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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통영 한산도 망산, 탁 트였다 가슴까지… 그리고 그 겨울은 따뜻했다

by 혜강(惠江) 2010. 1. 30.

  

한산도 망산

탁트였다 가슴까지, 그 리고 그 겨울은 따뜻했다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통영기억하는 이. 쪽빛바다로 스멀스멀 잦아드는 산자락에서 내려다뵈는 강구안(자궁 안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처럼 해안선이 바다를 품고 있는 모습의 포구·중앙시장 부근)의 그 정감 넘치는 풍경부터 떠올릴 터. 하나 내게는 그것마저 구태로 변한 지 오래다. 이제금 내게 통영은 짱어(붕장어)와 꿀(굴), 멍기(멍게)와 메르치(멸치) 그리고 닷찌집(술만 주문하면 안주는 거기에 맞춰 주인이 알아서 내는 독특한 형태의 향토술집)의 항구다. 그래서 통영의 ‘통’자만 들어도 입안에 군침이 확 솟아나고 혀 돌기가 발딱 일어나 입맛을 다신다.   

   바다에 둘러싸인 통영. 그래서 통영의 사계는 바다가 결정한다. 추워서 겨울이 아니고 덥다고 여름이 아니다. 도다리에 살 오르기 시작해 도다리쑥국 찾는 이 늘면 봄이고 장어에 기름이 올라 장어탕이 식당 메뉴판에 다시 이름 올리면 여름이다. 비진도 낚시꾼에게 감생이(감성돔)가 모습을 드러내면 가을이요, 서호시장 어물전의 흐느적흐느적 물메기가 진 바닥을 기고 쪽빛 바다의 하얀 바다목장에서 싱싱한 굴을 따기 시작하면 겨울이다. 지금? 꿀과 멍기, 메기탕이 제철이다.

  통영의 겨울은 따뜻하다. 기온이 보통 서울보다 7, 8도 높다. 그래서 주말이면 유람선도 바삐 다닌다. 특히 최근에 사람이 부쩍 늘었다. 미륵산을 오르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덕분이다. 예서 여수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바다, 한려수도의 멋진 모습을 쉬이 볼 수 있어서다.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 비진도 연화도 매물도 소매물도 거제도, 장사도…. 바다를 수놓은 점점이 섬들은 하나같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산 아래로 박경리 선생의 묘소가 있고 시내 한가운데는 시인 유치환을 기념한 청마거리가 있다.

  이렇듯 아름다운 한려수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바다를 오롯이 제대로 감상할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을 찾아 궁리를 틀다가 드디어 답을 찾았다. 한산도의 최고봉인 망산(·293m)에 오르는 트레킹이었다. 망산은 이름 그대로 망을 보는 산이다.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을 이끈 충무공, 이후 한산도의 삼도수군통제영(이것을 줄여 ‘통영’이라고 부름)이 현재 통영으로 옮겨진(1603년) 후 1896년까지 293년간 208명의 통제사 모두 이 망산에서 바다를 훑어보며 왜군으로부터 조선을 지켰다. 그런 만큼 이곳 망산에서 조망되는 한려수도 바다의 풍경은 남다를 터. 그래서 통영의 한산도, 망산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전 10시. 서호시장 앞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차와 사람을 태운 카페리가 출항했다. 한산도의 제승당 나루터까지는 30분. 건조된 후에도 선주가 찾아가지 않아 그대로 바다에 떠있는 5만 t급 선박들로 풀죽은 조선소 해안과 아침 햇살 아래 온통 하얗게 빛나는 통영 시가지를 뒤로하고 카페리는 한산도를 향해 곧장 나아갔다. 섬의 나루터는 배가 들어와야 비로소 활기를 띤다. 마을버스도, 사람들도 배 시간에 맞춰 등장해서다.

 

 



  배가 떠난 오전 10시 반의 제승당 나루터. 침묵에 휩싸인 채 아무도 없었다. 섬이 왜 고립의 상징인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홀로 터벅터벅 왼편의 도로를 따라 언덕을 올랐다. 100m쯤 가자 오른편 산등성을 향해 난 길 옆에 망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였다. 망산의 정상까지는 3.9km. 한산도를 아우르는 망산의 등줄기를 타고 가는 능선 길이었다.

  산마루에 올라서는 동안 등 뒤로는 점입가경의 바다풍경이 펼쳐졌다. 제승당 앞 바다 한가운데의 거북등대가, 그 뒤로 멀리 미륵산과 정상 바로 밑의 케이블카 역이, 온통 하얀 통영시내가 푸른 바다 너머로 조망됐다. 능선 길은 온통 숲길이었다. 빽빽하게 우거진 소나무가 드리운 짙은 숲 그늘에는 솔 향이 배어 있었다. 간간이 동백나무가 가지 틈새로 새어 들어온 햇빛을 그 기름진 이파리를 반사시켜 제 모습을 드러낼 뿐 숲은 소나무 투성이었다.

