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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제부도 바지락칼국수, 청정 갯펄에서 우러나는 진한 추억의 맛

by 혜강(惠江) 2010. 7. 1.

                         

                                                      제부도 바지락칼국수

 

                        청정 갯펄에서 우러나는 진한 추억의 맛

 

                                                   위 치 :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                    

 

                           

 

                                                   

                      

   운전석에 기대 잠시 눈을 붙이던 김 노인은 오가는 차량의 기척에 눈을 떴다. ‘통행가능 시간. 1차 09시29분부터 16시39분까지…….’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닮은 매표소 위 전광판에서 바닷길이 열렸음을 알리는 문구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제부도. 섬이라고 불리던 곳이 이제는 더 이상 섬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평일, 그것도 이른 시간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활짝 열어놓은 차창으로 아침 햇살과 함께 비릿한 바다냄새가 훅 하고 맡아져 왔다. 25년 전, 이민을 결심했을 때는 이 길을 거슬러 고향을 떠났었다. 아내와 사별한 뒤, 김 노인은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자신이 없어 그렇게 도망치듯 고향을, 아니 한국을 떠났었다.

 

               좌 : 제부도 해안산책로. 우 : 제부도 해안산책로에서 본 요트

 

  차는 ‘S'자로 예쁘게 돌아나가는 도로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자신이 떠날 때만 해도 그 형태만 간신히 갖추고 있던 연륙도로엔 가로등과 보행자를 위한 보도까지 생겼고, 저 멀리 국제요트경기가 열리는 전곡항과 풍력발전기의 모습도 보였다.

 

  김 노인은 걸어서 이곳을 지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보았다. 연륙도로가 없던 시절, 섬마을 사람들은 열린 바닷길을 따라 육지를 오갔다. 아이들은 아예 바지를 벗고 속옷 바람으로 개펄을 건넜다. 마을주민들이 고개라 부르던 일곱 개의 갯고랑을 넘어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오가며 바지락을 줍는 재미는 여간 쏠쏠한 게 아니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바지락을 먹고 있는 낙지가 딸려 올라오기도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주워온 바지락을 삶은 뒤 꼬득꼬득하게 말려주셨다.

  그 시절 말린 바지락 살 하나는 알사탕 두 개와 거래가 될 정도로 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좋은 간식거리였다. 가마솥에서 푹 삶아낸 뒤 햇볕에 꼬박 이틀을 말려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그래서 더 귀하고 맛이 있었다. 말린 바지락 살은 양념에 묻혀내면 훌륭한 반찬으로, 또 술자리에서는 최고의 안주로 대접을 받았다.

  개펄을 지나며 몸에 묻은 개흙은 '발씻개'라고 부르던 작은 웅덩이에서 닦아냈다. 지금은 버스 종점이 들어서 없어졌지만 송교삼거리에 있던 작은 웅덩이, '발씻개'는 마을 주민들의 공동 샤워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곳이었다.

 

 

 

좌 : 바지락 캐기 체험을 하고 있는 관광객. 우 : 제부도 갯벌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체험학습장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차는 매 바위 앞 마을 주차장에 닿았다. 매바위는 제부도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그 생김새도 그렇지만 물 빠진 주변 개펄은 주민들에겐 더 없이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제부도 개펄 어디에서도 바지락은 흔했지만 이곳 매바위 주변은 마을주민들 사이에서 ‘곳간’이라고 불릴 정도로 바지락이 많이 나던 곳이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개펄 위로 바지락이 드러날 정도였다. 양만이 아니었다.

  당시 장에서는 제부도 바지락 한 보따리면 쌀이 한 가마라는 말이 돌 정도로 질도 우수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어 있는 듯했다. 예전 같으면 갯일 하는 사람들로 바글거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관광객들 외에 갯일 하는 마을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은 탓이다. 지나다 만난 마을 주민의 말에 의하면 마을주민들의 바지락 작업장은 경운기나 배를 타고 10분 정도 더 나가야 한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기는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 좌 : 매바위. 우 : 개펄에서 막 캐낸 바지락

 

 

  매 바위 주차장을 지나 만난 식당거리는 화려했다. 그 식당가 구석진 곳에 자리한 조금은 허름해 보이는 식당으로 김노인이 발걸음을 옮겼다. 좁은 문과 낡은 기둥,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김노인은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식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이곳은 김노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 전까지 운영하던 식당이었다. 고향을 찾은 김에 혹시나 하고 들러본 것인데, 건물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이다.

