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蘭草)1 난초(蘭草) / 이병기 난초(蘭草) - 이병기 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조오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 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 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내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 2020. 2.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