과 들판 그리고 강가 곳곳에 아기손 같은 새싹이 잘 왔다는 듯 손짓한다. 문밖을 나서면서 이미 목적지가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은연 중, 요즘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궁금했던 곳이 창녕에 있기 때문. 본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불러 모은 주인공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창녕 우포늪’이다.

  창녕군의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등이 우포늪 일대의 지명이다. 그렇다 보니 우포늪 앞에는 군 이름 ‘창녕’이 대표로 걸려 있다. 그만큼 면적이 넓어, 우포늪으로 진입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초행으로 찾아가기엔 어려운 길도 더러 있다. 우포늪과 첫 대면을 할 계획이라면, 우포늪생태관을 거치는 우포늪길 220(세진리 232번지)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왼쪽/오른쪽]우포늪생태관 / 우포늪 자생 식물원

 

 

  최근 생태·학술적 가치가 높은 장소에 관련 전시관 또는 박물관이 마련되는 추세다. 우포늪 또한 늪에 관한 자세한 정보, 지역특색 등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시한 우포늪생태관, 자생 식물원 등이 마련돼 알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포늪은 약 1억 4천만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근거로 우포늪이 간직한 원시적 저층늪이 꼽힌다. 저층늪이란, 해발 높이에 따라 나뉜 늪의 종류 중 하나. 저층늪의 특징은 수생식물, 수서곤충, 어류 등이 다른 층의 늪보다 비교적 다양하게 서식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우포의 저층늪은 원시적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현재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 생태보전을 위한 여러 가지 관리가 이뤄진다.


 

우포늪과 자전거 타는 모습


[왼쪽/오른쪽] 우포늪 / 유독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포늪 탐방로는 4개로 나뉜다. 탐방로 총연장은 약 12㎞ 수준으로, 당일 코스로 즐기기에는 긴 편. 이런 조건이 반영된 듯, 생태관 인근에 자전거 대여소가 마련됐다. 안장이 두 개 달린 자전거도 있으니 연인들은 참고하시라. 우포늪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하루 만에 이곳을 둘러보는 것은 어렵다고 한다.

 

 

  넓은 면적과 긴 코스가 첫 번째 이유. 곳곳의 늪이 가진 개성이 다양하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다. 그 다양한 우포늪의 표정을 전부 담아가지 못할 것으로 짐작되니 괜히 발걸음이 빨라지지만, 서두를수록 놓치는 것이 많을 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산책로와 우포


[왼쪽/오른쪽]생태관과 우포 사이 산책로 / 우포

 



 생태관에서 북쪽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10분 정도 걸으면 우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우포늪이라고 통칭되는 이곳은 엄밀히 말해 여러 늪으로 나뉘어 있다.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 비교적 작은 늪이 우포를 중심으로 주위에 형성돼 있고, 아울러 우포늪이라 부른다.




우포늪


늪은 거대한 하나의 생명이면서 다양한 생물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겨울바람도 끄떡없이 버텨낸 갈대가 뻣뻣하게 말랐다. 그 사이로 창포, 부들, 갈대, 잡초 등 새잎이 한 자리씩 차지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늪가에 다양한 물풀이 무성해지고, 장소에 따라 형성되는 군락도 뚜렷해진다.

  봄비가 연이어 내린 덕분에 풍경이 한결 맑고 화사하다. 늪 수면에는 옅은 옥빛이 감돈다.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소리 없이 늪 속에서 바쁜 모양이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연하던 옥빛이 더욱 진하게 번진다. 한참을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오랜 시간 사진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촬영하기 좋은 장소로 유명해졌는지 곳곳에서 셔터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우포늪 또한 주산지와 세량제 같은 곳과 마찬가지로, 일출과 일몰에 매력적인 풍경을 한껏 드러낸다. 아침에는 우포늪의 모든 생명이 기지개를 켜는 듯한 기운이, 일몰 시각에는 하루를 마감하는 우포늪의 차분함이 매력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길과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


[왼쪽/오른쪽] 전망대로 오르는 길 / 전망대에서 보이는 사지포. 뒤로 비슬산이 보인다

 



   넓게 우포늪을 살펴보자. 우포 남쪽에 마련된 전망대를 이용하면 좋겠다. 시원하게 트인 풍경이지만 우포늪이 워낙 크고 지형이 불규칙스러워 주위를 한눈에 담기는 어렵다. 산세가 거칠다기보다 유하다. 북동쪽 방향 멀리 비슬산의 우직한 어깨가 눈길을 끈다. 넓게 살펴보면 우포늪으로 향하는 골짜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도 쉽게 눈에 띈다. 평온하고 한적하기만 한 이곳에 큰 위기가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우포늪에 제방이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 약 80년 전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늪을 메워 개간, 논으로 활용하기 시작해 우포늪 근방으로 마을의 규모가 점점 커졌다. 우포늪이 원모습을 잃어가면서 자연보호 단체의 관심이 쏠렸고 193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이후 ‣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에 따라 정식으로 ‘창녕 백조 도래지’ 천연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됐지만, 철새 감소를 이유로 1973년에 해지된다. ‣ 1997년 환경부에서 우포늪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 ‣ 1998년 국제협약인 람사르협약에 등록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 최근 ‣ 2011년 문화재청에서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천연기념물 제534호로 재지정되는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관찰대와 우포늪 품 안의 오리들


[왼쪽/오른쪽] 관찰대 / 우포늪 품 안에서 행복한 오후를 보내는 오리들

 



   우포늪에는 약 1,500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그중에서 우포늪을 찾게 되면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터줏대감처럼 행세하는 새들이다. 오리, 왜가리, 백로, 고니 등 다종의 조류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우포늪의 매력 중 하나. 얼마나 눈치가 빠른지 작은 기척에도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날아간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약간의 참을성만 있으면 된다. 관찰대 목조물 안에 들어가 기척 없이 기다리면 어느새 한 무리 새들이 날아와 한가로운 일상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개팔자보다 새팔자가 상팔자인 듯싶다.

