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담양 대숲, 죽림별곡 여름이 가는 소리

by 혜강(惠江) 2010. 8. 29.

 

 담양 대숲, 죽림별곡 여름이 가는 소리

 

송강이 노래한 그 숲, 막바지 초록의 유혹

 

 

담양=김우성 기자 사진·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군락의 도시, 담양을 지금 찾는 데엔 이유가 있다. 늦여름은 서로 다른 군락이 제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때다. 배롱나무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옥헌 원림(園林)에서 붉은 꽃은 늦여름의 햇빛 아래 팝콘처럼 터졌다.

 

  대숲에서 그 빛은 극명한 음영을 이뤄 다른 계절엔 볼 수 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그러하니 여름의 끝을 담양에서 맞이하는 건 어떨까. 숲길을 걷고, 정자에서 쉬며 여름과 이별하는 담양 기행(紀行).             

 

 

 

◆ 걸었다 (죽녹원~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길)

 

 

 

 

 

  담양은 죽향(竹鄕)이다. 어느 길로 들어서도 집 한 채거나 마을 전체를 품은 대숲이 시야 어딘가에 걸쳐 있다. 멀리서 대숲은 여린 잎의 군집으로 금방 쓰러질 듯 위태하고, 가까이서 대숲은 단단한 줄기의 군집으로 강건하다. 걷기 좋은 대숲은 두 군데다. 담양읍내에 있는 죽녹원과 담양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대나무골 테마공원. 크기로 치면 죽녹원이 한 수 위다.

 

  약 16만㎡의 면적에 분죽·왕대·맹종죽 등 각종 대나무가 서걱서걱 소리 내며 부딪친다. 입구에 들어서면 날카로운 햇빛은 대의 여린 잎에 막혀 그늘로 어둑어둑하다. 뜻밖에도 어둠은 습기 없이 서늘하다. 때로 대나무가 성긴 데선 햇빛이 어둠을 가르고 침입한다. 그 빛으로 대 마디는 하얗게 빛나고, 줄기는 종(種) 따라 제 본래의 색을 선명하게 살려 한 점의 회화를 완성한다.

  죽녹원에서 길을 걷기 시작한다면, 발걸음은 담양천 남쪽 관방제림(官防堤林·천연기념물 366호)으로 이어진다. 조선 인조 26년(1648년) 때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숲을 만든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6㎞ 제방 가운데 숲을 이룬 구간은 1.2㎞ 정도. 200년 넘게 살아온 팽나무·느티나무·푸조나무·개서어나무 등이 길게 늘어섰다.

  주된 나무는 푸조나무다. 중부지방에서 정자목으로 느티나무가 인기라면 남부에선 팽나무와 함께 푸조나무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만큼 품이 넉넉하다. 둑 따라 늘어선 오랜 푸조나무 사이사이 나무 평상이 놓여 있다. 길을 걷다 지친 이들을 위한 쉼터다.

  한여름의 관방제림은 보라색 맥문동 꽃으로 생기를 얻었다. 처음엔 드문드문 잔물결 치며 이어지던 맥문동은 조각공원 즈음에서 넓게 퍼지며 크게 파도친다. 관방제림의 끝에서 잘 알려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시작된다. 한국도로교통협회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최우수상에 올랐던 길이다. 하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아래, 나들이 나온 연인이나 가족의 미소가 밝다.

 

 

 

 

 

꽃그늘 아래 쉬었다 (

명옥헌~식영정~소쇄원)

 

 

   배롱나무의 다른 이름은 목백일홍이다. 한 번 꽃을 틔우면 피고 지기를 세 번 반복하며 100일 동안 제 나무를 붉게 물들인다. 개화 시기는 한여름. 나무 밑동부터 피어올라 9월까지 온 가지가 붉다. 작은 꽃잎들이 꽃받침에서 힘차게 퍼져 나온다. 화사하지만 화려하기보다 정숙한 분위기다. 그 꽃과 주위 풍경이 어울려 자아내는 풍경은 담양 명옥헌에서 전성을 이룬다.

