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숲이 있었네1 (시) 나에겐 숲이 있었네 / 남상학 시(詩) 나에겐 숲이 있었네 남상학 이름 모를 풀꽃들이 이슬에 젖어 눈을 뜨는 풋풋한 아침이거나 눈부신 하늘이 햇살 한 자락 끌고 내려와 자갈밭에 질펀히 누워 사랑니를 앓고 있는 대낮이거나 나에겐 숲이 있었네. 그리고 어둠이 잘름잘름 기진한 몸을 이끌고 와서 토방(土房)에 아픈 다리를 걸치는 해 늦은 저녁 무렵에도 나에겐 숲이 있었네. 아늑한 숲에 안식이 내리고 정적이 감도는 시간이면 나뭇가지에 둥지 틀어 밤이면 밤마다 별들이 알을 까는 숲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생명의 진액(津液)을 빨아올려 무성한 잎을 피워 그늘을 드리우는 숲 그 숲속에 한 그루 나무 되어 사시사철 한 몸으로 하늘 향해 키를 재며 살고 있음을 오늘 새롭게 우러러 감사하네. 2020. 1. 18. 이전 1 다음