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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프라하,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사랑의 도시

by 혜강(惠江) 2009. 4. 1.

 

체코 프라하

 

천년의 역사 간직한 사랑의 도시

 

 

글·사진 김원섭 여행사진작가

 

 

옛 보헤미아 왕국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도시 체코 프라하.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랑의 도시다.

 

 

 

▲ 프라하 성 동문과 흑탑 야경. 자연광과 인공광이 잘 어우러져 멋진 사진이 되었다.

 

 

 

  남쪽 고원에서 시작되는 블타바 강이 도심을 가르고 강 서쪽 흐라트차니 언덕 위로는 프라하 성이, 동쪽으로는 구시가 광장을 중심으로 중세의 도시가 펼쳐진다.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소원의 벽이 설치되었던 구시가 광장, 프라하 성으로 연결되는 사랑의 다리 카를교를 걷다 보면 어느새 행복한 여행자가 된다.

 

  눈이 내린다. 밤새 내린 눈은 천년 고도를 동화 속 설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얀 눈을 뒤집어쓴 아름다운 건물들, 눈 쌓인 골목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가로등, 연신 쏟아지고 있는 함박눈. 내 생애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프라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체코 프라하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많은 눈이 내린다. 편서풍을 타고 밀려드는 습한 공기 탓이다.

 

  얀 후스의 군상에도, 카를교 네포묵 신부의 성상에도, 블타바 강에도 눈이 쏟아지고 있다. 프라하 성 동문으로 향한다. 이곳은 블타바 강과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지다. 탐스럽게 쏟아지는 눈송이 사이로 도시는 동화 속에나 등장하는 설국의 궁전 같다. 붉은 지붕 위로 하얗게 쌓이는 눈, 거리를 따뜻하게 밝혀 주는 가로등, 서서히 밝아 오는 여명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라하 여행의 중심은 구시가 광장이다. 중세의 유럽 어느 도시에 온 듯, 고색창연한 건물들에 둘러싸인 구시가 광장. 광장의 중앙에는 진실을 말하다 숨져간 얀 후스와 추종자들의 군상이 서 있고 천문시계 오를로이가 있는 구시청사, 골즈킨스키 궁전과 틴 성모 교회를 비롯해 음식점, 카페, 극장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바츨라프 광장이, 서쪽으로 향하면 카를교를 지나 프라하 성으로 이어진다. 북쪽으로 가면 유대인 지구다.

 

  광장의 중앙에는 종교개혁자로 잘 알려진 얀 후스와 승리를 거둔 후스파 전사들, 그리고 체코의 재탄생을 상징하는 젊은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군상이 있다. 얀 후스는 기독교의 개혁을 외치면서 “하느님의 말씀은 성경 속에 있는 것이지 교황의 입에 있지 않다”는 말을 해 이단자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그가 남긴 “진실을 사랑하고,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행하라”는 말이 동판에 새겨져 있어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 1 구시청사에서 바라본 틴 성모 교회와 틴 학교. 지금은 갤러리로 이용되고 있다. / 2 겨울 프라하 시내 풍경. 최근 관광객의 증가와 자본의 유입으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

 

  얀 후스의 군상 옆에 천문시계 오를로이가 있는 구시청사가 자리잡고 있다. 1410년경 천동설을 바탕으로 프라하 대학의 하누슈 교수가 만든 것이다. 천문시계의 바깥 원을 보면 하늘색, 갈색, 검은색 원이 있다. 하늘색은 낮과 하늘을, 갈색은 땅을 상징한다. 검은색 원은 밤과 달을 상징하며 안쪽 원은 태양, 달, 북극을 상징한다고 한다.

 

  오전 11시 정각이 되자 천문시계의 오른쪽에 있는 해골 인형이 줄을 당기며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동시에 위에 있는 두 개의 파란색 창이 열리면서 예수 그리스도 열두 제자의 밀랍인형이 지나간다. 닭의 울음소리로 마감되는 이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매시 정각이면 어김없이 몰려든다.

 

 

 사랑의 다리 카를교와 ‘프라하의 봄’의 무대 바츨라프 광장

 

 

  프라하의 또 다른 상징이라면 구시가 광장과 프라하 성을 연결해주는 카를교가 있다. S자로 굽이치는 블타바 강을 가로질러 1402년에 세워진 다리다.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다리를 건너면 영원히 아름다운 사랑으로 남는단다.

