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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맛집 정보/- 맛집

봄맛 찾아가는 여행 - 물오른 자연의 맛, 푸르른 자연의 멋

by 혜강(惠江) 2008. 4. 16.
                    
봄맞 찾아가는 여행 
물 오른 자연의 맛, 푸르른 자연의 멋
 
 

   ‘감상이 미각을 지배한다.’ 음식 맛은 혀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늙으신 어머님이 끓인 짠 된장국에 구수하고 깊은 맛이 변치 않는 것처럼 말이다. 신록 물드는 4월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는 음식이 있으니, 자연이 만들어 놓은 풍경에 미각을 맡긴다.

 

 

 

 
경남 하동 섬진강 재첩

   물속에서 피는 꽃 재첩. 섬진강으로 나갔다. 강물에 이는 은파금파의 만경에 눈길이 머문다. 섬진강 물결 위에 작은 배 하나 떠 있고 뱃머리에서 강바닥으로 무엇인가를 자꾸 담갔다 건져 올리는 사람 하나 있었다. 알고 보니 재첩을 잡는 것이었다. 그렇게 건져 올린 싱싱한 재첩을 손질해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다. 

   재첩이 우러난 뽀얀 국물과 벚꽃 색이 닮았다. 재첩 또한 벚꽃 모양과 닮았다. 이렇게 닮아 있는 재첩과 벚꽃이 섬진강을 따라 그 생태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길에는 꽃으로 강에는 재첩으로, 섬진강은 그렇게 강과 흙에서 모두 봄의 향기를 피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 (1)화개장터에 봄나물을 캐서 내다 파는 아줌마들.(2) 재첩국.(3)섬진강에 가면 꼭 먹어야 한다는 은어와 소주.

 

 
  재첩국 맛은 그윽하다. 조개류에서 뿜어내는 그윽한 맛은 강바닥 삶을 산 재첩이 품고 있었던 강의 냄새리라. 거기에 부추를 넣고 간을 맞춰 한 그릇 먹었다. 창밖으로 꽃비가 ‘후드득’ 떨어지고 나는 강의 벚꽃 재첩을 ‘후루룩’ 먹고 있다. 

   벚꽃 필 때 섬진강 물속에서는 재첩꽃이 핀다. 벚꽃 따라 꽃을 피운 재첩은 봄이 제철이다. 6월이 지나면 산란기를 맞는다. 재첩 맛은 섬진강 강바닥의 냄새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벚꽃 흐드러지게 핀 꽃그늘 아래 앉아 재첩국을 먹노라면 재첩에서 벚꽃향이 피어나는 것 같다.

   화개동천의 절정, 벚꽃이 필 때쯤이면 섬진강 강바닥에도 재첩이 벚꽃처럼 절정으로 피어난다. 강산이 모두 꽃으로 피어나 절정을 맞을 때에 누구라도 ‘화개동천’ 그 길에 서 볼 일이다.

찾아가는 길 서울 - 경부고속도로 - 대전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함양 - 진주 - 하동IC - 
구례 방향 19번 국도
주변 여행지 화개장터 - 쌍계사 벚꽃길, 구례 화엄사



 
정선 곤드레나물밥과 올창묵 콧등치기국수  

   ‘옹심이, 올창묵, 콧등치기국수, 메밀묵죽.’ 
   어느 나라 어떤 음식 이름이 이렇게 순박하고 예쁠 수 있겠는가?  

   옹심이는 신흥집이 최고라고 했다. 신흥집 아줌마가 옹심이 만드는 법을 일러주었다. 감자를 곱게 갈아서 물에 섞어 놓으면 감자가루가 가라앉는다. 물기를 머금은 감자가루를 조몰락거리며 반죽을 한다. 그리고 메추리알 크기로 동글동글하게 만들어 놓는다. 국물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맹물을 써야 한다. 별도의 재료를 우려서 육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끓는 맹물에 감자로 만든 옹심이를 넣으면 그만이다. 

 

 

▲ (1)아우라지 강. 강 건너 아우라지 처녀상이 보인다.(2)정선 시장 안 먹자골목에서 파는 올창묵과 콧등치기 국수.

 

   올창묵과 콧등치기국수는 회동집이 잘한다 했다. 올창묵은 옥수수로 만든다. 옥수수를 물에 불려 맷돌로 간 뒤 가마솥에 넣고 끓인다. 옥수수 전분을 되게 쑨 뒤에 올창묵 틀에 넣고 국수 뽑듯 가닥을 뽑아낸다. 틀 아래 찬물을 담아놓은 큰 대야를 받쳐 놓는다. 틀에서 떨어진 가닥이 찬물에 떨어지면서 식는다. 올창묵은 틀에서 떨어지는 가닥의 생김새가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올창묵은 열무김치 국물에 말아 먹는 게 별미다. 

