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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제주도

애월 한담마을~곽지해안도로, 제주서 가장 아름다운 ‘미니 산책로’

by 혜강(惠江) 2009. 2. 18.

 

애월 한담마을~곽지해안도로

 

제주서 가장 아름다운 ‘미니 산책로’

 

해안길·숲길… 1시간의 산책, 그건 축복이었다

 

 

글·사진 박경일기자

 

 

 

▲ 제주의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빼어난 경관의 해안산책로. 이 길에 오르면 오전 나절에는 새파란 물색을, 오후 늦게는 황홀한 낙조를 만날 수 있다.

 

 

제주로 향하는 여정은 늘 가슴 설렙니다. 제주공항을 향하는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 창밖으로 돌담을 둘러친 초록의 밭들과 밝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바다가 한가득 펼쳐집니다. 마음이 다 환해집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어찌 말과 글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따스한 볕이 내리쬐는 제주의 봄 정취야 더 이를 것이 있겠습니까.

제주에서 이른바 ‘모범여행코스’의 답안을 찾는 것은 어쩌면 부질없습니다. 제주에는 너무도 많은 매력적인 선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는 계절에 따라서, 날씨에 따라서, 또 취향에 따라서 매료될 만한 저마다 다른 풍광들을 숨겨놓고 있습니다. 환히 빛나는 푸른 바다와 짙은 삼나무 숲,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유채꽃과 양지바른 들녘에서 꽃을 피운 들꽃들….

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이즈음의 제주에서는 외투가 필요없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따뜻한 봄햇살 속에서 ‘걷는 길’을 돌아봤습니다. 제주에는 지난해부터 마을의 옛길과 해안 길을 잇고 있는 도보여행 코스인 ‘올레길’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서 시작한 올레길은 지금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까지 가닿는 11코스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길들은 ‘호흡이 긴 길’들입니다. 코스별로 걷는 구간이 15km를 넘어 온전히 하루를 다 바쳐야 하지요. 물론 올레길에서는 바친 시간들에 비해 얻는 감동이 훨씬 더 크긴 하지만, 빠듯한 일정으로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 1시간 안쪽의 ‘짧은 호흡으로 걷는 길’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찾아낸 길이 애월읍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진 해안산책로입니다. 1112번 삼나무 숲길과 송당목장 길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다가 차귀도의 일몰을 감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당산봉 오름길과 제주시민들이 최고의 산책로로 꼽는 별도봉도 돌아봤습니다.

제주에 당도한 날이 마침 볕이 좋은 맑은 날이라면 한담-곽지 해안도로에서 바다색깔을 만나고,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맑게 씻긴 삼나무 숲길을 걸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황홀한 낙조풍경을 보고 싶다면 당산봉 오름길이나 별도봉 산책로를 따라 사라봉을 찾아가 보시지요. 그 길을 걸어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걷는 것이 이렇듯 행복한 일임을….

 

 

제주서 가장 아름다운 ‘미니 산책로’

‘길 중의 길’ 따라 봄마중… 혼저 옵서예~

 

 

▲ 제주의 야생화박물관인 방림원의 버들가지.

 

▲ 한라수목원에 피어난 매화.

 

 

1. 바다를 만나는 길 한담 ~ 곽지 해안산책로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물가 애(涯)에 달 월(月). 그 이름부터가 은근하다. 애월의 바다는 그저 아름다움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애월의 바다는 뭉클하기도 하고, 아릿하기도 한 정서를 동반한다. 제주의 애월을 말하면서 한 시인은 ‘명치 끝이 저린 노을이 지는 곳’이라고 했다. 다른 시인은 애월을 ‘제주에 와서 애월을 못보면/ 가슴은 두고/ 몸만 찾아온 거나 같다’고 하기도 했다.

애월은 제주를 찾은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제주공항에 내려 제주를 한 바퀴 돌려면 성산 일출봉 쪽으로 향해 시계방향으로 도는 이른바 ‘동회선’과 한림 방향을 향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도는 ‘서회선’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행자들은 대개 서회선을 택한다. 동회선은 제주시내를 가로질러야 하는 데다 서회선에 비해 볼 것들도 적은 탓이다.