  명옥헌(鳴玉軒)은 조선시대 오대경이 연못을 파고 정자를 세운 곳이다. 연못 주변에 배롱나무 붉은 꽃이 찬연하다. 멀리서 붉은 배롱나무는 가까이서 매끄러운 몸을 자랑한다. 배롱나무는 위로 쭉쭉 뻗는 대신 옆으로 팔을 길게 늘이며 자란다. 그 팔과 몸은 터럭 하나 없이 매끄러워 나신(裸身)을 보는 것 같다. 연못 따라 길을 거슬러 오르면 명옥헌이다. 사방이 온통 배롱나무다.

  명옥헌이 배롱나무 쉼터라면, 식영정은 소나무의 쉼터다. 식영정을 비롯해 소쇄원과 환벽당은 서로 지척에 있다. 세 정자가 모인 담양군 남면 지곡리 일대의 산을 예로부터 성산(星山)이라 불렀고, 세 정자를 '성산동 삼승(三勝)'이라 일컬었다.

  식영정(息影亭)은 언덕 높은 곳에서 광주호를 내려다보고, 뒤로는 절도 있는 모양새로 가지를 뻗은 소나무를 바라본다. 언덕을 오르자마자 마주치는 소나무는 거북이 등 닮은 나무껍질로 세월을 웅변한다.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은 '그림자도 쉬고 가는 정자'란 이름처럼 서늘한 바람을 식영정으로 몰고 온다.

  그 그늘 아래 송강 정철은 성산별곡을 노래했다. 정철·임억령과 김성원·고경명 등 조선시대 호남가단을 일컬어 '식영정 사선(四仙)'이라 일컬었으니, 식영정은 담양 가사문학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정자를 찾는 발걸음은 소쇄원(瀟灑園)으로 이어진다. 소쇄원은 정치적 낙원을 상실한 이가 일군 자연 속 낙원이다.

  1519년 기묘사화로 조광조가 능주로 유배됐다. 그의 문하생 양산보는 고향 담양으로 돌아왔다. 그해 겨울 조광조는 사약을 받았고 양산보는 55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고향에 머무르며 소쇄원을 꾸몄다. 하여 그의 별칭이 처사공(處士公)이었다. 처사공이 만든 소쇄원은 틀 없이 자유로운 자연을 인간의 손으로 적절하게 빚어낸 한 편의 이야기다. 입구에 조성된 죽림에서 계곡을 끼고 여기저기 놓인 정자에 이르기까지, 눈과 귀가 모두 즐겁다. 여름 가는 소리가 그리 즐겁다.

 

여·행·수·첩

 

맛집 


  소쇄원 인근 반석마을에 명가은이란 찻집이 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숨은 보석 같은 찻집이다. 여주인 김정자씨가 마당 깊은 시골집을 개조해 1993년부터 운영해온 곳. 전통공예를 활용한 실내는 아늑하고 각종 야생화가 핀 마당은 평화롭다. 녹차·홍차 5000원. 남면 연천리 487. (061)382-3513

 

  담양은 대통밥과 떡갈비가 유명하다. 한국대나무박물관 맞은편 송죽정은 대통에 다섯 가지 곡물과 은행·밤 등을 넣고 찐 '대통밥'이 맛있다. 담양읍 백동리 680-1, (061)381-3291. 단양읍사무소 근처 덕인갈비(061-381-2194)와 신식당(061-382-9901)이 떡갈비를 전문으로 한다.

 

숙박



금성산성 부근 담양리조트는 스파 시설과 호텔, 리조트를 겸해 인근 숙소 중 가장 고급스럽다. (061)380-5000, 단양읍내에 있는 그린파크모텔(061-383-5858) 역시 깔끔하다.

 

주요 목적지 주소 및 연락처



죽녹원: 입장료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개방시간 오전 9시~오후 7시. 담양읍 향교리 282, (061)380-3244

대나무골 테마공원: 성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오전 9시~오후 7시. 금성면 봉서리 산51-1,  (061)383-9291

소쇄원: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 오전 9시~오후 6시. 남면 지곡리 123

명옥헌: 무료. 고서면 산덕리 511

식영정: 무료. 남면 지곡리 산76-1

담양군 문화관광과(061)380-3155~7

 

 

 

<출처> 2010. 8. 26 / 조선닷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