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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에세이/아름다운 동행

생명의 젖줄 갈릴리 호수

by 혜강(惠江) 2011. 7. 19.

 

생명의 젖줄 갈릴리 호수

 

 

글 · 남상학

 

 

 

갈릴리는 예수님의 복음 선교활동의 중심지였다.

어디를 가도 갈릴리 호숫가는  곳곳이 성서의 무대요, 역사의 현장이다.

 

 

 

▲ 이스라엘의 생명수인 갈릴리(Galilee) 호수 , 팔복교회에서 바라본 풍경

 

 

 

  갈릴리(Galilee) 호수는 이스라엘의 생명수다. 우리가 보아왔던 광야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유대인들이 믿었던 것처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원천이다. 갈릴리 호수는 그 모양이 하프 모양의 악기를 닮았다. 그 악기를 히브리어로 ‘긴놀’라고 불렀기 때문에, 이 호수를 구약시대에는 긴네렛 호수로,(민34:11, 수12:3) 신약시대에는 게네사렛 호수라고 불렀다.

  호수는 지구의 중생대 백악기의 제3기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때 요르단 계곡이 함몰한 결과로 생긴 것으로, 여기에 해발 2814㎞의 헤르몬산에서 훌라 계곡을 따라 흘러온 물과 주변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이 만나 이루어진 담수호이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이 호수를 바다로 생각하여 ‘호수’와 ‘바다’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해 왔다. 지중해보다 해수면의 높이가 해저 212m로 매우 낮은 곳에 위치하며, 호수는 남북의 길이가 21km, 동서 13km, 둘레가 약 53km 정도로 매우 크다.  

  갈릴리 호수는 현재 40여 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예수 당시에도 이곳에서 잡은 물고기로 끼니를 때웠을 만큼 한 때 유대인들의 중요한 어장이었다. 호숫가 근처의 식당에서는 지금도 일명 ‘베드로 고기’라는 생선으로 만든 음식을 내놓는다. 호수 기슭에는 바나나, 목화, 오렌지, 올리브 등 갖가지 농산물이 풍부하고 꽃을 재배하여 전 세계에 수출한다. 그리고 울창한 숲이 있어 기온이 높은 한낮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생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또한 이곳의 물은 이스라엘 전 지역과 관계수로를 통해 흡사 사람 몸의 혈관처럼 이리저리 연결되어 전 국토를 적셔준다. 그리고도 사해로 물을 흘려보낸다.  

  갈릴리 호수는 영적인 면에서도 생명수 역할을 한다. 갈릴리는 예수님의 복음 선교활동의 중심지였다. 어디를 가도 갈릴리 호숫가는 곳곳이 성서의 무대요, 역사의 현장이다. 갈릴리 호수를 중심으로 가버나움, 거라사, 고라신, 벳산, 나사렛, 가나 등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제자들도 대부분 이곳에서 부르심을 받았으며, 베드로가 살던 집도 갈릴리 호숫가의 가버나움 마을이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시던 들판도, 유명한 산상수훈을 선포하신 언덕도 갈릴리 호숫가였다. 믿음이 부족했던 베드로가 풍랑에 빠진 것도 이 갈릴리 호수였다. 그리고 갈릴리 호수를 중심으로 많은 기사와 이적을 보이셨다. 따라서 최근 고고학적 발굴과 연구에 따르면 갈릴리 일대는 초대교회의 중요 사적지였음이 입증되고 있다.

  성지 순례단을 따라 찾아간 갈릴리 호수는 생각보다 푸르고 잔잔했다. 거센 풍랑을 꾸짖어 잠잠케 했다는 복음서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예수 그리스도가 예루살렘 입성 전 제자들을 모으고 군중을 가르치며 공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무대를 밟아본다는 생각에 좀처럼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처음 안내된 곳은 갈릴리 호수 서북부의 가버나움과 게네사렛 사이에 있는 팔복산이었다. 이곳은 예수님께서 산상설교를 하신 곳으로 갈릴리 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타브가 오병이어 기적 기념교회로터 약 3㎞ 정도 떨어져 있다.

  팔복산은 산이라기보다는 갈릴리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구릉이다. 이 산 정상에 서면 야자나무 잎새 사이로 티베리아스와 타브가, 그리고 갈릴리 호수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을 따라 펼쳐진 언덕은 수천 명이 족히 앉아 설교를 들을 수 있는 넓은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음향 시설이 없어도 사람의 말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는 천혜의 장소에서 그 때까지 세상에 존재하던 모든 복(福)의 개념을 뒤집어엎으시고, 새로운 여덟 가지 복을 말씀하셨던 것이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너희 전에 있던 선지자들도 이같이 박해하였느니라.

                - 마태복음 5장 3절~12절
  

  예수님의 가르침은 마음이 가난한 자, 애통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케 하는 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내용이다.(마 5:2~10) 이 말씀은 2000년의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도 가치를 잃지 않을 가르침이다. 그 옛날 수천 명의 군중들이 운집하여 예수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였을 모습을 상상하니 흥분한 가슴이 더욱 벅차올랐다.

