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및 정보/- 베네룩 3국

덴마크 코펜하겐, 놀이공원과 수목원 합친 '티볼리', 낭만의 니하운 항구

by 혜강(惠江) 2010. 7. 30.

 

덴마크 코펜하겐


놀이공원과 수목원 합친 '티볼리', 낭만 넘치는 '니하운 항구'…

 


지금이 여행 최적기, 단 '인어공주'는 10월까지 상하이 외출

 

 

 

▲ 덴마크 코펜하겐 니하운 항구.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야외 음식점에서  식사하는 사람들, 오밀조밀 붙은 주택이 과하지도 밋밋하지도 않은 풍경을 연출한다. 걷다보면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호탕하게 웃고 재잘대는 대화가 서서히 들려온다. /오윤희 기자

 

 

"코펜하겐은 특별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매우 끌리는 도시다."

 

  미국의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59)은 유럽여행기에서 코펜하겐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실 그곳엔 절대왕정기의 웅장한 궁궐이나 눈에 띄게 화려한 건축물, '절경(絶景)'이라 불릴 만큼 빼어난 자연 환경은 없다. 나름대로 아기자기하고 개성 있는 미술관·박물관은 많지만, 내로라하는 예술가의 대표작이나 압도적 유물이 한데 모여 있는 로마, 파리, 런던의 박물관과 어깨를 견줄 정도는 아니다.

  대신 코펜하겐에는 그림엽서에나 나올 법한 예쁘장한 집과 도로, 정성 들여 손질한 정갈하고 아담한 공원들이 있다. 도시 최대 위락시설인 티볼리와 안데르센 박물관에는 동화적 환상이, 세계에서 가장 긴 보행자 거리이자 북유럽 최대 쇼핑 거리인 스트뢰게트(Stroget)에는 현실의 풍요로움이 넘친다.

  해질 무렵 니하운(Nyhavn) 항구를 찾아가면, 운하 양옆으로 늘어선 야외 음식점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아 선선한 바다 바람을 친구 삼아 멋진 한 끼를 즐길 수도 있다. 돛단배가 정박한 푸르른 바다는 석양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흥겨운 음악 소리에 맞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항구를 거니는 젊은이들의 얼굴엔 생기가 흐른다.

  이 정도면 코펜하겐을 방문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더욱이 온화한 여름 햇살 아래 수목이 한창 푸르른 지금은 덴마크 관광 최적기.

 

 

 

 

◆'재미'와 '문화'가 함께 있는 곳

  코펜하겐을 방문한다면, 일단 티볼리(Tivoli)부터 봐야 한다. "티볼리를 보지 않고서는 코펜하겐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코펜하겐의 대표 관광지다. 북유럽 계절 특성상 1년에 6개월만 개장하는데도 연간 관광객이 400만명 이상이나 된다. 티볼리는 놀이동산과 수목원을 합친 듯한 곳인데, 여기에 수족관과 기념품 가게, 식도락 거리까지 있어 하루 종일 이곳에서만 시간을 보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다.


  자이로드롭(Gyro Drop)·청룡열차 등 티볼리에 구비된 놀이기구 자체는 여느 놀이동산과 별 차이가 없지만, 주변 환경이 놀랄 만치 섬세하고 독특하다. 특히 선홍색과 화려한 금박으로 치장한 벽면에 머리 위로 용이 구불구불 지나가도록 디자인해 놓은 '아시아 거리'가 인상적이다.

  놀이기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은 정원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꽃이 만발한 풀밭, 도심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희귀한 새와 연못 속 물고기를 보다 보면 일상에 지친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진정한 즐거움은 해질 무렵부터. 매일 오후 5~6시부터 새벽 2~3시까지 각종 음악회와 인형극, 불꽃놀이 같은 이벤트가 쉴 새 없이 열리는 티볼리는 낮보다 밤이 화려하다.

 

 

 티볼리는 놀이동산과 수목원이 합쳐진 코펜하겐의 대표 관광지다. 아기자기한 먹거리, 빼어난 야경으로도 사랑받는다.

