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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인천. 경기

남양주 운길산∼예봉산 종주, 두물머리 절경이 발 아래

by 혜강(惠江) 2009. 2. 25.

남양주시 운길산~예봉산 종주

‘등산열차’ 타고 뚜벅뚜벅… 두물머리 절경이 발 아래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 운길산 수종사의 500년된 은행나무와 그 뒤로 펼쳐진 두물머리.

 

 

수종사에는 두물머리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보름 가까이 가뭄과 함께 운무가 자욱한 날씨가 이어지다 지난 주말 눈발이 비치면서 반짝 추위가 찾아와 이번주는 날씨가 비교적 청명했다. 산꾼들에게 짙은 운무는 아무래도 경관을 방해해 불편하다. 연장개통된 전철 중앙선을 타고 지난주 양평 청계산·부용산을 다녀온 데 이어 이번주 초에는 내친 김에 수도권 시민들의 단골 등산코스로 떠오른 남양주시 운길산(雲吉山·606m)~예봉산(禮峯山·683.2m)을 종주했다.

중앙선은 주말에는 ‘등산열차’라 할 만큼 등산객들로 붐빈다. 중앙선이 수도권 시민들의 주요한 레저 교통수단으로 갑자기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중앙선이 국수역까지 연장되기 전에는 팔당역에서 내려 예봉산을 먼저 타고 운길산까지 종주한 뒤 조안보건지소 앞으로 하산해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팔당역으로 되돌아나와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운길산역이 생겨 운길산을 먼저 들르고 예봉산을 거쳐 팔당역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많아졌다. 운길산역 주변 식당들도 주말에는 경기가 무척 좋아졌다고 한다.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과 와부읍에 걸쳐 있는 운길산과 예봉산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양수리)를 내려다보면서 솟아있는 산이다. 뾰족하게 두물머리로 뻗친 능내리를 사이에 두고 두 산이 마주하고 있다. 일찍이 이태조가 이 산에 구름이 많다하여 운길산이라 이름지었다고 전한다. 운길산역에서 내리면 산의 7분 능선 쯤에 사찰이 걸려 있는 산이 보이는데 이 산이 운길산이다. 사찰은 바로 유명한 수종사(水鐘寺)다.

수종사 아래까지는 차량이 오를내릴 수 있도록 길이 닦여 있다. 차량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오르내리는 모양새는 그다지 좋지 않다. 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중간에 팔각정이 하나 나온다. 이곳에서도 전망이 괜찮다. 그런데 이날 팔각정 옆이 커다란 쓰레기 무덤으로 변해 있다. 아직도 이런 ‘몰지각한’ 등반객들이 있다니….

운길산은 수종사를 빼고 얘기할 수 없다. ‘물종(水鐘)’이라!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다 이수두(양수리의 옛 이름)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한밤중에 난데없는 종소리가 들려 잠을 깬 왕이 부근을 조사하게 하자 뜻밖에도 바위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마치 종소리처럼 울려나왔으므로, 이곳에 절을 짓고 수종사라고 했다는 유래가 전한다.

수종사 안에는 두물머리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조선 선종 때 서거정이 “동방절기 가운데 이만한 전망을 가진 절이 없다”고 칭송했을 만큼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는 압권이다. 수종사에는 또 세조가 절의 창건을 기념해 심었다는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 한그루가 있다. 나무둘레가 7m, 높이는 39m나 된다.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보다 수령이나 키는 작지만 모양새는 더 운치가 있다.

은행나무와 대웅전 사이에 ‘해탈문(解脫門)’이라 이름 붙인 멋들어지고 고풍스러운 문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보니 문이 ‘해탈’ 해버린 것이 아닌가. 보수공사를 하려는지 시퍼런 비닐로 문을 감싸놓았다. 아쉽다. 보수를 하더라도 옛 자재를 확 갈아치우는 것만은 피했으면 좋겠다. 수종사에는 전에 없던 일주문이 세워지고 또 다른 공사들이 진행 중이었는데 무조건 크고 화려하게 새것으로 짓는 것이 좋아보이진 않는다. 예스러운 소박함이 더 친근하고 감동을 주지 않는가.

수종사에서 운길산 정상까지는 된비알이다. 20분 가까이 허덕이며 올라야 한다. 운길산역의 개통으로 등산객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운길산 정상 부근은 안전시설이 많이 보강됐다. 특히 정상에서 예봉산 쪽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암반 급경사여서 몹시 위험했는데 이날 가보니 나무계단을 설치해 불편이 없도록 정비돼 있었다. 그런데 정상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마루판은 좀 ‘오버’한 것같다. 나무들에 가려 전망대로서의 기능이 전혀 없다.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검증을 안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고 이제사 전망 틔운답시고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예봉산 방향 능선으로 내려서 그 중간에 놓인 새재까지는 5개 정도의 작은 언덕을 넘어야 한다. 다소 힘들지만 기분 좋은 코스다. 새재에서는 세정사 방향으로 바로 내려와 도로를 따라 진중리 운길산역으로 빠질 수도 있다.

새재를 지나 30분 정도 더 가면 적갑산(561m)이라는 봉우리가 하나 더 나온다. 절터가 있어서 예부터 절골산이라 했다가 적갑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여기서 예봉산까지는 1.5㎞ 정도. 그 중간에 철문봉(630m)이 있는데 바로 다산 정약용, 약전, 약종 형제의 숨결이 스민 곳이다. 바로 그 아래 조안면 능내리에는 정약용의 생가 여유당과 그의 묘소가 있다.

또 다산기념관과 다산문화관이 있으며, 남양주시는 매년 10월에 다산문화제를 이곳에서 연다. 다산 형제들은 바로 이 봉우리까지 올라와 학문(文)의 도를 밝혔다(喆)하여 철문봉(喆文峰)으로 이름 지어졌다. 그래서 산꾼들은 적갑산~예봉산 코스를 ‘다산능선’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아주 적합한 작명이다.

철문봉에서 예봉산은 바로 코앞이다. 예봉산에 서면 한강 두물머리와 운길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빈산(禮賓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옛적에는 이 산에 아름드리 나무가 많았던 모양으로 조선시대의 정부관서 중 손님을 맡아보던 관아인 예빈시에 나무벌채권이 있었기 때문에 예빈산으로도 불렸다. 이곳에서도 두물머리 경관을 볼 만하다.

예봉산에서 바로 팔당역으로 하산할 수 있지만 너무 심심한 코스여서 직녀봉(587m)과 율리고개까지는 가야 한다. 견우봉(581m)이 더 남아있지만 율리고개가 깊기 때문에 견우봉은 예상 외로 높아 보인다. 율리고개까지 오면 이미 힘도 빠지고, 여기서 팔당역으로 내려오는 것이 편한고로 하산지점으로 잡으면 좋다. 운길산~예봉산 코스는 언제 가도 실망하지 않는, 자꾸 가고 싶은 종주길이다.

 

<코스>
▲ 운길산역~수종사~운길산 정상~새재~적갑산~철문봉~예봉산~직녀봉~율리고개~팔당역(6시간 안팎)

<대중교통>
▲ 용산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 팔당역이나 운길산역에서 하차전망대가 있다

 

 

 

<출처> 2009. 2. 19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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