  구릉 위에는 예수께서 팔복의 산상수훈을 선포하신 것을 기념하는 팔복교회가 세워져 있다. 이 교회는 지붕이 돔 형태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갈릴리 호수 푸른 언덕 위에 팔복을 상징하여 팔각형으로 지어졌고, 바닥은 라틴어로 여덟 가지 복에 관한 모자이크를 새겨 놓았다. 그리고 팔각의 유리창에 라틴어로 팔복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비잔틴 시대의 교회 유적지 위에 1938년에 새로 건립했다는 팔복교회는 현재 이태리 프란체스코 수녀회가 돌보고 있다.

  교회당 꼭대기에는 작은 탑이 서있는데, 이 교회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바루치는 그 탑을 통하여 아홉 번째 복을 암시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한 아홉 번째 복은 "나로 말미암아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고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큼이라" (마 5:11~12)라는 말씀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팔복의 내용 전체가 아홉 번째 복에 귀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내용 모두가 고난에 귀결되지 않는가?

  팔복교회에서 3km 정도 떨어진 타브가 지역에는 오병이어(五餠二魚) 교회가 있다. 380년경 스페인 순례단이 세운 이 교회는 팔복교회와 비슷한 시기에 파괴되어 제단 없이 방치되었다가 1888년 ‘독일 가톨릭 팔레스타인 미션’이 교회를 사들여 재건했다. 은은한 베이지색 석재로 마감한 교회의 외관은 온화하면서도 경건한 느낌을 풍겼다. 복음서는 예수가 이곳에서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에 축복을 내려 여자와 어린이를 제외하고 5000명을 먹이고도 남아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고 기록했다.(마 15:32~38) 교회 내부에는 비잔틴 양식의 모자이크로 표현한 물고기와 빵 장식이 있다.

  베드로수위권교회는 오병이어기적 기념교회 바로 인근 호숫가에 있다. 교회의 명칭은 부활하신 예수께서 갈릴리 호숫가(디베랴 바다)에 다시 오셔서 고기 잡는 어부로 되돌아와 있는 베드로에게 나타나 "네가 이 사람들보다 더 나를 사랑하느냐" 고 물으시면서 "내 양을 먹이라"고 당부하고 새로운 사명을 부여하신 것을 기념하여 붙여진 이름이다.(요 21:1~23) 이 사건은 베드로의 생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한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사랑했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오직 그리스도를 사랑하며 복음을 전하는 데 헌신해야 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식이 얕고 경솔했으며 세 번이나 예수를 모른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약점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예수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하는 선봉에 섰던 것이다.

  이 자리에 세워진 베드로 수위권 교회도 4세기에 세워졌다가 이슬람 통치기인 1263년 파괴됐다. 1933년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임시교회를 세웠고 1982년 오늘날의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의 이름도 예수가 승천하기 전 지상의 권한인 이른바 수위권(首位權)을 베드로에게 맡기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베드로는 제자 중 으뜸가는 위치를 얻었다 하여 수(首)제자로 불렸다. 교회 내부 제단 앞 가운데에는 예수가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멘사 도미니(Mensa Domini)라고 불리는 거대하고 검은 현무암바위가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식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이 교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님과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묵상과 기도처가 되기도 한다. 교회 앞 정원에는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수위권을 주는 장면을 묘사한 청동 조각상이 있다. 조각가 마르띠니의 작품이다. 또 교회 앞뜰에서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야외공간이 있다. 마침 이곳에선 한 무리의 성도들이 성만찬을 베풀고 있었다.  

  베드로 수위권 교회는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곳이다. 부족한 사람을 도구로 선택한 이의 뜻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이며, 지금까지 사랑했던 세상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데 헌신해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장소였다. 교회를 둘러본 우리는 교회에서 불과 10m 정도 거리인 갈릴리 호숫가로 나갔다. 지금까지 나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남을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며 살아온 자신을 회개하며, 이제는 미움을 버리고 남을 용서하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갈릴리 바다에 돌을 던졌다.

  갈릴리 마을은 가지런하게 정리된 밭이며 대추야자나무가 무성한 농장들이 즐비하다. 나지막한 야산은 푸른 풀밭이 싱그러운 모습이고 어쩌다 바라보이는 마을들도 풍요로운 모습이다. 이런 이유로 갈릴리에 찾아오는 순례객들은 호반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 앞에 넋을 잃는가 하면, 그 옛날 이적을 행하시며 복음을 선포하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도 보고, 나무로 만든 ‘예수의 보트’라는 이름의 목선 유람선을 탄다. 유람선을 타면 티베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예수님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환상에 젖는다.

 

 

▲갈릴리 호수 주변의 팔복교회

 

▲베드로 수위권교회

 

베드로수위권교회 앞 갈릴리호수에서 회개의 을 씻는 순례객

 

 

▲예수의 복음 사역의 중심지였던 갈릴리호수에는 성지순례자들을 위한 유람선

(일명 예수의 보트)를 운행하고 있다. 선장이 한국어로 복음성가를 노래하여 합창했다.

 

 

▲마간빌리지 앞 갈릴리 호수에서 그물을 던지는 어부

 

▲마간빌리지 앞 갈릴리  호숫가에서 휴식 중인 우리 부부

 

 

 

* 출처 : 졸저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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