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바람의 언덕'
‘바람의 언덕’에 서서 바닷바람에 머리를 감다
- 탁 트인 전망과 독특한 풍광 일품 -
글·사진 남상학
최근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고 있는 ‘바람의 언덕’을 찾기로 했다. 거제시 남부면 도장포마을의 북쪽 해안에 자리잡은 아담한 언덕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거제대교를 건너 14번 국도를 타고 거제도를 동쪽으로 가로지르면 장승포에 이르고, 여기서 다시 14번 도로를 이용하여 남쪽으로 구조라해수욕장,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지나 잠시 후 함목해수욕장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1.5㎞쯤 들어가면 해금강 마을 가기 전 도장포 마을이 이르게 된다. 마을에 들어서면 ‘바람의 언덕’이라 쓴 큰 간판이 보이고 마을의 북쪽에 자리 잡은 언덕이 있는데, 이 언덕을 가리켜 ‘바람의 언덕’이라 부른다.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은 공식 지명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제도 지도에 ‘바람의 언덕’은 없었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누군가가 끊임없이 부는 바람으로 인해 ‘바람의 언덕’이라 칭했던 것이 애칭으로 굳어진 것이다.
바다를 향해 마치 호리병 같은 모양새로 뻗어있는 이 아담한 언덕은 운동장처럼 넓고 평평한 공간 위로 이어진 구릉에 불과하다. 온통 무릎 높이의 풀로만 뒤덮였을 언덕은 겨울철이라 바람 부는 대로 마른 들풀만이 흔들렸다.
"탁 트인 남해바다 저 깊은 속울음이 / 날마다 일렁일렁 해를 씻어 올리면 / 동백꽃 푸른 마음이 붉은 눈을 뜨는 곳"
강경주 씨가 '바람의 언덕'이란 제목으로 쓴 시조다. 바람을 맞으며 동백꽃이 유난히 싱그럽ㄷ게 피는 고.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이곳 주민들은 ‘민둥산’이라 부르기도 했단다. 그리고 그늘이나 바람막이 하나 없는 이 언덕은 오래 전 아낙네들이 고기를 잡으러 떠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던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탁 트인 전망과 독특한 풍광이 입 소문으로 퍼지고, 무엇보다도 MBC 드라마 ‘회전목마’(2003년), 미니시리즈 ‘로망스’와 영화 ‘종려나무 숲’(2005년), SBS 드라마 ‘순수의 시대’, 그리고 MBC 드라마 ‘누나’(2006년)의 초반 엔딩 신을 촬영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매스컴의 위력을 타고 갑자기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바람의 언덕’ 표지판이 있는 곳에 주차하고 언덕으로 향했다.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도장포마을 도로변에서 도장포유람선 선착장으로 내려가서 선착장 오른쪽 끝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이어진 나무 계단 길을 따라 올라가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유람선 선착장 표지판을 지나 50m쯤 더 가서 도로 왼쪽으로 난 시멘트 길을 따라 마을 위 동백나무숲을 거쳐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바람의 언덕’으로 내려가는 방법이다. 두 가지 방법 중 ‘바람의 언덕’의 운치를 제대로 맛보려면 도장포마을의 동네 위쪽에서 걸어서 언덕을 내려오면서 감상 하시는 것이 좋다.
오른쪽 숲으로 이어진 작은 길을 따라가면 바닷가 쪽으로 제법 수령이 오래된 동백나무의 울창한 숲 사이로 200m 가량 산책할 수 있다. 조금 있으면 동백꽃이 필 때가 되어서인지 동백 잎에 물이 오르고 윤기가 솟아 있다. 동백꽃이 절정으로 피어나는 시기에 이곳을 찾아 온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바람의 언덕’의 강점은 탁 트인 바다 전망이라 할 것이다. 동백길을 걸어 나오자 갑자기 제주도에서나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함께 탁 트인 바다전망이 펼쳐진다. 전망이 활짝 열린 짙푸른 바다를 보는 순간 가슴이 확 열리는 기분이다.
오른쪽으로는 내도(안섬), 외도(바깥섬)가 시야에 들어오고, 바다 건너 왼쪽으로는 노자산 자락 아래 자리 잡은 학동마을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거제도 해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발밑으로 도장포 항구와 언덕 끝자락에는 초록등대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바다와 언덕을 감상하며 등대가 있는 언덕 끝자락까지 내려가면 잠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있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신선의 세계에 들어온 듯 세속의 때가 모두 씻겨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곳에선 좌우로 도장포 마을과 도장포 해변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오른쪽 해안은 감성돔을 비롯한 다양한 어족의 바다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등대와 바다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은 드라마와 영화의 주인공이나 된 듯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갈 때는 왔던 길을 따라 올라가지 말고 나무계단을 따라 선착장 쪽으로 내려갔다가 항구의 멋을 감상하고 마을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올라오면 된다.
선착장에선 물길을 가르며 바다로 향하는 배들과 정박된 배들이 작은 항구의 멋을 한껏 돋운다. 이곳 선착장에서 뜨는 도장포유람선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거제해금강과 외도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따라 신선대, 돌팀, 함목과 여차의 몽돌해수욕장, 명사 모래해수욕장 등 여름의 낭만이 깃든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다.
바람의 언덕 반대편에는 이름도 멋진 신선대가 있다. 테마박물관 옆길, 신선대로 내려가는 오른쪽 길목 풀밭에선 염소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이곳에선 방목한 염소를 쉽게 볼 수 있다.
나무 보도를 따라 내려서면 평탄한 바위 위로 봉우리처럼 우뚝 솟아오른 바위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바위 위로 소나무들이 자라며 푸른빛을 발하고 있어 싱그러움이 넘친다. 평탄하게 깔린 바위는 이름 그대로 마치 신선들이 앉아서 바둑을 두며 노닐었을 법한 공간이다. 바위 위에 서면 멀리 무인도인 다포도, 소다포도와 대병대도 등이 늘어서 있어 해금강 못지않은 풍경을 자랑한다. 해안에 돌출된 기암괴석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어우러지는 신선대는 가히 장관이다. 이곳은 경치가 너무 뛰어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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