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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충청남도

천수만, 서해 천수만으로 떠나는 일몰-미식여행

by 혜강(惠江) 2009. 12. 12.

 

천수만

서해 천수만으로 떠나는 일몰-미식여행

 

서산, 보령, 태안=글ㆍ사진 김형우 기자

 

 

 

  12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즈음 어떤 나들이가 제격일까.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식도락(食道樂)기행'이다. 미식기행은 별미에 대한 기대와 여정 속에 낭만이 함께 있어 즐겁다. 특히 겨울 바다로 떠나는 낙조-별미여행은 운치와 포만감이라는 일석이조의 여정을 담보해준다.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 속에 연말 분위기를 억누르고 침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매력이다.


  12월, 가족과 함께 한해를 정리하는 낙조기행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장엄하고도 신비로운 대자연의 드라마를 온 가족이 함께 지켜본다면 이 또한 근사한 겨울날의 추억이 된다. 일몰미식기행지로 서해 천수만을 추천한다. 어족이 풍부한 천수만은 특히 겨울철 별미인 굴과 새조개 등 제철 미식거리를 만날 수 있어 발품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행지이다.  

 

 

 

오렌지빛 바다와 어우러진 '간월암' 낙조 즐기며…

어리굴젓에 굴밥먹을까? '새조개 샤브샤브' 먹을까?

 

 

 

 

간월도(충남 서산)


▶낙조 포인트=충남 서산군 부석면 천수만에 자리한 임해 사찰, '간월암(看月庵)'은 국내 유명 일몰 명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섬 사이로 달이 뜬다 해서 간월도라 불리는 곳으로, 작은 섬에는 그 섬만큼 작은 절집이 있다. 말이 섬이지 그저 손바닥만한 크기에 암자 하나가 간신히 들어앉아 있는 형상이다.


밀물 때는 물이 차 섬이 됐다가 썰물때면 육지와 연결되는 간월암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조선왕조의 도읍을 서울로 정한 무학대사가 고려말 암자를 짓고 '무학사'라 불렀다고 한다. 그 뒤 퇴락한 절터에 만공대사가 1941년 새로 절을 지어 '간월암'이라 이름 지었다. 지금도 절 앞마당에는 만공이 심었다는 사철나무가 석탑을 대신해 절간을 지키고 있다.

간월암은 본래 서해의 외로운 섬이었다. 지금이야 서산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와 가까워 졌지만 그전에는 학승들이 용맹정진 할 만한 절해고도였다. 물때를 잘 맞춰 걸어 들어가거나 물이 차면 도선의 줄을 당겨 건넌다.

대웅전 앞에 서면 툭 트인 바다가 펼쳐지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어선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특히 바다를 향해 촛불을 밝힌 채 소망을 비는 이들의 모습은 저절로 손을 모으게 한다.

간월암 기행은 느지막한 오후가 좋다. 이즈음에는 오후 5시경이면 일몰 분위기가 시작된다. 낙조는 절 앞마당 보다는 뭍에서 바라보는 간월암의 해넘이가 압권이다. 서서히 오렌지 빛으로 물들다가 어느덧 붉게 타오르는 바다와 절집의 일몰은 진한 여운을 드리우는 자연의 신비다.


▶별미=간월도는 천수만의 여러 명소 중 별미와 낙조 등 겨울 여행의 재미가 듬뿍 담긴 곳이다.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보내 궁중의 진상품이 됐다는 칼칼한 '어리굴젓'과 굴밥, 새조개 샤브샤브 등 다양한 미식거리가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특히 이즈음 최고의 별미로는 새조개를 꼽을 수 있다. 천수만에서 잡히는 새조개는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또 이동시 물을 뿜으며 거의 1m 정도 날아간다고도 해서 이같은 이름을 얻었다. 새조개는 천수만 인근 어느 포구에서도 맛볼 수 있다. 그중 남당항(홍성군 서부면) 일원이 미식 명소로 꼽힌다.

홍성방조제를 타고 북으로 올라가면 대하 집산지 남당항이 나선다. 겨울철의 남당항은 가을 대하의 빈자리를 새조개가 대신한다. 서해안 천수만의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남당리는 철마다 천수만 일대에서 나는 제철 해산물들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포장집들이 성업 중이다. 키조개, 대하, 굴을 비롯한 온갖 해산물을 파는 초대형 포장마차 촌이다. 이 포장집들에 들어서면 구수한 새조갯살 데쳐 먹는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새조개는 몇 년 전까지도 전량 일본으로 수출해 국내에선 맛보기 어렵던 값비싼 조개였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초밥용 재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12월부터 3월초까지 천수만 연안에서 형망(끌방) 조업이 이어진다.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데, 입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찾는다. 냄비에 무, 대파, 팽이버섯, 마늘 등 야채를 듬뿍 넣고 펄펄 끓인 뒤 여기에 새조갯살을 살짝 익혀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서 먹는다. 조개를 데쳐 먹은 야채국물엔 칼국수나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 먹는 데 이 또한 먹을 만 하다.

