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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제주올레 걷기, 온전히 걷는 이들을 위한 제주의 길 ‘올레’

by 혜강(惠江) 2009. 5. 24.

 

제주올레 걷기

 

온전히 걷는 이들을 위한 제주의 길 ‘올레

 

 

경향닷컴 이다일 기자

 

 

 

사진=강영호 제공

 

 

  제주를 찾는 것은 설렘이다. 단체로 버스를 타고 가기도 했고, 렌터카를 타고 여유 있게 돌아보기도 했다. 그때마다 제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무엇을 타고 지나느냐에 따라 제주는 관광지거나 일터거나 시원한 드라이브 코스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좀 더 느린 방법으로 돌아보리라고 했다. 걷기로 한 것이다.

 

  웰빙의 열풍이 몰아친다. 사람들은 무공해 웰빙 음식을 찾는다. 몸과 정신을 위한 웰빙도 인기다. 슬로우 푸드가 인기를 끌고 있고 차를 타고 달리던 사람들은 조금 더 느리게 자전거타기, 달리기를 시작했다. 등산, 트래킹이 인기를 끌더니 인간 생활과 본성에 가장 가까운 ‘걷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걷기 좋은 곳은?

  산티아고 ‘순례길’은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인생의 교훈을 얻기 위해, 사람들과 떨어져 사색의 시간을 갖기 위해 등등 갖가지 이유로 사람들은 길을 떠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을 손꼽으라면 어디를 말해야할까? 주저 없이 제주의 ‘올레’를 선택할 수 있다.

  제주 ‘올레’ 걷기는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됐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작은 길로 제주의 남쪽 해안가를 따라 이어지고 있다. 제주 사투리로 ‘올레’는 차가 다니지 않는 길이다.  특히 도로에서 집 앞 대문까지 이어지는 작은 길을 말한다. ‘올레’걷기를 주관하는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이 길을 ‘평화의 길, 자연의 길, 공존의 길, 행복의 길, 배려의 길’이라고 표현한다.

  온전히 걷기 위해 이 길을 만들었다는 올레지기들은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제주올레의 서동성 사무국장은 “올레를 한번 걸어보면 제주를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라며 “제주여행의 묘미는 올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길 자랑을 늘어놨다.

  석 달에 한 개꼴로 늘어나는 올레 코스는 이제 12코스까지 완성됐다. 5월에 열리는 우도 코스까지 포함하면 13개다. 제주를 둘러싸는 수많은 길은 정부의 도움 없이 완성됐다. 걷기를 즐기는 개인들이 힘을 모아 만들었다.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사재를 털어 길을 다듬었고 뜻을 같이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노력했다. 올레에 매력을 느낀 해병대도 길을 다듬는데 참여해 일명 ‘해병대길’도 올레코스에 들어있다. 지금도 올레는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운영되며 대부분의 운영자금은 ‘개미군단’이란 후원회의 후원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느리게 걸으면 작은 풀, 조그만 소리도 절경

  ‘새가 하늘을 날듯,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길, 걷고 싶은 만큼 걸을 수 있는 긴 길. 제주올레는 도보 여행자를 위한 길입니다.’ - 제주올레 소개 글에서

  올레코스는 10km~20km의 거리로 구성됐다. 각각의 코스는 도보로 3시간에서 6시간까지 걸리는 짧지 않은 길이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제주 여행을 두 발로 시속 3km의 여행으로 바꿔 시작했다.

 

 

  동쪽 성산읍에서 시작하는 1코스부터 모든 코스를 가보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한 코스에 하루씩 잡아도 열흘은 넘게 걸린다. 넉넉지 않은 일정과 게으른 몸을 핑계로 중문단지 리조트에서 바로 이어지는 7번과 8번 코스를 걸었다.

  하얏트 호텔 뒤로 난 샛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갔다. 깍아지른 절벽이란 뜻의 ‘갯깍’이 눈앞에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몇몇은 벌써 여름이다. 비키니 차림으로 해안에서 햇살을 만끽하고 있다. 둥글고 큰 돌을 밟으며 걸으니 도저히 풍경에 눈을 돌릴 수 없다. 돌 사이로 빠지지 않기 위해 바닥만 보며 걸었다. 갯깍은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웅장해진다. 사람키의 스무 배는 족히 넘을 듯한 높이에 검은 현무암은 웅장하다. 절벽위엔 푸른 나무와 풀이 자라 열대의 이국적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주오는 사람들이 눈인사를 건넨다. 여유가 느껴진다. 사람들의 겉모습은 서울 지하철역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똑같지만 이곳에선 걷는모습, 인사하는 표정이 다르다. 한층 여유가 느껴진다. 길이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장관’, ‘절경’이 길 가운데 나타난다. 각 코스마다 빼어난 풍광들이 널려 있으므로 어느 곳을 선택해도 아쉬울 것 없는 것이 ‘올레’다.