 

 

 

  '재미'보다 유물과 예술 감상을 선호하는 쪽이라면, 로젠보르그(Rosenborg) 성(城)이 필수 관광 코스다. 1606년 왕실 여름별장으로 지어진 이곳은 서유럽 주요국가의 궁궐에 비하면 외양은 소박하지만, 내부 장식의 화려함은 결코 다른 왕가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대리석 바닥, 덴마크 왕실 문양이 도드라지게 새겨진 천장, 셀 수 없이 많은 조각품과 금·은 식기로 장식된 건물 내부 견학을 마치면, 지하 유물 전시실까지 둘러보는 편이 좋다. 상아로 만든 새하얀 돛단배나 길이가 성인 허리께만큼 오는 날렵한 보검(寶劍), 루비와 사파이어가 잔뜩 박힌 순금 왕관을 마주한 방문객들은 저절로 카메라를 꺼내 들고 셔터를 눌러댄다.

  성과 마주한 국립미술관이나 국립박물관도 볼 만하다. 만약 좀 특별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가 보고자 한다면, 단아한 아말리엔보르(Amalienborg) 궁전에서 걸어서 약 3분 거리에 있는 디자인 박물관을 추천한다. 북유럽 특유의 모던한 감성이 느껴지는 의자, 단순하지만 세련된 주방용품 전시물은 예술에 특별한 소양이 없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세계적인 플로리스트 타게 안데르센의 갤러리에서 희귀한 새와 유리 공예품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 체험이 될 것이다. 그 외 '인어공주' '성냥팔이 소녀' 등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작품을 인형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한스 안데르센 기념관, 탁 트인 야외에서 덴마크 낙농 체험 같은 덴마크 현지 생활을 맛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 바이킹 박물관도 코펜하겐이 자랑하는 볼거리다.

 


◆자유롭고 생기 넘치는 항구 도시



  유럽 도시는 대개 도보 여행이 여행의 참맛을 느끼기에 제격이지만, 항구가 있는 코펜하겐에선 본격적인 관광 전에 우선 유람선을 타고 도시를 한 바퀴 돌아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운하로 사방이 둘러싸인 슬로츠홀멘(Slotsholmen) 섬, 마름모꼴 형태에 검은색 화강암과 유리로 지어져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왕립도서관, 코펜하겐을 상징하는 인어공주 동상이 있는 랑겔리니(Langelinie) 항구 같은 주요 명소를 유유히 흔들리는 배 안에서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도 꽤 운치가 있다. 다만 1913년부터 랑겔리니를 지키고 있던 인어공주는 현재 중국 상하이 엑스포로 옮겨져 올해 10월 31일까지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지금은 인어공주를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유람선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니하운 항구는 그 자체로서 훌륭한 관광 명소다. 뱃사람들의 환락가였던 이곳에는 지금도 골목 귀퉁이 선술집 같은 장소에 과거의 방탕한 분위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그 자유분방한 분위기는 결점이 아니라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온다.

  과거의 자유로움에 세련된 번화함이 더해진 지금의 뉘하운 항구는 코펜하겐 최고 레스토랑과 카페가 모인 식도락 거리다. 길거리 음악가,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걷는 연인, 맥주캔 하나에 들떠 있는 젊은이들로 늘 북적거리는 이곳은 늦은 밤까지 신선한 해산물과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가 섞여 여행객의 식욕을 자극한다. 아일랜드 흑맥주로 유명한 선술집, 신선한 덴마크 우유로 만든 카페라테와 데니시 패스트리를 제공하는 분위기 좋은 카페도 넘쳐 난다.

  재즈 팬이라면 골목에 숨어 있는 재즈 카페를 찾아가 보길 권한다. 스탄 개츠(Getz), 케니 드류(Drew)를 비롯해 1960~70년대 전설적 재즈 음악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코펜하겐은 유럽에서 수준 높은 재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압도적이지는 않아도 볼수록 끌리는 깔끔하고 고풍스러운 외양, 여행자들의 복잡한 취향을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매력을 한몸에 갖춘 코펜하겐은 '특별하진 않되 매우 끌리는 도시'다.

 

 

 

<출처> 2010. 7. 24 / 조선닷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