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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 및 정보/- 경북. 울산

경북 금오산, 인걸은 간 데 없어도 의구한 산수(山水)

by 혜강(惠江) 2008. 10. 16.

경북 금오산

 

인걸은 간 데 없어도 의구한 산수(山水)

 

 

경향신문 백승목기자

 

 

 

* 아래에 만들어진 금오저수지를 배경으로 금오산의 완만한 산세가 펼쳐져 있다. (구미시 제공 )

 

 

  금오산(해발 976m)은 경상북도 구미·김천·칠곡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체 면적은 37.65㎦. 동쪽에 최고봉인 현월봉을 비롯해 약사봉(958m)·보봉(933m) 등이 솟았고 남쪽에는 남봉(873m), 서쪽에는 서봉(851m)이 자리잡았다. 금오산은 주변이 비교적 평지로 둘러싸여 험준한 산세는 아니다.

  금오산의 원래 이름은 대본산(大本山)이지만 고려 때는 남숭산(南崇山)이라고 불렸다. 중국 허난성 숭산과 생김새가 비슷하며 남쪽에 있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한 황해도 해주에 북숭산을 둬 남북으로 대칭되는 산의 이름이기도 하다.

  고려 문종은 왕자를 출가시켜 이곳 남숭산에서 수도케 하고, 훗날 대각국사로 봉해 포교와 국정자문을 하도록 해 남숭산의 품격과 위상이 역사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금오산은 골짜기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빼어난 경관과 남성적인 기상이 넘쳐 소금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의 이름인 금오산(金烏山)이란 명칭은 저녁 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모습에서 비롯됐다. 금오산은 절개와 지조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 먹다 죽은 백이 숙제처럼 이 고장 출신의 고려 충신 야은(冶隱) 길재 선생의 충절을 기려 옛 선조들은 금오산을 일컬어 수양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조선 영조 44년(1768년)에는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채미정(採薇停)’이란 정자를 세웠다. 기둥만 16개로 된 벽체가 없는 특이한 양식의 정방형 정자는 금오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인생 말년을 금오산에 은거하며 스스로를 ‘금오산인’이라 불렀던 야은 선생의 시 구절이 채미정 입구 바윗돌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금오산은 인재 배출의 요람이기도 했다. 조선 성종 때의 문신 성현은 그의 저서 ‘용재총화’에 “조선 인재의 반은 영남에 있고, 영남 인재의 반은 선산(구미의 옛 이름)에 있다”고 기록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서도 이와 같이 언급된 것은 모두 금오산의 영험한 정기가 주변에 뻗치고 있음을 뜻한다. 이 때문에 임진왜란 때 명나라 사신은 선산 뒤쪽 금오산의 맥을 끊었고, 숯불에 달군 쇠못을 박아 산의 정기를 죽였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금오산의 특징은 정상 부근에 고원분지가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해발 800여m 지점에는 예부터 ‘성안마을’이라는 촌락이 형성되기도 했다.

 

 

 

* 금오산 약사암이 가파른 바위 봉우리 중턱에 위치해 있다. 뒤편으로는 구미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구미시 제공)

 

 

  성안마을에는 ‘9정7택(九井七澤)’이라 해서 금오정을 비롯한 우물과 못이 많아서 가뭄이 들 때도 산 아래 마을보다 물 걱정을 덜했다고 전해온다.

  1832년 발간된 ‘청구도’에는 이 마을에 40여호가 거주했다고 전해진다. 해방을 전후해 10여호가 살았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 공군 통신대와 국군이 주둔하면서 성안마을은 한때 활기가 넘쳤다. 이 마을은 1970년대 화전민 정리사업이 실시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람들이 성안마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는 것은 감자술이다. 성안 감자술을 맛봤던 이들은 그 감칠 맛을 잊지 못한다. 강원도 평창 등지에서 빚어지는 감자술과는 다른 독특함이 묻어 있다는 것이다. 감자술 복원을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맛을 제대로 되살리지 못한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았다.



골 깊지만 등산로는 단순공원관리사무소 코스 좋아

 


 

 

  금오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네 갈래가 있다. 골 깊은 산이지만 비교적 등산로는 단순한 편이다. 충분한 여유 시간을 가지고 금오산 곳곳을 음미하려면 금오산도립공원관리사무소를 출발, 케이블카~금오산성~대혜폭포~정상~약사암~법성사를 돌아오는 코스가 좋다. 등산 거리는 총 6.7㎞에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이와 비슷한 시간이 걸리는 다른 코스로는 공원사무소~자연환경연수원~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을 공격하는 루트가 있다. 5.3㎞ 거리에 3시간30분이 걸린다.

  경사를 오르며 산 타기를 즐기려면 금오산관광호텔~등산로교차점~칼다봉~성안~정상 구간 3.7㎞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짧지만 빨리 오를 수 없는 특성상 등산 시간은 3시간 남짓하다.

  산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금오산을 느끼고 싶다면 대혜폭포~등산로교차점~성안~정상 구간 2.5㎞가 좋다. 1시간30분이면 금오산의 핵심을 볼 수 있다.

  볼거리는 등산로 중간중간에 널려 있다.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절벽에 기대어 선 약사암, 대혜폭포 언덕바지에 우뚝 선 해운사, 산 위쪽을 우러러보는 경관과 내려다 보는 경관이 모두 빼어난 갈항사 등 천년고찰과 암자가 산재해 있다.

  다양한 형상의 산봉우리와 계곡·폭포·동굴 또한 금오산의 자랑거리다. 초저녁 툇마루에 걸터 앉아 초승달이 걸려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어서 이름 붙여진 현월봉은 옛 선조들의 낭만적 시상을 떠오르게 한다. 대혜교 다리 난간에서 동전을 아래로 던져 물 속의 바위 위에 얹혀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간직한 사랑바위는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신라 고승 도선 선사가 득도했다는 동굴인 도선굴, 대혜골 깊숙한 계곡을 따라 높이 28m에서 천지를 진동하듯 수직으로 물이 떨어지는 대혜폭포, 대혜골의 경치에 반한 선녀들이 목욕을 즐겼다는 선녀탕 역시 등산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출처> 2008년 07월 31일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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