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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 시국, 영화와 소설의 무대로 등장한 살아 있는 박물관

by 혜강(惠江) 2009. 10. 28.

 

로마와 바티칸 시국 

영화와 소설의무대로 등장한 살아 있는 박물관 

진실의 입과 나보나 광장, 그리고 트레비 분수

 

 

글·사진 김원섭 여행사진작가

 

 

 

 

  로마(Roma)와 바티칸 시국.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곳. 수많은 여행자가 보고 싶어하는 살아 있는 역사 박물관이다. 찬란했던 제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가슴을 울리는 예술작품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와 예술의 도시’다. 또 영화 ‘로마의 휴일’을 시작으로 ‘글래디에이터’ ‘천사와 악마’의 주요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수백 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열린 콜로세움의 야경. 여름밤이면 음악회가 열린다. 

 

 

  2004년 발간된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이곳 로마와 바티칸 시국이 주요 무대다. 특히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 교회, 성 베드로 광장, 산타마리아 델라 비토리아 교회, 나보나 광장에 있는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의 오벨리스크에 숨어 있는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아보는 일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다. 2009년 5월 개봉되는 영화 ‘천사와 악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로마는 테레베 강 하류 구릉지대에 자리잡은 오래된 도시다.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랐다는 로물루스·레무스 형제가 이 도시를 처음 건설했다고 한다. 이후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대제국으로 번성했고, 지금도 로마에 가면 찬란했던 제국의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로마 여행은 동쪽에 자리한 테르미니 역에서 시작한다. 역에서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조금 걸어가면,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콜로세움은 서기 72년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가 히브리에서 데려온 1만2000여 명의 노예를 투입해 8년 만에 완성한 원형경기장이다. 높이 50m, 둘레 527m인 거대한 타원형의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니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굶주린 사자가 죄수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검투사들은 목숨을 건 전투를 벌였다. 검투사의 목이 잘리고, 피가 튀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관중들. 수백 년간 야만적인 행사가 진행된 콜로세움에서 인간의 야만과 광기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무너져 내리고 앙상한 기둥과 터만 남아 있는 줄리아의 바실리카, 막센티우스의 바실리카와 세티미오 세베로의 개선문, 원로원을 보고 있으니 시간의 무상함에 가슴 한편이 짠해진다. 천천히 걸어서 한때 찬란했던 역사의 흔적을 느낀 후엔 해발 59m의 캄피돌리오 광장 테라스에 서 보자. 로마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주는 포로 로마노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멋진 곳이다.

  팔라티노 언덕의 남쪽에는 영화 ‘벤허’에서처럼 전차 경주가 펼쳐졌던 긴 타원형의 전차경주장이 있다. 경주장을 따라 서쪽으로 조금 걸으면 아담한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교회가 있다. 이곳에 그 유명한 ‘진실의 입’ 조각상이 있다.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는 이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어보는 곳이다. 그레고리 펙이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는 마치 손이 잘린 듯한 표정으로 오드리 헵번을 놀라게 했던 장면 때문에 언제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가면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 판테온이 나온다. 고대 로마시대의 모든 신들에게 봉헌된 신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43.4m의 바닥 지름과 높이가 같은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돔 가운데는 지름 9m의 원형으로 뚫려 있다. 이를 두고 영국의 역사가이자 신학자인 비드는 “판테온의 지붕에 있는 구멍은 보니파체4세가 판테온을 신성하게 만들 때,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애쓰던 악마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판테온 내부는 공기가 묵직하게 느껴졌고 천장 돔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 때문에 신비스러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1 캄피돌리오 광장 테라스에서 본 포로 로마노. 로마의 흥망성쇠를 한눈에 보여주는 곳이다. 2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처럼 조각상의 입에 손을 넣고 즐거워하는 여행자. 3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트레비 분수.4 천사의 다리와 천사의 성인 산탄젤로 성.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로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수가 트레비 분수다. 1732년 니콜라 살비가 설계를 담당해 1762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폴리 궁전의 벽면을 장식하는 분수에는 바다의 신 트리톤과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 등이 조각되어 분수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분수의 이름은 첫 번째 단 위 조각상 중의 ‘트리비아’라는 소녀에게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뒤로 돌아 동전을 던지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속설 때문인지 수많은 여행객이 저마다의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진다. 