 

  다리 위에는 악사들, 초상화나 일러스트를 그려 주는 화가, 프라하 풍경을 담은 그림과 사진을 파는 노점상 등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연인들은 과감히 애정을 주고받는다. 다리 위에는 만지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얀 네포묵 신부의 성상이 있다. 얼마나 많은 소원들을 빌었는지 동판이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프라하 시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트램을 타고 젊음의 거리 바츨라프 광장으로 간다. 영화 ‘프라하의 봄’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이 광장은 국립박물관에서 무스테크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750m, 폭 60m의 긴 광장이다. 14세기에는 말을 사고파는 마(馬)시장과 곡물시장이 있었던 곳이다. 프라하 중앙역이 가까이 있고, 두 개의 지하철역과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는 트램과 버스가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다. 호텔, 레스토랑, 카페, 백화점, 은행, 고급 상점 등이 들어서 있는 상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또한 1968년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외치며 알렉산더 두브첵이 선두가 되었던 민주혁명과 1989년 벨벳혁명을 거쳐 민주화를 이룩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지금도 민주 시위가 필요하면 차량을 통제하고 집회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 3 프라하 성 동문에서 본 눈 내리는 프라하. 마치 동화 속 설국의 궁전을 보는 듯하다. / 4 프라하 성 동문의 위병 교대식. 위풍당당한 교대식이 인상 깊었다.

 

 

프라하의 상징 프라하 성

 

 

  안델역에서 12번 트램을 타고 말라스트라나 광장에서 내린다. 흐라트차니 광장으로 이어지는 ‘블루 프라하’라는 별칭의 네루도바 거리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크리스털이며 목각 인형과 마리오네트를 파는 상점, 고급 레스토랑, 각국 대사관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아름다운 거리다.

 

  조금 가파른 길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돌면 흐라트차니 광장이다. 이 광장 주변으로 슈바르첸베르크궁, 스텐베르크궁, 대주교 궁전 등이 있다. 광장 동쪽 끝 전망 좋은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프라하 도심의 풍광을 즐긴다.

 

   프라하를 상징하는 여러 건축물 가운데서도 으뜸은 단연 프라하 성이다. 시내 어디에서나 보이는 프라하 성은 프라하의 상징이자 프라하 그 자체다. 흐라트차니 광장에 면한 서쪽 정문과 말라스트라나 광장 쪽 동문에 이르기까지 길이 570m, 폭 128m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다. 성 안에는 정원과 마티아스의 문, 성 십자가 예배당, 성 비투스 대성당, 구왕궁, 성 이르지 교회, 로프코비츠 궁전, 화약탑, 백탑, 달리보르카 탑, 흑탑이 있고 아름다운 카페와 갤러리 등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성은 9세기 중엽 보르지보이 왕이 건설한 것을 기초로 14세기 카를 4세 때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됐다.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세워지면서 대통령 관저가 되었으며, 지금도 건물의 일부를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프라하가 낳은 20세기의 문호 카프카가 즐겨 산책하던 곳으로 그의 소설 <성>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멋진 제복의 위병들이 지키는 정문을 지나 마티아스의 문을 지난다. 제2정원에서 제3정원으로 빠져나오자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한 고딕 양식의 성 비투스 대성당이 나온다. 장엄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자 성경의 천지창조를 주제로 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이 중 20세기 초 아르누보 양식의 대가였던 알폰스 무하의 녹색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어두운 내부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고개를 들게 될 테고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떠올리도록 한 구조다.

 

 

▲ 5 사랑의 다리라 불리는 카를교 동쪽 교탑에서 본 카를교와 프라하 성. 중세의 어느 도시에 온 듯 고풍스러운 모습이었다. / 6 멋진 음악을 연주 해주는 카를교의 악사들. 

 

 

 

  걸음을 옮기자 체코의 수호성인으로 존경받고 있는 네포묵 신부의 무덤이 보인다. 왕의 명을 거역해 순교한 신부의 거룩한 삶을 기리기 위해 카를교 난간에 성상을 만들고 이곳에 순은으로 만든 관을 안치했단다.

 

  정면에 엄청난 크기의 파이프 오르간이 보인다. 보통 큰 성당이라면 파이프가 4,000개쯤 되는데, 이곳은 6,000개의 파이프로 만들었단다. 미사 때 울려퍼지는 연주의 장엄함을 듣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고 한다. 

 

  비투스 성당을 지나 이르지 교회에서 동문으로 가는 길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접어든다. 과거 왕실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금은 세공사들과 성을 지키는 초병들이 살았던 골목이다. 그래서 황금 골목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장인들이 살았던 집에서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중 파란색 벽에 ‘N22’라고 표시된 집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곳이다. 소설가 카프카가 1916년 11월부터 1917년 5월까지 머물면서 집필 활동을 한 곳이다. 이곳은 카프카의 막내 여동생이 오빠를 위해 마련했던 집이다. 카프카가 살았던 집에 들어서자 그의 소설을 비롯해 책을 파는 서점이었다. 그의 흔적을 찾아서 그의 작품을 생각하며 걷는 황금 골목은 그래서 더 운치가 있다. 