  2시 반 내내 아무도 만날 수 없던 이 숲 속 능선 길. 소음이라곤 낯선 트레커를 경계하느라 산새가 내지르는 짧고 높은 울음소리, 꿩 한 마리가 내 발걸음에 놀라 파드득 하늘로 날아오를 때 나를 놀라게 한 소동뿐. 걷는 내내 나는 내 스스로 자연과 하나 되는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그 길은 롤러코스터의 레일 같았다. 어느 산에나 있는 깔딱고개가 두세 개 있는데 그 가파른 산길 사이로 자그만 둔덕이 자리 잡아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는 형국의 트레킹을 경험하게 된다. 드디어 망산 정상. 나무 탁자와 의자가 몇 그루 소나무 그늘 아래 놓여 있고 그 옆에 망산 표석이 서 있다. 하지만 그걸 볼 새가 없다. 거의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주변 바다와 섬 풍광에 넋이 빠져서다. 조망을 위해 나무도 적당히 쳐둔 터라 그 풍치를 가로막을 것도 별로 없었다.

  하산길은 세 갈래. 제승당(3.9km)이나 야소(3.1km) 진두(2km) 마을로 가는 길인데 나는 한산면사무소가 있는 진두로 하산을 재촉했다. 그런데 곧바로 내리막이 아니다. 롤러코스터형 산길로 오르막이 두 개나 더 버티고 있다. 산을 더 오르는 형국에서 막 짜증이 날 즈음. 내 성마름을 탓하기에 충분할 풍경이 펼쳐졌다.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된 남단 추봉도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추봉도. 거기엔 특별함이 있다. 쓰시마 섬 정벌 당시 출진 섬이다. 우리가 쓰시마 섬을 정벌한 적이 두세 번 있었는데 그중 세종 1년(1419년) 이종무 장군은 한산도를 전진기지로 삼았다. 장군은 이 추봉도의 곡용포 등지에서 삼남의 병선 227척과 군사 1만7000명을 집결시켜 출정했다. 그리고 쓰시마 섬을 공략해 항복을 받아냈다.

  쓰시마 섬이 우리 땅이 된 건 이듬해. 쓰시마 도주 소 사다모리가 신하를 보내 조선의 한 고을로 삼아달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조정은 경상감사 휘하 한 고을로 편입시키고 도주에게는 ‘태수’라는 직함을 내린다. 쓰시마 섬 이즈하라에 있는 하쓰만구 신사의 도리이(신사의 상징 같은 문형태의 기둥) 돌기둥에 새겨진 ‘태수’라는 글씨가 그 증거다.

  그곳을 떠나면 비로소 내리막을 만나는데 가파른 계단으로 하산하면 한산중학교에 닿는다. 거기서 제승당까지는 마을버스(1000원)로 30분 거리. 매시 정각에 오는 버스를 타면 매시 30분 도착하는 카페리를 탈 수 있다.

 

 

트래킹정보

 

◇찾아가기

▽통영 △손수운전: 대전통영고속도로(고속국도 35호선)로 2시간 30분 소요(통영 나들목 진출). △버스: 서울∼통영 4시간 10분 소요 ▽한산도(제승당)=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오전 7시∼오후 5시(여름에는 오후 6시) 한 시간 간격 카페리 운항(30분 소요). 왕복 9000원(어른). 유성해운 055-645-3329, www.gohansan.com

◇망산 트레킹

▽총길이(제승당∼망산∼한산면)=5.9km. 3시간∼3시간 반 소요. ▽난이도=1(쉬움)∼5(어려움) 중 3. ▽주의할 점=한산도행 배편 종료시간(제승당나루터 오후 5시 30분)에 맞추려면 한산면사무소 앞에서 오후 5시 버스를 반드시 타야 함.
▽여행상품=2월 6, 20일 오후 11시 서울 출발 무박 망상트레킹. 6만5000원. 승우여행사 02-720-8311, www. swtour.co.kr

