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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북도

대청호500리길, 산이 섬 되고 호수가 바다 된 듯

by 혜강(惠江) 2012. 2. 12.

                                              

대청호500리길

 

산이 섬 되고 호수가 바다 된 듯

- 다도해 같은 장엄한 일출 연출 -

 

 

글·박정원 부장 / 사진·이경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야트막한 산들이 다도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청호 위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일출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한다. 하물며 신년일출이야 오죽할까. 신년 일은 특히 동양에서 한 해의 시작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행운을 기원하는 뜻 깊은 행위로 의미가 부여된다. 2012년은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흑룡의 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출 명소를 찾아 한 해의 무사 안녕을 빌며 행운을 기도할 것이다.

  사람들은 일출을 보기 위해 주로 산과 바다를 찾는다. 새벽부터 일찌감치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아 일출을 기다린다. 확 트인 곳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가슴을 부풀게 다. 하지만 호수에서 바라보는 일출 명소가 있다. 그것도 걷기 좋은 길의 전망대에서 호수에 살내비치는 모습보다는 산과 바다에서 보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산과 바다에서 보는 웅장한 모습보다는 덜하지만 아기자기하면서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소양호·충주호와 함께 전국 3대 호수 중 하나인 대청호는 온통 300m 내외 높이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무려 500리나 되는 그 둘레를 잇는 ‘대청호500리길’이 생겼다. 기존에 있던 ‘대청호반 길’의 노선을 조금 변경하면서 확대 조성했다. 500리는 무려 200km에 이른다. 모두 21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일출명소로 유명하면서 대전시민들이 많이 찾는 2구간을 대청호500리길을 조성한 2명의 주역 중 한 명인 이주진씨와 대전문화연대 박은숙 사무국장과 함께 걸었다.

  대청호500리길 2구간은 찬샘마을에서 출발한다. 찬샘마을의 원래 이름은 피골이다. 후백제 견과 신라 군사가 노고산성에서 피가 내를 이룰 만큼 크게 싸워 ‘피골’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전한다. 피골은 일제시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피’를 한자어인 기장 ‘직(稷)’자로 바꾸어 직동으로 변한다. 이후 직동은 어감이 좋지 않다며  냉천수가 많이 솟아나는 마을 특징을 살려 다시 샘마을·냉천마을로 바뀐다. 지금은 공식 지명인 냉천마을과 함께 윗피골·아랫피골 등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2구간 출발지는 찬샘마을이지만 아침과 저녁, 즉 일출과 일몰을 보는 목적에 따라 걷는 방향이 달라진다. 일출을 보기 위해선 노고산성 방향으로 가서 성치산성~냉천길로 한 바퀴 돌아 찬샘마을로 원점회귀하면 된다. 일몰 시간에 맞추어 그 역으로 걸으면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일을 보기 위해 노고산성으로 향했다.

 


 

숙식 가능한 찬샘마을이 2구간 시·종점

 

  찬샘마을은 이미 체험마을로 조성돼 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도특집을 촬영하면서 캠프로 활용했던 지역이라 민박과 식당뿐만 아니라 방문객을 맞기 위한 다양한 체험행사도 마련돼 있다. 마을엔 이러한 체험행사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한여름 손님을 치르고 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마을을 지나 쇠점고개로 향했다. 옛날 대장간이 많아 쇠점골로 붙여졌다는 곳이다. 야트막한 산지만 완만한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체험장의 남은 부속물인 수세미·표주박 등이 아직 방문객의 눈길을 끌면서 걸려 있다.

  쇠점고개가 저만치 보일 즈음 야트막한 산지에 나름 널찍한 평지가 보인다. 옛날 대장간이 있었그 평지는 지금 농지로 변해 있다. 농촌의 길은 도시에서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와 느낌을 준다. 정리되지 않은 듯하면서 정감어린 정취를 자아낸다. 아마 자연이 인간에 주는 감성의 선물이리라. 마침 이 추운 겨울에 철모르는 버들강아지가 새순을 피우고 있어 더욱 정감 나게 했다.