이렇게 서회선을 택한 여행자들은 하귀-애월간 해안도로로 올라선다. 여행자들은 이 구간의 해안도로에 올라서 바닥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바다를 대하고서야 비로소 남국의 땅 제주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하귀에서 시작한 해안도로는 애월에서 끝난다. 애월에서 해안도로는 바다를 버리고 쭉 뻗은 일주로로 합류해버린다. 다들 무심히 지나치는 애월 해안도로 끝, 그곳에 제주에서 최고로 꼽을 만한 좁은 길이 숨어있다.

소박한 바닷가 마을인 한담마을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진 해안산책로. 제주에는 수많은 해안도로가 있지만, 1.2㎞ 남짓 구불구불 이어진 이 길은 특별하다. 먼저 자동차가 드나들 수 없다. 도보나 자전거까지만 허락한다. 길이 좁기도 하지만, 자동차로는 아예 길로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이 길은 또 바다와 바짝 붙어있다. 길에서 허리를 숙이는 것만으로도 바닷물에 손을 담글 수 있다. 이 길에서는 또 탄성이 터질 만한 바다색을 볼 수 있다. 제주의 바다색깔이야 어디든 빼어나지만 산책로에 붙은 연두색이 살짝 감도는 파란색의 바다는 단연 압권이다.

이 길에서는 ‘걷는 이들이 곧 풍경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해안산책로를 걷는 이들은 낮은 시야에서 해안과 바다풍경을 보며 감탄하고, 산책로 위쪽 언덕에 선 이들은 높은 시야에서 바다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로를 걷는 이들을 보며 감탄한다는 것이다. 걷는 이가 그대로 풍경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한담에서 곽지를 잇는 해안산책로다.

 


2. 숲을 만나는 길 - 1112번 도로와 제주절물자연휴양림

여행자들이 제주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바다지만, 제주 숲의 아름다움도 이에 못지않다. 곳곳에 삼나무들이 이룬 숲은 크기도 크기려니와, 사계절 진초록의 빛으로 반짝인다. 제주에서는 맑은 날이라면 해안도로를 따라 낭만적인 색감의 제주 바다를 따라가는 것이 최고겠지만, 마침 흐리거나 비라도 내리는 날이라면 한라산 중산간에 들어 제주 숲의 싱그러움을 만나는 것이 더 낫겠다.

제주의 삼나무 숲은 길을 따라 나있기도 하고, 군락을 이뤄 자라기도 한다. 제주 삼나무 숲길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은 바로 5.16(1131번)도로와 만나는 1112번 도로다. 하늘을 찌를 듯 우람하게 솟은 삼나무들이 길 옆을 호위하듯이 서있는 이 길에 들어서면 누군들 감탄사를 토해놓지 않을 수 있을까. 차로 천천히 달리는 맛도 좋지만 이 길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편이 훨씬 더 낫다. 차를 한쪽에 세우고 길 옆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숲의 향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일 수 있다. 삼나무의 건장하고 싱그러움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듯 하다.

삼나무 숲에서의 산책을 더 여유있게 즐기려면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을 찾는 편이 낫다. 휴양림에는 삼나무 숲을 따라 나무데크가 깔린 ‘삼울길’이 있다. 삼울길은 울창한 나무들이 도열해있는 수직의 세상이다. 이 길에서는 차분한 사색이 어울린다. 휴양림 내의 삼울길이 짧아서 아쉽다면, 아예 5.16도로 교래리 입구방향으로 600m쯤 지나 일방통행 갈림길 왼쪽의 외진 숲길에서 산책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인적 드문 숲길에서 휴양림을 지나 큰 절물오름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4㎞ 남짓. 한 시간쯤이 소요된다.

1112번 도로를 따라 동북쪽으로 더 달려 구좌읍 쪽으로 향하는 길 옆의 송당목장도 장대한 삼나무 숲 산책로를 갖고 있다. 송당목장으로 드는 이 길은 비포장 흙길이다. 양옆 삼나무의 가지가 맞붙을 정도로 바짝 붙어서 자라 대낮에도 어둑어둑할 정도다. 삼나무 사이로 흙길이 실낱같이 이어진다.

 


3. 노을을 만나는 길 - 차귀도 앞 당산봉 거북바위

제주에서 일출풍경이 아름다운 곳이 동쪽 끝 성산포 일대라면, 노을이 아름다운 곳은 서쪽 끝 차귀도 일대다. 제주에서 오후 해질녘 날씨가 좋다면 지체하지 말고 차귀도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차귀도와 와도를 끼고 있는 한경면 고산리 부근에서 바라보는 노을 풍경은 그야말로 최고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이곳에서 생애 최고의 낙조를 볼 수도 있겠다.