◇클럽 이에스 통영리조트

▽찾아가기=통영시내∼충무교 혹은 통영대교∼미륵도(산양면)∼지방도 1021호선(산양관광도로)∼통영수산과학관. ▽주소=경남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산120(통영수산과학관 주차장에 리조트 진입로 있음.) ▽전화=055-644-5069 ▽시설=지중해(아드리아 해) 최고급 휴양지인 사르데냐 섬의 전통건축 콘셉트를 빌려와 발전시켜 지은 지중해풍 건축양식의 고급리조트. 미륵도에서 가장 전망 좋은 산중턱에 자리 잡아 270도 파노라마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과 바다 풍광이 조망된다. 또 객실의 창과 발코니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데 낙조감상 포인트인 달아공원 보다 더 높은 위치여서 통영 최고의 낙조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풍 실내의 커피숍과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있고 전망대를 겸한 노천레스토랑도 있다. 02-508-2323, www.clubes.co.kr


통영 ‘꿀’과 메기탕 맛봐야 ‘겨울 통영을 좀 봤다’ 하죠

 

 

 

  이 겨울 통영의 맛이라면 단연 ‘꿀’(억센 경상도 사투리의 통영에서는 굴을 ‘꿀’이라고 발음한다)이다. 통영에는 이런 말이 있다. ‘어부 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고. 주변 바다를 보자. 수면이 온통 하얗다. 수하식 굴의 부이(buoy·부표)로 쓰는 하얀 스티로폼이다. 수하식이란 줄을 물속에 수직으로 늘어뜨려 거기에 굴 포자를 붙여 굴을 키우는 방식을 말한다.

  굴 맛을 결정하는 것은 유통과정이다. 경매 끝난 산지의 생굴을 누가 얼마나 신선한 상태로 도시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느냐다. 그러려면 잔손이 많이 간다. 굴쩍(껍데기 부스러기)을 골라내고 깨끗한 바닷물로 깔끔히 세척하며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 넣어 잘 포장해 신속하게 배달해야 한다.

  7년째 통영유람선터미널(1층)에서 굴 택배판매를 하는 대양수산(www.doys.co.kr) 신종철 씨(51)의 말. “1월 초까지만 해도 경매가가 꽤 높았는데 요즘 들어 안정됐다”면서 “날씨가 차고 가격도 좋아 통영 굴을 맛보기는 지금이 최적기”라고 말했다.

  식당도 겸하는 대양수산에서는 ‘찐 굴’도 낸다. 껍데기째 솥에 넣고 뜨거운 김으로 쪄내는데 굴의 향이 온전히 배어있고 짭쪼름한 바닷물 맛까지 그대로 남아 생굴과 또 다른 맛이다. 가격(택배비 포함)은 석화(껍데기 안 깐 굴) 한 상자(10kg·4∼5인분)에 2만 원, 생굴(깐 굴)은 한 상자(1.2kg)에 1만5000원(3kg 이상 택배 무료). ‘해물 모둠’도 대양수산의 명물. 굴과 멍게, 전복과 해삼, 개불을 담아 한 접시(2인분) 1만 원에 낸다. 생굴 넣고 끓여 향과 맛이 일품인 굴라면(4000원)과 굴떡국(5000원)도 여기서 맛본다. 055-644-4980, 010-4633-2017

  유람선터미널은 한려수도 전망 케이블카 탑승장과 가깝다. 주차장도 넓고 통영 굴 등 특산물 상점이 많으니 오가는 길에 꼭 들러보자. 대전건어물(1층)에서는 멸치고장 통영의 멸치 등 각종 건어물을 취급한다. 요즘은 설날선물용 멸치세트(소멸치 중멸치로 구성)를 3만 원(1.5kg)과 5만 원(2kg)에 팔고 있는데 전국택배(055-644-6505)도 한다.

  맛있는 굴전을 맛보려면 3층 ‘유람선횟집’(055-646-5859)이 좋다. 생선회를 시키면 굴전을 서비스로 내는데 바삭바삭하게 생굴을 전으로 부쳐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터미널건물 옆에는 통영명물인 막썰어회(두툼하게 썰어내는 생선회)식당 ‘수궁’(010-9321-5280)이 있다. 각종 생선회를 싸게 먹을 수 있는 이곳에서는 설날을 앞두고 제수용 참돔을 택배 판매하는데 1kg 한 마리에 2만 원. 막썰어회는 고속버스 운전사편에 보내는 심부름방식 택배로 주문당일 맛보는 게 요령,

  이 겨울 통영에서 메기탕을 맛보지 못했다면 통영여행은 무효다. 메기는 동해안에서 곰치라고 불리는 것으로 통영 것이 좀 더 육질이 단단하다. 여객선터미널 건너편 분소식당(055-644-0495·서호동 177-430)은 38년 역사의 통영손맛 식당으로 여주인의 딸 김영숙 씨가 주문 즉시 즉석에서 맑은탕으로 끓여내는데 그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아침 속풀이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1만 원, 첫째 셋째 월요일 쉼. 영업은 오전 6시 반∼오후 6시.

통영=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출처> 2010. 1. 29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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