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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및 정보/- 홍콩. 마카오

마카오, 눈·혀가 즐거운 도보여행의 성지

by 혜강(惠江) 2009. 9. 19.

 

 

마카오(澳門) 

 

눈·혀가 즐거운 도보여행의 성지

 

 

이제교기자

 

 

 

 

▲ 정면 석조 부분만 남아있는 성 바울 성당은 유럽의 바로크 양식과 동양사상이 어우러진 마카오의 역사를 말해준다.

 

 

 

  잘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곳…, 마카오(澳門).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라고 흔히들 떠올리지만 단면에 불과하다. 진지한 여행가들에게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이 가득한 곳이다. 중국 난하이(南海) 유역 주장(珠江)강 서안. 면적 28.6㎢로 서울 종로구만 한 도시에 무려 25개의 세계문화유산이 몰려있는 도보여행의 성지다.

  마카오에 왜 이처럼 많은 세계문화유산이 몰려 있는지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시내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유럽식  기독교 성당과 사원 등을 만날 수 있다. 1557년 포르투갈 점령, 1999년 중국 반환이 남겨준 역사의 유산이다. 노랑과 분홍, 흰색의 포르투갈 양식 파스텔톤 빛깔의 건물 사이를 걸어가는 하얀 교복의 마카오 소녀는 어느덧 보는 이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여행은 인생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시간. 그래서인지 마카오는 ‘공존(共存)’의 도시다. 거리에는 과거와 미래가 어깨를 부딪치고, 동서양이 함께 숨을 쉰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때묻지 않은 자연이 있고, 호텔 카지노의 탐욕과 성당에 가득한 경건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마카오에서 삶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카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몬테 요새 바로 옆에는 성 바울 성당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성당 정면 석조부분만 남아있는 ‘성 바울 성당의 유적(Ruins of St. Paul’s)’이다. 1580년에 지어져 1595년과 1601년 두 차례 불탔다. 언덕 위 성당 유적까지는 66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유적에는 정교한 조각이 곳곳에 있다. 조각에는 성서적 의미가 담겨 있다. 윗부분 아기예수 왼쪽에는 가시관과 채찍, 쇠망치가 양각됐다. 곳곳에서 크리스천과 가톨릭 교도들이 경건하게 기도를 올린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고난이 그대로 다가온다.

  바울 성당은 동서양 결합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성모 마리아상은 죄악을 상징하는 여섯 마리의 용을 밟고 있다. 조각에는 바로크 양식에 어울리지 않는 한자 어구가 새겨져 있다. ‘사후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마라(念死者無爲罪).’ 고개를 쳐들고 바울 성당 유적 어디엔가 새겨져 있을 한자 어구를 찾게 되면 조각의 의도는 이미 실현된 셈이다.

바울 성당에서 200m쯤 내려가면 세나도 광장이 펼쳐진다.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에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다. 광장 양쪽으로 늘어선 건물의 노란색과 흰색의 파스텔톤 빛깔이 유난히 아름답다. 바닥에 깔린 모자이크 타일은 포르투갈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그리운 고국의 리스본 광장을 본떠 만들었다고 한다.

 

 광장 오른쪽에는 아시아 최초의 복지시설로 유명한 ‘인자당(仁慈堂)’이 있다. 포르투갈어로는 ‘산타 카사 다 미저리코리다(Santa Casa da Misericorida)’.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다. 세나도 광장 골목은 쇼핑천국이다. 서울로 치면 명동과 비슷하다. 의류에서부터 전자제품, 봉제인형, 액세서리 등 없는 것이 없다. 마카오는 전 지역이 무관세에 노택스(No tax)다. 눈길을 잡아채는 상품들이 즐비하지만 최근 환율 급등으로 가격 경쟁력이 예전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평가다.

  광장 뒤쪽에는 마카오식 마라탕을 파는 업소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도보여행으로 지친 발걸음을 쉬고 허기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어묵꼬치와 비슷하지만 내용물이 훨씬 다양하다. 어물경단에서부터, 각종 해물, 고기완자,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꼬치에 끼워 뜨거운 육수에 우려준다. 가격은 꼬치당 3~5파타카(pataca). 10파타카가 1600원 정도여서 가격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세나도 광장 길건너 골목에는 35~50파타카 정도에 상어지느러미 요리를 맛볼 수 있는 6㎡ 남짓한 조그마한 샥스핀 전문점도 있다.

  콜로안 빌리지에서는 로드 스토 베이커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마카오에서 시작해 국제적 명물로 떠오른 에그타르트(eggtart)의 오리지널을 맛볼 수 있다. 지금도 거리 한편 작은 가게에서는 매일 똑같은 방법으로 에그타르트를 구워낸다.

  마카오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40분 정도면 도착한다. 에어마카오는 3월29일~10월24일 매일 오전 8시 직항편을 운행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려면 홍콩을 경유해야 한다. 홍콩에서는 하루 8회 오가는 터보 제트 페리를 통해 바로 공항에서 별도의 입국 심사 없이 마카오로 들어갈 수 있다. 시간은 1시간 남짓.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로를 3층에 재현해 최근 유명해진 베네시안호텔을 비롯해 최근 문을 연 크라운호텔 등에 묵는 2박4일 마카오 여행상품이 70만원대부터 나와있다. 9월19일과 26일, 10월1일 오후 9~10시에는 올해 21회째를 맞은 마카오세계불꽃축제가 열려 마카오 야경 위로 화려한 불꽃쇼가 펼쳐진다.

 

 

 

<출처> 2009-09-16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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