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의 가을1 20년 후의 가을 / 곽재구 20년 후의 가을 - 곽재구 내 어릴 적 산골학교 미술 시간에 나는 푸른 크레용으로 옥토끼 모양 우리나라 지도를 그려 놓고 그 안에 울긋불긋 우거진 단풍잎과 맑은 시내를 그렸었다. 산머루 향이 교실까지 날아들던 오후 사범학교를 갓 졸업한 처녀 선생님은 가을 산꽃이 지고 해으름이 일고 그 가을내 나는 선생님의 눈물방울과 같은 단풍잎과 맑은 시냇물 속에 뛰놀았지만 돌아서서 눈물 훔치던 선생의 뒷모습과 나를 쳐다보던 충혈된 눈동자를 잊을 수 없었다 그래 단풍잎은 지고 세월은 가고 이제는 선생이 된 내 앞에서 아이들이 땀을 흘리며 그림을 그린다. 똑같은 얼굴 똑같은 슬픔의 푸른 크레용으로 둘러친 동강 난 내 땅 내 그리운 하늘 아이들은 평상의 얼굴로 반쪽의 땅 위에 단풍잎을 채우고 나는 충혈된 눈으로 아이들을 .. 2020. 4. 1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