  쇠점고개를 100m 앞두고 노고산성 방향 왼쪽으로 틀었다. 이제부터 산길로 접어든다. 일본잎갈무, 일명 낙엽송이 가로수 마냥 방문객을 반긴다. 오르막길이 서서히 시작되면서 대청호도 모습을 드러낸다. 길옆에는 3개의 리본이 가지에 매달려 있다. ‘노고산성 해맞이 길’, ‘대청호반 둘레길’,  ‘대호500리길’ 등 같은 길에 여러 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기 때문일까.

  노고산성 해맞이 전망대 가는 길에 노고산성 성벽과 할미바위가 나온다. 바로 이 할미바위가 노산(老姑山) 이름을 유래케 한 장본인이다. 할미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상여바위로 변한다고도 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상여바위 혹은 할미바위로 부른다.

  대전 시목(市木)인 두잎소나무는 이파리를 떨어뜨려 해맞이 가는 길을 소복이 덮고 있다. 솔가리 위로 걷는 발걸음은 푹신하면서 더욱 가벼웠다.

 

  대전의 해맞이 장소로 보문산과 식장산 등이 꼽히지만 노고산성 전망대에도 사람들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모인다고 한다. 드디어 노고산성 해맞이 전망대에 도착했다. 불과 280m밖에 안 되는 높이인데도 사방이 확 트여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을 만도 했다.

 

 

 

대청호 500리길 2코스

 

 

일출과 일몰 동시 즐길 수 있어

 

   노고산성 일출은 겨울엔 아침 7시 40분쯤부터 시작된다. 대청호 동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더니 마치 혓바닥을 날름거리듯 서서히 솟아올랐다. 대청호를 둘러싸고 있는 야트막한 산 무리는 마치 쪽빛 다도해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대청호 사이에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은 호수의 물들을 갈라놓아 호수 속의 호수를 만들었고, 호수 속의 호수는 작은 산들을 분리시켜 놓아 다도해에 떠있는 하나의 섬과 같이 보이게 했다. 산이 섬이 되고, 호수가 바다가 되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일출의 광경이었다. 바다와 산에서 본 일출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출의 장관을 보고 걷는 감동은 여진으로 계속 이어졌다. 낙엽송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무성한 숲길은 솔가리가 완전히 덮고 있다. 일출 전망대에서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낙엽으로 미끄러지십상이다. 조심조심 발을 옮겼다.

  길은 윗피골로 연결됐다. 윗피골엔 마을 이름이 유래한 냉천이 있다. 지금은 마을아낙들의 빨터로 변해 있다. 냉천 바로 위에는 대나무숲 사이로 나비관찰장의 체험장소도 있다.

  이어 바로 마을 보호수가 있는 고갯길이 나온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성치고개로 가는 길이대청호500리길은 대청호로 바짝 붙어 걷는 길로 이어진다. 대청호에 붙기 직전 인삼밭이 나왔다. 박은숙 국장은 “얼마 전까지 이곳이 보리밭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라고 궁금해했다. 돌까마귀란 별명을 가진 이주진 산행대장은 “불과 몇 개월 전에 조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청호 호반으로 걷는 길은 가끔 겨울 억새가 고개를 숙여 호수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들었다. 호수 옆으로는 마을이 수몰돼서 그런지 묘지들도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 커다란 묘지 주변에잠시 휴식을 취하며 호수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대청호500리길 중 2구간은 일출과 일몰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코스로 꼽힌다.

 

 

  이주진 대장은 “이제부터 대청호500리길 중에 가장 힘든 200m 오르막길이 시작 된다”고 농담삼아 말했다. 오르는 길은 온통 참나무 낙엽으로 쌓여 있다. 참나무 낙엽은 솔가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솔가리가 푹신한 느낌을 준다면 참나무 낙엽은 밟을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완전한 자연의 소리다. 계절의 소리며 겨울의 소리다. 또한 감성을 깨우는 소리이기도 하다. 잠시 “사각사각” 소리에 깊이 빠져본다.

