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고인돌
전남 화순 지역에 분포된 세계문화유산
-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계곡 일대 분포 -
글·사진 남상학
고인돌은 선사시대 돌무덤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고 한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의 하나이며 피라미드(Pyramid), 오벨리스크(Obelisk)등 이집트나 아프리카 대륙의 각종 석조물과 영국의 스톤헨지, 프랑스 카르낙의 열석(列石)등이 모두 거석문화의 산물이다.
죽음은 참 엄청 무겁겠다.
깜깜하겠다.
초록 이쁜 담쟁이넝쿨이 이 미련한, 시꺼먼 바윗덩이를 사방 묶으며 타넘고 있는데, 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그 한복판에 살짝 앉았다.
날아오른다. 아,
죽음의 뚜껑이 열렸다.
너무 높이 들어올린 바람에
풀들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나왔다.
그 어떤 무게가, 암흑이 또 이 사태를 덮겠느냐, 질펀하게 펼쳐지는
대낮이 번쩍 눈에 부시다.
-문인수의 '고인돌' 전문
이 시는 시인 문인수의 '고인돌'이다. 이 시를 음미하며 화순 여행길에 화순고인돌 공원을 찾았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중의 하나인 고인돌은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시기와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적인 분포권에서 가장 밀집된 곳으로 그 중 우리나라가 그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30,000여 기에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은 밀집분포도, 형식의 다양성으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이며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인돌은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당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보존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그 중에서 화순고인돌군은 영산강 지류인 지석강 주변에 형성된 넓은 평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평지의 남쪽 산기슭을 따라 고인돌들이 연이어 분포하고 있는데, 이 고인돌군은 약 5km에 걸쳐 나타난다.
화순 고인돌군은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를 잇는 고개의 양 계곡일대에 분포하고 있다. 이 고갯길은 옛부터 교통로의 역할 해 온 곳이기도 하며 구전으로는 보검재, 보성재, 보금치 등 여러 명칭으로 부르고 있으나 보검재가 일반적이다.
고인돌의 분포는 마을앞 평지와 마을안에도 있지만 대부분 계곡의 동쪽 산기슭을 따라 군집되어 입지해 있다. 춘양면 대신리 고인돌은 해발 65m에서 125m 사이에 분포하고 있으며 도곡면 효산리는 45m에서 90m 사이로 평지에서의 상대높이인 비고는 각각 60m와 40m이다.
화순지역에는 사적 제410호인 화순 고인돌유적을 중심으로 한 반경 5km 주변일대에 50개군 400여기의 고인돌이 밀집분포하고 있다. 화순군에는 160개군에 1,323기가 분포하고 있다. 전남 내륙지역에서 가장 밀집도가 높으며 또 많은 분포수를 보인다. 이 분포는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숫자이다. 즉 전북 고창지역이 약 1200여기, 인천 강화가 80여기인 점과 비교해 볼 때 단위면적에서의 밀집도가 가장 높다.
화순에는 100톤 이상의 커다란 기반식 고인돌 수십 기가 존재한다. 크게는 280여톤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무게)의 상석이 있다. 춘양면 대신리에 있는 길이 7.3m, 폭 5.0m, 두께 4.0m의 고인돌은 280여톤에 이르며, 도곡면 효산리에는 길이 5.3m, 폭 3.6m, 두께 3.0m로 약 100톤 이상의 고인돌이 있다. 도곡면 대곡리에는 길이 7.1m, 폭 3.0m와 도암 도장리에 길이 6.1m, 폭 5.2m, 두께 3.9m인 고인돌군이 있다.
고인돌의 가장 큰 특징은 덮개돌이다. 이 덮개돌은 자연 암석을 이용하기도 하나 대부분은 암반에서 떼어내야 한다. 춘양면 대신리, 도곡면 효산리 고인돌 유적지에서는 고인돌의 덮개돌을 채석하는 장소가 고인돌군 위 산기슭에서 발견되었다.
채석장에서 채석하다 만 석재 등이 남아 있어 고인돌의 상석 채석과정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채석장 아래에 지석이 고인 기반식 고인돌, 석실이 노출된 고인돌, 덮개돌이 없는 석실 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고인돌의 축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춘양면 대신리 고인돌의 발굴로 화순에서는 시신이 안치된 무덤방이 확인되었고 각종 석기와 붉은간토기, 민무늬토기편 등이 발견되었고 대곡리 적석목관묘에서는 국보 제143호인 처동검, 팔주령, 청동거울 등 청동기 일괄유물 출토되어 고인돌 다음 시기에도 중요한 지역임을 증명하였다.
또한 화순 대신리 고인돌에서는 고인돌의 축조연대를 알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하였다. 대신리 고인돌에서 나온 목탄의 방사성탄소연대가 기원전 2500±80년(27호, 중심연대 555년, 보정연대 720∼390년)으로 측정되었다. 이는 2500년경에 고인돌이 축조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채석장 아래에서 출토된 아가리부분에 삼각문과 점열문이 있는 토기는 전기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기원전 9∼10세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유물이다. 이로 보면 화순 고인돌은 약 3000년 무렵부터 축조되기 시작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화순의 고인돌군은 비교적 최근(1996년)에 발견된 데다 개발이 안 된 지역이어서 주변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일부는 개간으로 고인돌의 주변이 훼손된 상태이지만 약 10km에 걸친 계곡의 산기슭을 따라 띄엄띄엄 군집되어 있고 산기슭의 소나무 숲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고창이나 강화 등의 다른 유적보다도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화순 고인돌군에서 2km 떨어진 곳에 국보 제143호인 청동기 일괄유물이 출토된 화순 대곡리 적석목관묘 유적이 있다. 이 유적은 이 지역에서 제사와 정치를 관장하였던 지배자의 무덤인 것이다. 이 무덤의 발견은 고인돌 사회 이후에도 중요한 지역임이 밝혀지게 되었고, 문헌상의 여래비리국이라는 마한 소국으로 비정되고 있기 때문에 소국을 다스리던 무덤일 가능성이 많다.
화순에서는 매년 고인돌축제를 연다. 2000년 12월 2일 효산리 및 대신리 고인돌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이를 경축하고 고장의 우수한 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축제로 2001년 제1회를 시작으로 4월 넷째 주 토요일 군민의 날 행사와 함께 4일간 개최된다. 이 때는 고인돌축조과정 재현행사를 비롯하여 고인돌 움집만들기, 원시인체험행사 등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고인돌 유적지에서 개최한다.
죽음이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두었다.
그의 귀가 밝아서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 염창권의 '고인돌' 전문
2000년 12월 2일 유네스코에서 고창, 강화 고인돌과 함께 세계유산 997호로 등록되어 앞으로 국제적인 관광지로 부상할 것이 예상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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