잠수함관광선이 뜨는 포구에서 차귀도 뒤쪽으로 지는 노을도 좋지만, 차귀도 낙조의 특급 포인트는 포구 뒤쪽에 불쑥 솟은 당산봉 정상이다. 포구에서 바라보자면 당산봉은 오를 길이 도무지 없어 보이지만, 섬풍경 펜션(064-772-3611)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15분 남짓 오르면 군 초소가 있는 정상부근에 가 닿는다. 제법 가파른 산길을 오르는 게 싫다면 차로 가는 방법도 있다.

1132번 도로를 따라 협재방면으로 가다 용수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해서 용수중계펌프장을 끼고 나 있는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당산봉 정상부근 초소 입구까지 가닿을 수 있다. 여기서 거북바위까지는 5분 안쪽이다. 당산봉 정상 부근에는 거칠 것없이 펼쳐지는 조망을 누릴 수 있는 거북바위가 있다. 거북바위에서는 와도와 차귀도가 한 눈에 들어오고 고산 일대의 너른 들판도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차귀도 너머 바다로 풍덩 빠지는 노을의 풍경은 감격적이다.

낙조를 바라볼 수 있는 두 번째 포인트는 제주시 화북동의 별도봉을 꼽을 수 있다. 별도봉은 제주 시내에 있어 1시간 정도만 시간을 내면 쉽게 찾아가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광에 눈이 익은 제주시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니만큼 이곳의 경치는 빼어나다. 별도봉을 순환하는 40분짜리 산책로를 따라가면 앞으로는 거칠 것 없는 망망대해의 제주바다, 그리고 뒤로는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들을 바라볼 수 있다. 별도봉 산책로로 이어진 사라봉의 낙조는 제주 10경 중의 하나로 꼽힌다.

 

◆ 짧은 산책로 가는 길 = 한담 - 곽지간 해안산책로는 하귀에서 애월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끄트머리에 있다. 애월에서 1132번 도로를 만나기 직전 오른편으로 향긋한 커피를 내오는 카페 ‘키친 애월’(064-799-8229)을 찾으면 그곳이 산책로의 들머리다. 주차장이 마련된 소공원이 있어 여기다 차를 대고 발 아래로 보이는 산책로로 내려가면 된다. 중산간의 1112번 삼나무 가로수길은 제주를 남북으로 잇는 5.16도로를 따라가다 찾아 들어가면 된다.

제주시 쪽에서 출발했다면 5.16도로에서 좌회전, 서귀포 쪽에서 출발했다면 우회전하면 된다. 가로수길 옆으로 거문오름 입구쪽 갓길에 차를 댈 수 있다. 삼나무 숲이 울창한 제주절물자연휴양림이 지척이다. 비포장 삼나무 숲길이 있는 송당목장은 1112번 도로를 타고 평대쪽으로 향하는 길에 있다. 노을을 볼 수 있는 차귀도는 1132번 대정에서 한경면 쪽으로 1132번 도로를 따라가다 이정표를 보고 찾아가면 된다.

◆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 제주에는 해안을 따라 고급스러운 펜션들이 즐비하지만 가격이 좀 비싼 편. 객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체류형 일정이 아니라면 제주시 일원의 호텔도 좋다. 옛 남서울 호텔인 ‘더 호텔 엘 베가스’는 13만원선이면 묵을 수 있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이름난 곳보다 인적이 뜸한 해안도로변의 펜션을 찾아들어가면 1박에 7만~8만원이면 묵을 수 있다.

푸짐한 횟집을 원한다면 ‘쌍동이횟집’(064-762-0478)을 첫손으로 꼽을 수 있다. 인원수에 관계없이 상 단위로 음식을 내온다. 갈치조림과 고등어조림은 제주상공회의소 부근의 ‘도라지식당’(064-722-3142)과 모슬포 부근의 ‘덕승식당’(064-794-0177)을 추천할 만하다. 삼성혈 부근의 ‘삼대국수’(064-759-6644)는 돼지사골 국물에다가 국수를 말아내고 삶은 삼겹살을 얹어주는 고기국수로 유명한 집이다.

 

 

<출처> 2009. 2. 18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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