 

  옛 모습 그대로인 겉모습과는 달리 인테리어는 많이 변해있었다. 금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고도 남는 시간이었으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주방의 위치며 식탁의 배치 등은 예전 그대로였다. 김노인은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바지락칼국수를 시켰다. 인상 좋아 보이는 주인은 오늘 첫 손님이라면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주인장이 들어간 주방에서 ‘발그락알그락’ 바지락 씻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해감을 빼낸 바지락을 깨끗한 물에 다시 한번 씻어내는 소리인 듯했다. 예전에는 이 소리 때문에 바지락칼국수를 그냥 알그락탕, 혹은 발그락탕이라고 불렀었다. 그러고 보니 바지락은 유독 소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지는 듯했다. 식당에서 바지락을 씻을 때뿐 아니라 개펄에서 바지락을 캘 때도 바지락바지락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이는 개흙을 긁어 낼 때 호미와 바지락의 껍질이 부딪혀 나는 소리였는데, 한 곳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바지락의 습성 때문에 이 소리만 잘 구분해 내도 개흙 속의 바지락 양을 짐작해 낼 수 있었다. 운이 좋으면 한 자리에서 바지락 한 보따리는 거뜬히 캐낼 수 있는 것도 다 바지락의 이런 습성 때문이었다.

 

 

                  ▲ 좌 : 바지락칼국수. 우 : 쏙

 

  추억에 잠겨 있는 사이, 세숫대야만한 그릇에 담긴 바지락칼국수가 식탁으로 날라져 왔다. 보통 2인분부터 이런 그릇에 담아낸다고 말을 건네는 주인장은 첫 손님이고 해서 푸짐히 담았다면 맛있게 드시라는 인사를 건네곤 이내 주방으로 사라졌다.

 

  바지락칼국수를 마주한 김 노인은 선뜻 수저를 들지 못했다. 25년을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던 맛이었지만, 막상 그 맛과 마주한 지금은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김 노인을 머뭇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불안감의 정체는 혹시 세월이 맛을 변하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칼국수 위에 수북히 쌓인 바지락만을 수저로 이리저리 들추던 김노인은  대단한 결심이라고 한 듯 수저를 들어 조심스레 국물을 떴다. 그리고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입 안 가득 번지는 감칠맛, 굳어있던 김 노인의 표정이 한순간 밝아졌다.

 

  김노인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바지락칼국수를 만들어 먹었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렇게 훌쩍 떠나온 미안함 때문이었다. 물론 모든 식재료는 한인타운에서 손수 구해온 한국산 바지락과 채소를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국에서 만들어 먹던 그 감칠맛이 나질 않았다.

  사실 김노인이 그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니었다. 흔하디흔한 조개가 바지락이라지만 바지락은 국물 맛을 결정하는 천연 조미료와 같은 조개였기에 제부도에서 나는 바지락이 아니고서는 고향에서 맛보던 그 맛을 기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한국산 바지락이라 해도 모두 나고 자란 곳이 다르니 그 맛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오래 전 어머니는 바지락칼국수를 끓이실 때마다 이 작은 바지락 하나하나에 제부도의 개펄이 모두 담겨있다고 말씀을 하시곤 했었는데, 그게 무엇을 의미했는지 나이가 들고서야, 아니 고향을 떠나보고서야 깨닫게 된 것이었다.

 



                            ▲ 좌 : 궁평 항 낙조. 우 : 송산공룡알화석지  

 

  김노인은 큼직한 그릇에 담아낸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히 비워냈다. 그리고 행복한 포만감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25년 동안 그 어떤 산해진미로도 채울 수 없었던 허기가 비로소 채워지는 것 같았다.

  흐뭇한 표정으로 식탁 한켠에 수북이 쌓여있는 바지락 껍데기를 바라보던 김노인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바지락 껍질 더미를 뚝 하고 건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바지락 껍질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바지락, 바지락, 바지락.

 

 

<여행정보>

 

○ 문의전화
- 화성시청 관광해양과 : 031-369-2094
 
○ 대중교통

- 수원역 : 1004번 버스 이용(06:50~24:00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
- 금정역 : 330번 버스 이용(05:40~24:05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

 

○ 자가용
- 서서울매표소→안산분기점→비봉ic→남양→송산→서신→제부도

 

○ 숙박정보
- 좋은이웃펜션 : 제부리 031-357-3717
- 라비에벨펜션 : 제부리 031-357-0119
- 돌핀민박 : 제부리 031-357-8188
- 제부비치타운 : 제부리 031-357-5771
- 바다사랑 : 제부리 031-357-9941

 

○ 식당정보
- 그린회수산 : 제부리, 바지락칼국수 031-357-3838
- 서울회집 : 제부리, 활어회 031-357-7877
- 바다사랑 : 제부리, 활어회 바지락칼국수 031-357-9941

 

○ 주변 볼거리 : 궁평항, 송산공룡알화석지, 비봉인공습지, 남양성지

 

 

<출처> 2010. 6. 29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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