 

 

유대인 지구와 유대인 묘지 

 

 

  구시가 광장에서 블타바 강을 향해 북동쪽으로 이어진 파르지주스카 거리를 따라가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교회당과 옛 유대인 묘지가 나온다. 유대인 지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게 되어 있던 유대인들에 대한 탄압정책의 하나다. 이들은 죽어서도 다른 곳에 묻히지 못하고 좁은 그들만의 묘지에 묻혀야 했다. 

 

  유대인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구·신(舊新) 시나고그. 이곳과 유대인 묘지를 둘러볼 수 있는 입장권을 구입해 유대교회당에 들어섰다. 홀로그램 판독기로 티켓을 체크하고는 머리에 쓰는 유대인 모자를 선물로 준다. 이 시나고그는 13세기에 지어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유대교회당이다. 내부의 본당에는 팔각형 기둥 두 개가 천장을 떠받치고 있으며, 다비드의 별이 그려진 붉은 문장기가 걸려 있다. 15세기에 만들어진 사제의 설교단을 둘러보고 유대인 묘지로 걸음을 옮겼다.

 

 

 

▲ 7 프라하의 명물 마리오네트를 파는 상점. / 8 유대인 지구에 있는 유대인 묘지. 묘지를 확장할 수 없어 흙을 가져다 쌓아 매장한다.

 

 

 

  유대인 묘지는 철창과 벽으로 갇혀 있다. 나치 시절 철창 속에 갇혀 집단의 일부로서 삶을 마감했듯 그들의 육신은 죽음 후에도 그 철창 속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 묘지는 1478년 생긴 이래 300년 동안 프라하의 유대인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묘지였단다. 

 

  초등학교 운동장 절반만한 면적에 약 1만2,000개의 묘석이 있으나 매장되어 있는 사람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대인은 다른 곳에 매장될 수 없기에 매장할 공간이 없으면 흙을 운반해 와 겹쳐서 매장했다고 한다. 어떤 곳은 묘석 아래에 12기나 되는 관이 겹쳐 매장된 곳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상에서 6m 정도 높이 솟아 있고 입구는 계단을 통해 올라가게 되어 있다.

 

 

 

여행 Tip    

 

 

항공

대한항공이 매주 월·목·토요일 오후 2시20분에 인천~프라하 직항편을 운항한다. 비행 소요시간은 11시간 35분 정도. 또 경유편으로 루프트한자와 에어프랑스, KLM이 매일 운항된다.

 

기후

프라하는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다. 그러나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겨울에도 극심한 추위는 없다.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 정도. 2월 초의 아침 기온은 영하 4~5℃로 낮에는 영상으로 올라간다. 눈이 온 다음에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 여름에도 습기가 적어서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화폐 및 통화

체코는 EU에 가입되어 있지만 화폐는 아직도 코루나(Kc·1Kc는 약 150원)를 사용한다. 호텔이나 큰 레스토랑, 관광안내소에서는 비자, 마스터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고 상업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체코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교통

프라하 시내는 메트로라 불리는 지하철과 트램이 시내 구석구석을 연결해줘 무척 편리하다. 24시간 무제한으로 지하철, 트램, 버스로 갈아탈 수 있는 티켓은 80코루나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호텔

구시가 광장에 가까울수록 호텔비가 비싸다. 동급 호텔이라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도심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떨어진 안델역 근처의 호텔이나 공항버스가 연결되는 공화국 광장 부근의 호텔이 비교적 저렴하고 교통도 편리하다.

 

음식

헝가리에서 들어온 구야시라는 비프 스튜에 크네들리키라는 달콤한 빵이 함께 나오는 굴라시가 맛있다. 맛이 진한 맥주를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보통 150코루나. 우리나라 족발과 비슷한 포크 리브(Pork Rib)도 맛있다. 맥주와 포크 리브를 제대로 즐기려면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비어홀로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 플레쿠를 추천한다. 갓 만든 맥주와 보헤미아풍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무스테크역에서 가까운 노보메스트스키 피보바르를 추천. 플젠산(産) 필스너와 남보헤미아 부데요비체산(産) 부트바이저가 맛있다.

 

 

 <출처> 2009. 3 / 월간산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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