 

 

‘천사와 악마’에 나오는 과학의 제단을 향하는 지표를 찾아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는 500년 만에 부활한 일루미나티가 가톨릭 교회에 복수를 시작하고, 종교기호학 교수 랭던이 그들을 막기 위해 로마와 바티칸 곳곳에 숨어 있는 단서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부활한 일루미나티의 잔재가 유력한 교황 후보인 네 명의 추기경을 차례로 살해할 것을 예고하고, 랭던 교수는 바티칸 시국에 숨겨진 강력한 에너지원 ‘반물질’과 일루미나티의 정체를 24시간 내에 밝혀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한다.

  일루미나티는 ‘개화된 자들’이라는 뜻으로 고대 조직의 일종이다. 소설에서는 17세기에 교황청과 정면으로 대립해 ‘신’보다는 ‘인간 중심’의 계몽주의에 이끌린 천재적인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비밀결사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도 이 조직의 일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1 성 베드로 대성당 큐폴라에서 바라본 성베드로 광장과 로마 시내.  2 로마의 북쪽 관문이 있는 포폴로 광장. 광장 중앙에는 높이 36m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솟아 있다. 3 시스티나 예배당 최대의 볼거리  ‘천지창조’. 1994년 오랜 시간에 걸친 복원작업이 완성돼 미켈란젤로 당시의 색채가 되살아났다. 

 

 

  천사와 선지자인 하박국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는데, 천사의 손가락이 두 번째 추기경이 살해당하는 장소인 성 베드로 광장을 가리키고 있다.  두 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가 있는 성 베드로 광장. 바티칸으로 들어서는 성 베드로 광장 앞에는 흰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을 넘으면 이탈리아를 넘어 바티칸 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 중앙에는 오벨리스크가 솟아 있고 좌우에 2개의 분수가 마주보며 시원스런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소설에서는 오벨리스크 아래서 가슴에 ‘공기(air)’를 뜻하는 낙인이 찍히고 폐가 파열된 채 살해당한 두 번째 추기경이 발견됐다. 오벨리스크 주변을 잘 살펴보면 ‘웨스트 포넨테(WEST PONENTE)’라고 쓰인 타원형의 둥근 대리석이 땅에 박혀 있다. 웨스트 포넨테는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뜻하므로 이 바람을 따라 동쪽으로 향해야만 세 번째 과학의 제단으로 가는 지표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로마 동쪽 테르미니 역에서 북서쪽에 있는 산타마리아 비토리아 교회. 이곳은 베르니니의 유명한 조각상 ‘성 테레지아의 법열’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조각상은 발가락이 휘는 오르가슴의 절정에 있는 성 테레지아를 너무나도 생생하게 묘사했기에 많은 논란에 휩싸인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가슴에 ‘불(fire)’의 낙인이 찍힌 채 불타 죽은 세 번째 추기경이 발견된 곳이다. 또 이 조각상의 천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 가면, 마지막 표지가 있는 나보나 광장의 ‘4개의 강이 흐르는 분수’가 나온다. 역시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나보나 광장 주변에는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한 산타마리아 소프라 미네르바 교회, 산티보 교회, 알템포스 궁전 등 로마시대의 유명한 건축물과 3개의 분수가 있다. 또 광장 주변에는 노천 카페가 많아 예술가들이 많이 모여든다. 소설에서는 이곳 분수에서 가슴에 ‘물(water)’의 낙인이 찍힌 채 익사의 위기에 처한 추기경이 발견됐다. 또 분수의 중앙에 솟아 있는 오벨리스크의 끝에는 청동 비둘기가 서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 비둘기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에 과학의 제단이자 ‘계몽의 교회’인 산탄젤로 성이 있다.

