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허氏의 구둣방 | ||||||||||
- 이미화 | ||||||||||
발 끝에 달을 달고 저녁 강을 건너고 있는 허氏
구름처럼 떠돌았으므로 그의 생은 한쪽만 유난히 닳은 구두처럼 삐뚜름하다 그의 구두처럼 다 허물어져가는 옥봉동 산 1번지 아파트에 조등처럼 별이 걸릴 때 저녁하늘은 가난한 마을의 착한 지붕을 건너가면서 지상의 가장 낮은 바닥부터 따뜻하게 어루만져준다 이동전화기 판매점에 다니는 착한 처녀의 구두 뒷굽을 갈아 끼우던 허氏의 남루한 저녁에 잠깐 화사한 웃음이 번진다 이동식 컨테이너 박스에 맞춘 그의 굽은 등 뒤로 따각 따각 처녀의 발걸음이 이동전화기 전화 연결음으로 터진다 중심을 놓고 뒷굽을 맞춘 구두가 흔들린다 일용할 하루의 노동이 땀 내음 밴 구둣방을 넘보기도 하지만 늘 기우뚱 한쪽으로만 기우는 그의 세상에서 수선 중인 구두는 기운 없는 그의 한 쪽 무릎에서 완성되는 절망이 키운 꿈이다 다시 언제 그의 세상이 흔들릴지 모르지만 이미 구두 뒤축이나 밑창만으로 키워 놓은 환한 세상이 그에게선 자라고 있다 하나 둘 찾아와 박힌 별들의 뒷자리로 들던 그가 창문에 걸린 어둠을 후다닥 걷어내고 달빛 속에서 주춤거린다 볼이 넓고 우직한 신발 속 그의 한쪽 발이 나머지 발의 오늘을 타전한다
<출전> 2010. 1. 1 / 경남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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