  경남까지 먼 길을 왔는데, 우포늪 한 곳에서만 즐기고 돌아가기는 아쉽다. 봄의 기운을 머금은 습지 또는 늪이 또 어디 없을까. 수소문 끝에 합천의 정양늪이라는 곳이 최근 새 단장을 했다고 한다. 합천군은 늪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위대한 생명력을 상징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미래에도 서로 의지하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 이 같은 생각이 담긴 정양늪이라면 분명 무엇이 달라도 다를 터. 또 다른 설렘을 안고 약 35㎞ 떨어진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로 향했다.

  황강의 지류인 아천천이 흐르는 곳에 도착. 나지막한 산세가 양옆으로 나란히 뻗어 한곳을 향한다. 그 사이로 아천천의 배후습지 정양늪이 길게 자리했다. 예전부터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로 알려졌으며,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 중 하나로 꼽힌다. 헌데 이 같은 늪이 무슨 연유로 대대적인 정비를 하게 된 걸까.

  그 원인에는 합천댐이 있다. 댐이 만들어진 이후 수위가 낮아지고 쓰레기가 쌓이면서 습지와 늪으로서의 모습을 잃어갔다. 재정비가 이뤄지기 직전은 수량 감소, 수질 악화로 습지의 기능이 대부분 상실됐을 정도라고… 이에 합천군이 나서서 대대적인 정비를 5년에 걸쳐 진행, 현재의 정양늪이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했다.

  5년 만에 태곳적부터 형성된 생태를 전부 살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훼손된 자연을 정성 들여 복원했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정양늪에서 늪의 생태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든 점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배울 수 있기 때문.

 



 

정양늪 초입


[왼쪽/오른쪽]정양늪 초입 / 일광욕을 즐기는 개구리가 유쾌하다

 

 

정양늪


육각정에서 보이는 정양늪

 

 

  작은 주차장과 훤칠한 육각정이 정양늪의 초입이다. 깔끔한 분위기에서 새것의 냄새가 진하다. 육각정 너머로 정양늪 수면 위로 만들어진 데크를 따라 산책로가 운치있게 조성돼 있다. 물 위로 설치된 길을 걸을 때면 매번 색다르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과 동심으로 이어지는 듯 재미까지 있다. 이 길을 시작으로 조성된 탐방로는 정양늪을 둘러 구성되며 약 3.2㎞에 이른다.


 

군락 인근의 데크길


군락 인근의 데크길에 해당 수생식물의 설명이 적혔다

 


   길 주변으로 어리연, 남개연, 수련, 물옥장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번식한다. 보기 드문 수생식물은 따로 칸막이 설치해 구분이 쉽도록 했다. 아이들에게 수생식물을 직접 보여주는 학습장으로 제격이다.


 

정양늪에 길게 조성돼 있는 내버들나무


내버들과 나란히 걷는 맛이 색다르다

 


   늪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버들나무가 정양늪에 길게 조성됐다. 한참 새싹을 틔우는 중이다. 연둣빛 봄기운이 군락을 따라 줄을 섰다. 그렇게 봄부터 시작된 식물 활동이 가을 낙엽까지 차근차근 진행될 것이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남았다.

 

 

 

수로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내버들 군락을 지나 징검다리는 건너는 탐방로 구성이 재미있다

 

 

수많은 생물들과 마주하는 늪


늪을 걷는 사이 수많은 생물과 마주하게 된다

 



 

 

  내버들 군락을 가로지르면 정양늪의 물이 빠지면서 형성된 수로가 보인다. 나란히 세워진 돌을 따라 수로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가 놓였다. 이어지는 탐방로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 유속이 느려지고 수심이 얕아지면서 늪 본연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탐방할 수 있다.

  우포늪과 정양늪, 똑같은 늪으로 분류되지만 분위기도 다르고 걷는 맛도 다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자연을 아끼고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하나같이 다져지는 여정이었다.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면 우포늪과 정양늪에서 연둣빛 봄기운을 담아가자.

 


 

 

TIP

 


1. 찾아가는길

 

* 자가용 (우포늪)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 → 첫 교차로(우회전) → 회룡마을 (우회전) → 우포늪 세진주차장

 

* 자가용 (정양늪)

 

88올림픽고속도로 고령IC → 안림삼거리(합천, 해인사 방면 좌회전) → 매촌교차로(진주, 합천 방면 우회전) → 자릿재터널 → 합천교차로(의령, 합천 방면 좌회전) → 대야로 → 합천고려병원장례식장 맞은편 정양늪 생태공원 주차장

 


2.맛집

 

가야골감자탕(창녕군) : 김치감자탕, 055-532-1770
대해횟집(창녕군) : 전복회, 산낙지, 정어구이, 055-521-3500
백운식당(합천군) : 산채한정식, 055-932-7393
유성가든식당(합천군) : 메기매운탕, 055-933-7055

 


3.숙소

 

로얄관광호텔 :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 215-1번지, 055)536-7300
부곡 한성호텔 유황온천 : 경상남도 창녕군 부곡면 거문리 217-45번지, 055)536-5131
해인사호텔 :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 1230-11번지, 055)933-2000
오션모텔 : 경상남도 합천군 정양리 101-16번지, 055)931-3008
빌리지모텔 : 경상남도 합천군 정양리 22-1번지, 055)931-1981

 



<출처> 2012. 5, 1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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