  어느덧 성치산성에 도착했다. 삼국시대 백제가 축성한 산성이라고 안내판에 붙어 있다. 지도에서는 성치산성의 일출이 훨씬 좋아 보였지만 실제로 도착해서 보니 성치산성 전망대는 주변이 막혀 조망이 엉망이다.

  성치산성에서 다시 찬샘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임도 방향으로 발길을 돌다. 일몰을 보기엔 안성맞춤길이다. 마침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뤄 분위기를 더했다. 아마 누군조성한 듯했다. 구상나무 중간 중간엔 배롱나무도 보인다. 가지를 살살 간질이면 이파리가 웃부르르 떤다는 일명 간지럼나무다.

  길은 구상나무 바로 아래 임도로 접속된다.  임도를 따라 3km쯤 돌아오면 찬샘마을로 원점회귀한다. 찬샘마을~할미바위~노고산성~전망대~대청호~성치산성~구상나무 군락지~임도~찬을로 돌아오는 약 7km에 3시간 45분쯤 걸리는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대청호 둘레 200km 모두 이어 걸을 수 있게 조성

 


  대청호500리길은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지식경제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조성 중에 있다. 대전발전연구원은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녹색생태관광지 대청호 500리길’이란 이름으로 지경부로부터 길 조성 사업자로 2010년 선정됐다.

 

 

 

대청호 주변엔 간혹 억새가 군락을 이뤄 도보객들에게 운치를 더해 준다.

 

  대전발전연구원은 2011년 4월까지 1개년 계획으로 200km 500리길의 21구간까지의 모든 노선을 확정했다.  2012년 4월까지 코스 정비와 함께 생태습지 등 생태관찰장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내부스 4개, 음수대 8개 등 편의시설도 동시에 설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2013년 4월까지 명상 치료 등을 위한 생태형 힐링센터 건립과 함께 거점마다 다양한 체험장도 조성할 방침이다. 지경부에서 지원하는 35억여원과 지자체에서 40억원 남짓 등 모두 80억 원의 예산으로 집행한다.

  대청호500리길은 대전·충청권 지역의 자연부락과 소하천을 모두 포함하는 도보길이다. 주변의
등산로, 산성길, 임도, 옛길 등을 두루 아우르고 있다. 또한 5개 지자체의 도보길(대전 대청호반길, 옥천 향수길, 청남대 사색길 등)을 포함하는 길로서, 대청호 전체의 상징하는 길로서 자리매김한다.


  길 조성에는 대전발전연구원 황정하 실장이 사업단을 총괄하고 있다. 사업단의 4~5명 팀원이 없는 길을 찾아 답사하고, 이름을 붙이고 하는 등 어떻게 길을 조성할 것인지 실제 현장에서 느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에 실제 산행경력이 수십 년에 달하는 이주진 대장과 김웅식 대장이 찾기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이다.  

 

 

 

 

 

교통  대청호500리길 2구간 시·종점인 찬샘마을로 가기 위해선 경부고속도로에서 신탄진IC에서 빠져 신탄진로로 접속하는 게 가장 짧은 거리다. 이후 대청호와 대청호수로→냉천로로 가면 찬샘마을에 도착한다. 찬샘마을이 대전 시내버스인 60번 버스 종점이기도 하다.

숙박 찬샘마을은 체험시범지역으로 숙박과 식당이 잘 갖춰진 곳이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커다란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마을체험을 총괄하고 있는 찬샘교육농장 변대섭 원장의 집이다.

문의 042-274-399 또는 011-9802-7262. 찬샘교육농장에서는 20~30명의 단체 방문객을 주로 받는다. 바로 옆에는 찬샘가든 식당이 있다. 매운탕과 토종닭을 주로 선보인다.

 

 

<출처> 2012. 1. 30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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