남당리에선 해마다 겨울이면 '남당리 새조개 축제'를 연다. 값비싼 새조개는 그 해 작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대략 껍질을 까지 않은 새조개 2㎏(한접시, 2인분)이 5만원 선이다.

천수만에서 새조개 미식처로는 태안군 남면 당암포구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 서산 농장 방조제 인근 철새도래지로,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이 즐겨 찾았다는 '자연산굴밥(041-675-2775)'집 등에서도 새조개 맛을 볼 수 있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홍성 IC~서산 A지구 방조제~간월암/ 남당리 포구/ 당암포구


 

 

붉은 노을 보며 우리가족 한해 정리해 볼까나…

안면도 쪽 일몰 압권…많이 알려지지 않아 호젓하게 감상

해수-담수 고루 섞인 뻘에서 자란 '천북굴' 최고의 별미

 

 

 

천북 장은포구(충남 보령)


▶낙조 포인트=전통적으로 '겨울 바다 1번지'로는 서해안, 그 중에서도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을 꼽았다. 이 일대 또한 해넘이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무창포를 품고 있는 웅천은 최고의 낙조 포인트로 통한다. 이에 못지않은 곳이 보령 천북 장은리 포구이다. 천북굴의 산지로 잘 알려진 겨울 미식기행의 명소이기도 하다. 멀리 안면도 쪽으로 지는 해가 불붙는 듯 붉은 노을을 토해내는 모습이 장관이다. 포구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 위에 세워진 리조트 또한 전망 좋은 찻집과 팬션, 호텔 등이 있어 편리함 속에 서해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천북에서의 해넘이는 여느 명소와는 달리 북적거리지 않아 좋다. 인근 '맨삽지'도 낙조 포인트로 그만이다.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해안에서 북쪽으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어촌마을로 황홀한 낙조가 펼쳐진다. 태안반도 인근 섬으로 내려 앉는 일몰의 풍경이 압권이다. 아직은 아름아름 아는 이들만 찾는 무명에 가까운 곳으로 호젓한 분위기 속에 낙조를 감상할 수 있다.


▶별미=겨울철 별미를 들자면 단연 굴을 꼽을 수 있다. 굴은 제철 음식으로 값도 저렴한 데다 맛과 영양까지 좋아 최고의 미식거리가 된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굴은 주로 통영, 여수 등 남해와 천북 등 서해안 것이 주류를 이룬다. 제 각기 산지마다 특성이 있어 맛 또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데 미식가들은 뻘에서 자란 '천북굴'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천북굴이 최고의 평판을 얻기까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천북 장은리 앞 뻘밭에서 수십년 동안 굴을 채취해왔다는 박상원씨(55)가 그 내력을 들려준다.

우선 장은리 등 천수만 일원은 서해로 향하는 지천이 많다. 이는 해수와 담수가 고루 섞인 뻘이 발달해 굴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되고, 미네랄이 풍부한 곳에서 자라다 보니 맛또한 좋다. 특히 양식굴과는 달리 뻘에서 자라 일조량이 많은 것도 천북굴을 최고의 별미로 만들어 주는 요소라는 것이다.

천북굴은 덩어리 형태가 많다. 크기가 작은 여러 굴개체가 따개비 등과 함께 붙어 있다. 또 딱딱한 굴껍질을 까면 토실하면서도 노르스름 회색빛을 띠는 속살이 드러나고, 맛은 짭조름 쫄깃 거린다. 반면 양식굴은 일반적으로 개체가 큰 편이며, 육질이 덜 쫄깃한 편이다.

'뻘밭의 화초'로도 불리는 천북굴은 12월부터 4월까지가 시즌이다. 굴 채취는 장은리 포구 앞바다 뻘밭에서 이뤄진다. 물때를 맞춰 배를 타고 20여분을 나가면 광활한 뻘에 마치 하나의 커다란 꽃밭을 연상케 하는 자생지가 나선다. 자연산이라고 해봐야 갯바위에 붙어 있거나 양식장 통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종패의 모습을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만 천북굴은 부드러운 뻘밭에 곱게 피어난 화초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겨울 천북 장은리 해변 일대를 찾으면 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굴 마을'로 이름난 포구 일대에는 90여 군데의 굴전문구이집이 늘어서 있다. 때를 맞춰 마을사람들은 굴축제도 벌인다. 올해는 12일부터 잔치가 시작된다. 천북굴축제 조직위원회 박상원 회장은 "2년 전에는 태안해역 유조선 기름 유출 사건으로, 올해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입었다"며 "우리 어민들 격려차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계절 별미 굴 드시러 천북 장은포구에 많이들 놀러와주셨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굴구이는 벌건 숯불에 달아올라 입을 살짝 벌릴 때 까먹는 맛이 그만이다. 한광주리(2만5000원)면 넷이서 실컷 먹을 수 있다. 굴밥(7000원), 칼국수(4000원). 천북수산(041-641-7223) 등 굴 전문점에서는 택배도 가능하다. 인근 오천항에서는 키조개, 가오리 사촌격인 간재미 등을 맛볼 수 있다.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광천 IC~광천면 소재지~이정표 따라 장은리


 

▶천수만의 별미 꼭 맛보고 오세요!


 
<출처> 2009. 12. 9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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