    콧등치기국수는 메밀로 만든다. 칼국수처럼 넓게 면을 뽑는다. 차갑게 먹으려면 오이냉채에 말아 먹으면 되고, 뜨겁게 먹으려면 장국 육수를 만들어 끓여 먹는다. 여기에 깨소금과 김가루, 다진 고추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을 수도 있다. 콧등치기국수는 쫄깃한 면발을 먹을 때 ‘후루룩’ 입으로 빨아들이면서 국수 가락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곤드레나물밥은 정선버스터미널에서 차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하는 동면 소재지 곤드레식당에서 맛봤다. 돌솥에 밥을 할 때 곤드레나물을 넣는 것이다. 나물향이 솥에 그윽하다.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먹고살 것 없던 시절을 살게 해준 나물이 별미가 됐다”며 나물 같은 미소를 짓는 식당 주인아줌마가 봄처녀 같다.

찾아가는 길 : 서울 - 영동고속도로 새말IC - 안흥 - 평창 - 정선 (정선으로 진입 후 읍내 정선
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주변 여행지 아우라지, 구절리~아우라지 레일바이크    

 

충북 보은 약초비빔밥

   속리산 골짜기에서 나는 나물과 약초로 비빔밥을 만들고 정식 상을 차리는 식당이 있다. 속리산 법주사 아래 마을인 사내리에 있는 신토불이약초식당이 그곳이다. 

   대표메뉴는 약초정식과 약초비빔밥이다. 약초정식은 산채와 약초, 고기전골 등 요리와 반찬 50가지가 나온다. 몇 가지 요리를 예를 들자면 먹버섯, 싸리버섯, 능이버섯, 송이버섯장조림, 한우불고기, 버섯전골 등이 있다. 집이나 다른 식당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요리와 반찬을 맛볼 수 있다.

 

▲ 신토불이약초식당 약초비빔밥 클로즈업

 

   약초비빔밥은 산채비빔밥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호두, 밤, 잣, 인삼, 더덕, 마 등을 더 넣은 비빔밥이다. 견과류의 고소한 맛과 인삼과 더덕의 쌉쌀한 맛이 밥을 다 먹은 후에도 입안에 오래 남는다. 
찾아가는 길 보은읍내 - 속리산 방향 - 속리산 시외터미널 - 농협 지나서 30m 정도 가다가 길 
오른쪽
문의  043-543-0433
주변 여행지 법주사, 속리산



인천 강화 밴댕이와 조개구이

    강화의 첫인상은 붉은 꽃과 풋풋한 봄 햇
살이었다. 고려산 진달래 때문이었다. 고려산 북편은 고구려 장수 연개소문이 태어난 시루미산이다. 산 전체를 뒤덮은 붉은빛 진달래 산천이 장관이다.  

 

▲ (1)초지진의 봄. 노란 꽃 너머 보이는 바다로 외세의 함선이 대포에 불을 뿜으며 침략한 곳이다.(2)강화 특산물 음식 중 하나인 밴댕이. 구워먹는 게 제일 맛있다. 회도 생각보다 비리지 않았다.

  
   동막해수욕장으로 나와 강화의 특산물 먹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백사장과 개펄이 한 곳에 있다. 규모가 1800만 평이나 된다. 망망대해 앞에 펼쳐진 ‘망망대 갯벌’이다. 백사장 뒤에는 솔밭이 있다. 솔밭에서 길을 건너면 해산물과 칼국수 등을 파는 상가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민박도 할 수 있다.

   강화의 특산물 먹거리는 밴댕이와 인삼막걸리, 순무다. 밴댕이는 회로도 먹지만 구워 먹는 게 제일 맛있다. 회는 비리지 않았다. 바닷가라 조개구이도 먹어볼 만하다. 회에 조개에 소주 한잔 하면서 해물 잔뜩 들어간 칼국수로 입가심하면 강화도 구경 다 했다 할 수 있겠다. 낙조시간에 맞추면 서해의 노을 풍경도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강화대교를 건너는 방법과 인천 쪽에서 초지대교를 건너는 방법이 있다.
주변 여행지 고려산, 동막해변, 초지진


충북 옥천 도리뱅뱅이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생긴 금강IC 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금강IC로 들어가면 휴게소가 있다. 화장실 통유리 건너로 강과 산의 푸른 풍경이 펼쳐진다. 화장실에서 보는 풍경도 이러한데, 휴게소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바라보는 금강의 풍경은 어떠랴. 휴게소 아래가 금강 유원지다. 

 

▲ (1)금강을 따라가다 보면 청마리에서 안남면 사이 비포장길을 만난다. 그 길에서 바라본 금강의 낙조.(2)금강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나가는 굴다리 말고 다른 굴다리를 통과하면 70년대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도리뱅뱅이 마을이 있다. 사진은 부산식당 도리뱅뱅이.