 


걷고 또 걷고 또 찾아오고

  서귀포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까지 3만 명이 제주올레코스를 찾았다. 특별한 패키지가 있는 관광도 아니고 엄청난 시설이 새로 생긴 것도 아니다. 다만 제주도 구석구석 있던 길을 연결했다. 개인목장의 일부를 길로 내어주기도 했고 작은 시골학교는 길의 시작과 끝이 됐다. 길가에 까페, 매점, 화장실등 편의 시설은 부족하지만 자연의 풍광 만큼은 최고다.

  (사)제주올레에 따르면 재방문 비율이 높고 방문 때마다 일정이 길어진다고 한다. 올레를 방문하는 사람들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사실 12개에 이르는 올레코스를 걸으며 넉넉한 자연을 느끼는 일에 일반 관광코스같은 3~4일의 일정은 너무나 인색하다.

  올레의 코스에는 모두 ‘올레지기’가 있다. 그 마을에 사는 올레지기들은 길을 안내하고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모두 자원봉사로 일하고 있다. 또한 올레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할망민박’이 마을마다 있다. 마을 노인들이 집 한켠을 내어주고 길손을 맞는 것이다. 관광버스타고 리조트에 머물며 사람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만 돌던 제주여행이 웰빙 여행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레’를 즐기려면 주의할 것이 있다. 누구하나 돈받고 일하는 이 없는 길이니 서로가 조금씩 조하면 좋다. 길을 위해 내어준 개인목장의 문은 지나면서 꼭 닫고 가야한다. 서로가 자연을 즐기위해 찾은 길이니 더럽히거나 훼손시키지 말아야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올레는 길을 찾은 사람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다. 올레는 관광 상품도 아니고 잠시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지도 아니다. 편한 신발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차분히 둘러봐야 하는 길이다.

 

가는 길/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인천, 목포에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다. 제주에 도착하면 렌터카나 택시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원하는 올레코스로 이동하면 된다. 1코스는 시외버스를 타고 성산읍 시흥리에 하차해 시흥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숙박, 맛집/

각 코스마다 민박을 비롯한 숙박지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코스가 작은 마을과 오름을 지나므로 식사나 숙박계획을 미리 짜두는것이 좋다. (사)제주올레에서는 각 코스마다 올레지기를 선정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있으니 아래의 연락처를 참고해 문의하는 것이 좋다.



올레길 준비물/

신발/ 편한 운동화나 트레킹화, 등산화 등을 준비하는 것이 기본. 여름철 바닷가를 걷는 즐거움을 위해서는 샌들을 따로 준비하면 좋다.

비옷, 바람옷/ 제주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날씨가 아무리 화창해도 비옷과 바람옷을 챙기는 것이 좋다.
현금/ 코스 중간 중간에 있는 제주 할망(할머니)들의 구멍가게에는 카드를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점프/ 푸른하늘과 올레/ 느리게 걷는 올레에서 좋은 풍경을 만나면 한껏 뛰어보는 것도 좋다. (강길순 제공)

 

 

볼레낭 길/ 9코스 대평~화순구간/ 제주에서는 보리를 ‘볼레’라고 부른다. 몰질과 기정길을 지나면 볼레낭이 우거진 산책로가 나온다. (강영호 제공)

 

 

 작은숲길/ 바다와 산이 만난 곳/ 왼쪽은 남태평양 바닷가, 오른쪽은 절벽의 끝자락이다. 그 가운데 작은 오솔길 ‘올레’가 놓여있다. (이다일기자)


 


 기념촬영/ 아이와 함께 올레를 찾은 가족/ 제주도에 살아서 자주 올레를 찾는다는 가족. 아이가 카메라를 다룰 줄 몰라 한참 걸려서야 부부의 기념사진을 찍었다.(이다일기자)

 

 

 해병대길/ 8코스 월평~대평구간/ 갯깍을 지나면 해병대 장병들이 동글동글한 돌을 다듬어 놓아 만든 길이 나온다. 그래서 이곳을 일명 ‘해병대길’이라고 지었다. (이다일기자)


 

 


 

갯깍/ 8코스 월평~대평구간/ 깍아지른 절벽이란 뜻의 ‘갯깍’ 밑을 지나는 사람들. 올레 코스는 숲, 흙, 모래, 바다를 모두 만난다. (이다일기자)


 

 <출처> 2009. 5. 22 / 경향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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