  ‘천사의 성’이라 불리는 이 성은 139년 황제의 무덤으로 지어졌다. 중세에는 감옥과 요새로 이용됐고, 때로는 교황의 긴급 피난처로 사용됐다. 실제로 이 성과 바티칸 궁전을 연결하는 비밀통로가 존재한다고 한다. 지금은 군사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러 천사 조각상들로 장식되어 있는 산탄젤로 다리는 데베르 강의 여러 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다. 소설에서는 일루미나티의 은신처이자 여주인공 비토리아가 감금돼 있는 곳으로 나온다.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 시국과 ‘천지창조’로 유명한 시스티나

 

 

  로마에 왔다면 반드시 들러 봐야 할 곳이 바티칸 시국이다. 인구가 1000명도 되지 않는 작은 곳이지만 수많은 볼거리가 있다.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비롯해 ‘최후의 심판’ 등 명작들이 있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독자적으로 화폐와 우표를 발행하고 있으며 철도역, 방송국, 우체국, 교황의 집무실 등 다양한 시설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성당으로 들어가는 세 개의 청동문 중 가운데 문은 옛 성당의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인데, 아래쪽에는 성 베드로와 바울의 순교 장면이 새겨져 있다. 거대한 대성당 내부는 섬세하고 장엄한 장식과 조각들로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성당 입구 오른쪽에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는데, 죽은 예수를 팔에 안은 채 슬픔에 잠겨 있는 성모 마리아를 묘사한 이 걸작을 보기 위해 언제나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대성당의 닫집 바로 위에 있는 전망대(큐폴라)에는 반드시 올라가 보자. 안뜰에서 테라스까지는 엘리베이터로 올라갈 수 있고, 전망대까지는 둥근 천장 안쪽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좁고 급한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열쇠 모양의 바티칸 시국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성 베드로 대성당 바로 옆에는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유럽 3대 박물관의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이 있다. 개장 시간인 9시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므로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역대 교황들이 수집한 다양한 고문서와 방대한 미술품,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중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는 최대의 볼거리다. 절대자의 인간을 향한 마음과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눈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걸작이다. 위대한 예술가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다.

 


여행Tip

 

항공(교통)  대한항공이 매주 수·금·일요일에 로마로, 수·일요일에 밀라노로 직항편을 운항한다. 이 외에 KLM 등 유럽이 주요 항공사의 경유편을 운항하고 있다. 12시간 정도 걸린다.

바티칸 시국 가는 방법 베네치아 광장에서 나보나 광장을 향해 30분 정도 걷다 보면 테베레 강이 나오고, 엠마누엘레 다리를 건너면 웅장한 성 베드로 대성당이 보인다. 버스로 이동하려면 테르미니 역 광장에서 64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약 15분 소요. 메트로를 이용하면 A선을 타고 오타비아노 역에 하차한 후 왼쪽으로 10~15분 걸어가면 된다.

기  후  이탈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를 보인다. 여름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덥고, 겨울에도 온화하나 비가 자주 내린다. 3월부터 10월까지 여행하기에 좋다.

음  식  로마에 가면 꼭 먹어 봐야 할 것이 ‘젤라토’다. 이탈리아 전통 아이스크림인 이 젤라토는 쫄깃하게 씹히는 것이 특징이다. 피자의 본고장답게 이탈리아 어디에서나 맛있는 피자를 즐길 수 있는데, 토마토 소스와 모차렐라 치즈로만 만드는 단순한 피자인 마르게리타를 맛보자. 이 피자가 맛있는 집이 피자를 잘 만드는 집이다.

기  타  이탈리아는 치안이 비교적 잘 되어 있지만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고, 현금자동화기기 이용시 누가 도와준다고 접근하면,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순식간에 신용카드를 가로채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출처> 2009. 5 / 월간산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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