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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광주.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숙마마을 매생이 채취 현장

by 혜강(惠江) 2008. 12. 26.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숙마마을 매생이 채취 현장

“차가운 갯바람이 대수여? 매생이 딸 땐 흥이 난당께”

 

 

박상문기자

 

 

 

 

붉은 노을 물든 ‘황금 어장’ 전남 강진군 마량면 원포리 숙마마을 앞 바닷가에서 매생이 채취를 마친 어민들이 저녁 노을에 발갛게 물든 대나무발을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하고 있다. 어민들에게 고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매생이 채취는 12월 말부터 시작해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된다.

 

 

▲ 철분과 칼륨 등 영양이 풍부한 매생이국은 숙취 해소에 더없이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 한 어부가 완도군 넙도에서 채취한 매생이를 상인에게 판매하기 위해 강진의 마량항으로 옮기고 있다.

 

 

▲ 강진군 마량면 숙마마을 어민들이 본격적인 매생이 채취를 앞두고 작업에 필요한 배를 손질하고 있다.

 

 

▲장흥의 내저리 어민들이 매생이 포자가 붙어있는 대나무발을 갬바우벌에 설치하고 있다.

 

 

▲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어민들이 배에 엎드린 채 대나무발에 붙어 있는 매생이를 채취하고 있다.

 

 

▲ 아낙네들이 마을의 공동작업장에서 금방 채취한 매생이를 깨끗한 물로 헹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 청정해역인 전남 강진군 마량면 숙마마을 앞 바닷가에서는 요즈음 매생이 채취가 한창이다. 깨끗한 물과 파도가 없는 연안 해역에서 자라는 매생이는 철분과 칼륨 등이 풍부한 완전 무공해 식품으로 웰빙바람과 함께 더욱 인기가 높다. 특히 매생이국은 맛과 향이 뛰어나 미식가들이 겨울철 남도 최고의 별미로 꼽는 음식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매생이에 대해 ‘누에실보다 가늘고 쇠털보다 촘촘하다. 빛깔은 검푸르며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고 했다. 또한 남도지방 속담에 ‘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매생이국은 아무리 끓여도 김이 나지 않아 이를 모르고 먹을 경우 입안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데서 나온 속담이라고 한다.

  어민들은 매생이 포자 채묘작업을 위해 절기상 상강(10월23일)을 전후해 대나무발을 얕은 바닷가 자갈밭에 깔아 자연채묘에 들어간다. 한달쯤 지나 채묘가 되면 조류가 완만한 연안 바다에 대나무 말뚝을 박고, 포자가 붙어 있는 대나무발을 수평으로 묶어 놓는다. 매생이 채취를 위해 설치해 놓은 4m짜리 발 열 개를 한 ‘척’ 또는 ‘때’라고 한다.

  매생이 채취는 12월 하순부터 시작이 된다. 올해는 20일에 첫 채취를 했다. 물때에 따라 작은 배를 타고 나가거나 장화를 신고 들어가 발을 쳐들고 손으로 훑어낸다. 물량이 달릴 때는 밤에도 작업을 한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의 바닥에 엎드려 하는 작업이 상당히 힘들어 보였다. 이러한 작업은 이듬해 3월까지 계속된다.

매생이는 서남해안 중에서도 완도, 장흥, 강진이 주산지다. 전국 생산량의 80~90%가 이곳에서 나온다. 그런데 매생이의 수요가 늘고 어민들의 소득이 증가하자 해마다 생산 수역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06년에 5000척에서 금년에는 1만척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2배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요즈음 농촌에서는 젊은 일꾼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곳 매생이 주산지의 어촌은 다르다.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한적했던 마을에 아기의 울음소리도 종종 들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생이로 인해 어민들이 대박을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구당 최소 6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어민들도 많다. 5개월 정도 일해서 엄청난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매생이보다 김 양식으로 인한 소득이 훨씬 나았다. 그래서 김발에 매생이가 붙으면 어민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매생이가 섞인 김은 그렇지 않은 김에 비해 반값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정반대다. 매생이발에 김이 붙으면 어민들은 낭패를 본다. 값이 뚝 떨어진다. 이러한 소득의 역전으로 인해 과거 김을 양식했던 어민들이 하나 둘 매생이 재배로 돌아섰다고 한다.

  어촌계의 아낙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직접 배를 타고 나가 매생이를 채취하기도 하지만 채취한 매생이를 깨끗한 물로 씻어내는 작업은 이들이 도맡아서 한다. 주먹 크기의 덩어리로 만들어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놓는데, 생김새가 마치 곱게 빗어 넘긴 여인네의 뒷머리 모양처럼 생겼다. 이것을 한 ‘재기’라고 한다. 무게는 400g이다. 한 재기로 국을 끓이면 대략 4~5인분이 나온다고 한다.

  마량면 숙마마을에 사는 고옥남(49)씨는 “매생이가 몸에 좋다고 소문이 난께 시방은 없어서 못 팔어 부러. 찾는 사람은 자-꼬 늘어난디 물건이 없당께. 차굽고 시한 갯바람을 맞음시로 매생이 따는디 보대끼지만 심 닿는 대로 혀봐야지라이. 워따 돈을 벌라믄 어짜껏이여.” 매생이 자랑에 한껏 흥이 난 그의 입가엔 웃음꽃이 가득 했다.



<출처> 2007-12-29 /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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