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가지산
'영남 알프스'를 거느린 능선
김한태기자
* 가지산 정상
울산광역시 울주군 가지산. 경북 청도와 경남 밀양 지역에 걸쳐 있기도 한 가지산은 해발 1240m로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산악군 가운데 가장 높다.
7개 준봉으로 이뤄진 영남 알프스는 가지산을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져 있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탄생된 화성암체이지만 가지산이 유독 높다. 마그마가 가장 많이 분출됐거나 아니면 풍화에 강한 암석으로 이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가지산의 여름은 녹색의 숲과 흰 구름의 향연이다. 구름이 산등성을 휘감고 날씨에 따라 온갖 형상을 빚어낸다. 해안에서 몰려오거나 내륙에서 흘러온 구름이 이 산골짜기에서 만나 머문다. 공룡뼈처럼 늘어선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골이 깊어 계곡물도 청정하다. 큰 계곡은 세 줄기다. 석남사를 중심으로 좌우로 각각 한 곳씩 있고, 석남 터널 밀양쪽 끝 부근에 한 곳이 더 있다. 석남사 좌우로 하산하는 두 개의 등산로에 나타나는 계류는 맑고 세차다. 태화강 발원지 가운데 하나다.
정상 인근에 있는 쌀바위에서 운문령 샛길은 5부 능선쯤에서 암석질이 바뀐다. 위쪽은 화산이 폭발할 때 뿜어나온 검은 회색의 안산암이다. 위쪽은 참나무와 철쭉이 우세하지만 아래쪽은 소나무들이 우람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산을 조금 더 내려오면 화강암이 벌어진 계곡이 나타난다. 지난해 태풍 때 집중호우로 만들어진 새로운 폭포다. 길이가 110m가량으로 부근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다.
가지산은 사실 겨울에 더 빛을 발한다. 뜨는 해를 정면에서 받아 다양한 색조를 연출한다. 이 때문에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 즉 상고대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가지산 설경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사계절 눈 구경이 쉽지 않은 울산·부산권 주민들은 겨울철이면 이 산을 찾아 눈구경을 한다. 울산 도심에서 30분이면 산기슭을 밟을 수 있다. 주로 석남사 옆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이 길로 오르면 정상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서둘러 눈을 밟고 싶은 사람은 경북 청도로 넘어가는 운문재에서 깔딱고개로 향하면 된다. 또는 밀양으로 넘어가는 석남 터널에 차량을 주차한 뒤 중턱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이 두 출발점은 해발 600m쯤으로 정상까지 가려면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가지산의 봄은 철쭉으로 대표된다. 8부능선에서 정상까지 펼쳐진 철쭉은 수령이 오래되고 우거져 있다. 한 식물학자는 현재까지 발견된 철쭉 가운데 가장 크고 많은 서식상태를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이 군집지역은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영남 알프스라는 큰 산지를 끼고 있어 예로부터 목축이 성해 불고기 맛이 유별나다. 쇠고기를 잘게 다져 석쇠에 구운 맛은 일품이다. 서부리 일대에서 10여집이 성업 중이다.
겨울 설경 으뜸…석남사 가는 계곡길 운치
* 석남사 *
천연기념물 제462호인 가지산 철쭉 군락지는 경북 청도군 지역 일부를 포함해 정상 부근 98만㎡에 펼쳐져 있다. 철쭉나무는 관목층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나 가지산의 철쭉나무 군락지에는 수고가 3.5~6.5m, 수관폭이 6~10m로 교목형태를 이룬다. 추정 수령이 100~450년에 이르는 것도 40여그루다. 잘 자란 철쭉은 21만9000여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술 및 경관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까막딱따구리·검독수리·붉은배새매·수리부엉이·원앙·하늘다람쥐·수달 등 천연기념물이 서식한다. 산기슭에 있는 석남사는 통도사의 말사이며 비구니의 수련도량이다. 서기 824년(헌덕왕 16년) 도의국사(道義國師)가 창건했다. 한국전쟁 때 폐허가 되었다가 1959년에 복원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이때부터 비구니들의 수련도량으로 그 면모를 갖췄다. 보물 369호인 도의국사의 사리탑이 있으며, 821년에 도의국사가 세운 석남사 3층석탑(울산유형문화재 22호)이 있다. 큰 수목이 도열한 긴 진입로가 아름답고 계곡을 건너는 청운교가 운치있다. 화강암 아치교인 청운교의 석재는 바로 다리 아래 계곡에서 떼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떼어낸 흔적에서 화강암의 수직·수평절리가 정교하게 남아있다.
가지산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봄이면 고로쇠 수액을 생산한다. 상북면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축제를 겸한 판매행사가 올해로 6회째다. 상북면 배내골과 덕현리, 고헌산 자락의 석리, 소호리 등 주변지역에 고루 분포돼 있는 고로쇠 수액의 생산량은 연간 20만ℓ가량이다. 찾아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 서울산 톨게이트에서 언양읍을 거쳐 석남사로 가는 울산~밀양 간 국도를 타면 된다.
<출처> 2007년 07월 19일 / 경향신문
'국내여행기 및 정보 > - 경북. 울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북 경주, 신라 천년의 향기가 오롯이 남아있는 터전 (0) | 2008.11.09 |
---|---|
포항 내연산, 태백준령이 동해안을 타고 둥지 튼 명산 (0) | 2008.10.17 |
경북 금오산, 인걸은 간 데 없어도 의구한 산수(山水) (0) | 2008.10.16 |
울산 신불산, 은신자 안아주던 공룡능선 (0) | 2008.10.16 |
경주 남산, 천년 신라의 혼 ‘노천 박물관’ (0) | 2008.10.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