 

  휴게소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굴다리와 국도로 나가는 길 말고 굴다리가 하나 또 있는데 그 굴다리를 지나가면 이른바 ‘도리뱅뱅이’ 마을이 나온다. ‘도리뱅뱅이’란 피라미를 잡아 배를 따고 내장을 꺼낸 뒤 기름에 튀겨서 만드는 요리다. 기름에 튀긴 뒤 고추장 양념을 발라 손님상에 내는데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다. 기름에 바싹 튀겨졌기 때문에 고소하고, 약간 매콤한 양념 맛 때문에 느끼하지 않다.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이 마을이 ‘도리뱅뱅이’ 마을이 된 건 1970년부터다.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 휴게소나 톨게이트 또한 없던 시절에 잠수낚시 전문가들이 이 마을 앞으로 흐르는 금강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아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법을 가르쳐줬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도리뱅뱅이’였다. 식당 아줌마 말로는 봄 피라미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냉동보관을 하지 않고 갓 튀겨낸 도리뱅뱅이가 입에서 살살 녹는다나!

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금강IC 휴게소 뒤
주변여행지 휴게소 바로 아래가 금강 유원지다. 청마초등학교 가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금강
줄기 드라이브 코스

 

 

 <그 밖의 봄 요리들>

서천 마량포구와 주꾸미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로 나와서 비인검문소에서 우회전한 다음 직진한다. 해안도로를 타고 마량포구 쪽으로 가다 보면 방파제 가기 전 오른쪽에 돌고래횟집이 있다. 그 집은 26년째 주꾸미를 볶고 끓여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마량포구는 때를 잘 맞추면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주변에 동백 군락지도 있다. 


충남 강경 복요리

 

 

   복요리로 유명한 곳이 충남 강경의 황산옥이다. 주인아저씨 말로는 식당 역사가 한 8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강경은 좁은 땅이라 강경읍내에 들어서서 황산옥을 묻는 게 길 찾기가 쉽다. 황산옥 앞이 ‘놀뫼나루’다. 금강의 넓은 강줄기에 해가 지는 풍경이 그윽하다. 강 건너 비닐하우스 풍경이 어우러져 볼만하다.


충남 서산 해미 보리밥 정식(쌈밥)

 

 

 
  가시 돋은 탱자나무 울타리의 옛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해미읍성.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보리밥정식(쌈밥)을 잘 하는 향수가든이 있다. 비지와 된장찌개가 나오고 열 가지 정도의 나물, 각종 쌈이 곁들여진다. 된장찌개며 강된장(쌈장 종류)에 쓰이는 된장과 비벼 먹는 데 쓰이는 고추장 등 모든 기본 양념은 이 집에서 직접 만든 것이다.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 → 해미읍성 → 해미중학교 → 반양초등학교 부근

 

 전남 곡성 섬진강 은어

   섬진강의 은어는 향이 좋기로 유명하다. 몸에서 수박 냄새가 나 향어라고도 부른다. 곡성, 구례에 은어횟집이 많다. 소금을 뿌려 구워 먹기도 하고 얇게 썰어 들깻잎에 싸 먹으면 그 향이 입안에 오래 머문다. 쌀을 넣어 죽으로도 먹거나 통째로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한다. 압록유원지에 가면 은어요리 집이 있다. 곡성역에서는 섬진강 따라 증기기관차도 타볼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 → 곡성IC → 60번 지방도 → 곡성
 

 

충남 아산 시골밥상과 연엽주
 

 

  

  아산 외암리 ‘참판댁’을 찾아가면 연엽주를 살 수 있다. ‘참판댁’에서 술을 사서 민속마을 안에 있는 ‘시골밥상’ 청국장 한 상과 어울려 먹으면 그만이다. 연엽주는 200여 년 전부터 ‘참판댁’에서 만들어 오고 있는 술이다. 맛의 기본은 연잎이되, 특징적인 향은 솔향이다. 술이 시골밥상의 나물 안주와도 잘 어울린다.

 * 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천안IC → 아산(온양) 방면 21번 국도 → 소롤삼거리 → 아산(온양온천) 방면 → 공주 방향으로 나눠지는 교차로를 지나면 바로 길 오른쪽 갈색 표지판에 ‘외암리민속마을’ 이정표 → 이정표 지나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 → 39번 국도 송악 방면 → 큰길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샛길로 가서 왼쪽에 있는 굴다리를 통과해 직진 → 민속마을 


글쓴이 장태동은...
10년 동안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있다. 신문, 사보, 잡지 등에 글을 내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서울문학기행’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 서울 경기’ ‘맛골목 기행’ 등이 있다. -
글·사진 장태동(여행작가) 

                                   

 

<출처> 2008. 4 /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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